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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정원

관계의 재발견

by 장동혁
부부관계, 교우관계, 가족관계, 상관관계, 군신관계, 친구관계, 거래관계...,


관계가 들어간 말들을 적어본 적 있다. 명색이 갈등조정가로서 최소 반 페이지는 채울 줄 알았다. 그런데 착각이었고, 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잘 안다고 여기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지 않은 것들이 있다. 관계가 그렇다. "살다 보면 관계가 중요하니 관리 잘해"란 말을 종종 듣는다. 하지만 관계가 뭐냐 물어 “글쎄요...”라는 토 달지 않고 답 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일상 대화에서 물러나 단어 자체에 집중하다 보면 그 말에 대해 대체 뭘 알고 써왔는지 난감해지는 말들이 있다. 관계가 그렇다. 관계의 세계에 살다 보니 나를 존재하게 해주는 것의 존재를 잊고 살아가는 것이다.


'관계'란 둘 이상의 사람이나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련을 맺는 것을 뜻한다.


‘당기다’란 뜻의 관(關)과 ‘매다’라는 뜻의 계(係)가 합쳐졌다. 단어가 특별해 보이진 않지만 만만해 보이지도 않는다. 누가 보건 말건 할 일만 묵묵히 해내는 속이 꽉 찬 친구 같기도 하다.


고수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다 결정적인 순간에 존재감을 발휘한다. 관계가 그렇다. 사랑이나 행복처럼 주목을 끌지 못한다. 와인이나 요가처럼 돈 들여 배우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돈이나 건강처럼 특별대우를 받지도 못한다.

그저 하루 처치하기 바쁜 우리로는 그런 게 있는지 조차 모른 채 살아간다. 그러다가 누군가로 인해 밤잠 설치고 속을 끓이고 나서야 그런 게 있다는 걸 느낀다. 아니 그것과 분리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우리는 관계를 배우지 않았다. 그러고도 관계를 맺어간다.
관계가 어렵고 힘든 이유다.

관계란 가꾼 만큼 베풀어주는 정원과 같다. 사랑이란 꽃과 우정이란 나무가 조화를 이룬 정원이 있는가 하면, 잡목만 무성한 정원도 있다. 그런가 하면 고집스러운 자아가 덩굴식물처럼 사방을 뒤덮은 정원도 있다. 인생의 겨울이 닥칠 때 덩굴은 풀어헤친 광인의 머리칼처럼 을씨년스럽다.


삶의 종착역에 이를수록 진짜 소중한 것들이 부각된다. 관계가 그렇다. 삶의 마지막 순간 투자 타이밍 두고 후회하는 경우는 없다. 대개는 사랑에 인색했던 삶을 후회한다.


자연은 죽음과 회생을 반복하지만 삶은 다르다. 누구에게나 한번씩 주어진 삶에서 관계 정원은 그 질과 격을 좌우한다. 우리 삶은 수많은 관계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화초가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자라듯 관계도 관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관리하기 위해서는 볼 수 있어야 한다. 볼 수 없는 건 관리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관계라는 나무와 거기서 열리는 불길한 열매인 갈등을 볼 수 있을까.


여기 누군가의 정원이 있다. 그곳을 한 번 걸어보자. 걷다 보면 관계와 그 이상현상인 갈등이 눈에 들어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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