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앞에 있는 이, You인가 It인가
공유적 인간관계와 교환적 인간관계
꽤 오래전, 교회에서 또래 선생님 세 명과 함께 친목과 소통을 위한 모임을 만들었다. 모임을 제안한 선생님이 리더를 맡아달라고 했고, 나는 그 역할을 책임감 있게 수행했다.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교사로서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모임은 점차 시들해졌다. 그러던 중, 서울 근교 맛집에서의 모임 날, 두 명의 선생님이 갑작스럽게 불참을 통보했다. 어렵게 예약한 자리였기에 실망감이 컸다. 이에 모임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취지로 이메일을 보냈지만, 그 메시지는 오히려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이 경험은 심리학자 클라크가 말한 인간관계의 두 가지 유형의 대립을 보여준다. 그는 현대인의 관계를 ‘공유적 관계’와 ‘교환적 관계’로 구분했다. 이는 철학자 마르틴 부버의 ‘나와 너(I-You)’ 관계와 ‘나와 그것(I-It)’ 관계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공유적 관계’에서는 상대를 단순한 역할이 아닌 온전한 존재로 인정하며, 진정한 관심과 배려를 나눈다. 주고받음의 형평성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라는 공동체적 인식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러다 보니 상대 행복이 내 행복이고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경험한다. 모임을 시작할 때 우리는 분명 공유적 관계였다. 그러나 내 메시지는 교훈을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었다.
반면에 교환적 관계에서는 인간관계가 거래처럼 작동한다. 역할과 책임이 강조되며, 이득과 손실의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각자의 행복은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 사이에서도 교환적 원칙이 작용할 때, 관계는 부담스럽고 피곤해진다.
내 이메일은 “나는 최선을 다했는데, 당신들도 그만큼 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결국, 기대와 책임을 요구하는 태도가 부담으로 작용해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친목 모임처럼 자율성과 책임이 혼재된 관계에서는 공유적 요소와 교환적 요소가 충돌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상대를 ‘너’로 대하며 이해와 존중을 실천하는 동시에, 책임과 공정성의 잣대를 강요하지 않는 것. 하지만 두 방식이 부딪힐 때, 선택은 분명하다.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면, 공유적 방식이다. 특히 질서나 계획을 중시하는 유형이라면 액션을 취할 때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오늘, 당신은 앞에 있는 상대를 온전히 ‘너(You)’로 대했는가, 아니면 나 자신은 하나의 작은 우주로 여기면서 상대는 그저 몇 마디 말로 움직일 수 있는 ‘그것(It)’으로 보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