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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사람이 실패하는 이유

도덕적 민감성 조절법

by 장동혁
해외여행 중 렌터카를 몰다가 인도 턱에 차량 하부를 긁었다면?


‘괜찮겠지’라며 그냥 넘길 수도 있지만, 렌터카 회사에 알려야 할지 고민하느라 여행 내내 신경을 쓸 수도 있다.


부모님과 해외여행을 하던 중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차량 외부 상태와 운행에 문제는 없었지만, 어머니는 “렌터카 회사에 알려야 하지 않겠냐?”며 몇 번이나 물으셨다. 처음엔 괜한 걱정으로 여겼지만, 렌터카 회사가 가까워지며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하는 게 옳을까? 내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도덕적 민감성이 높은 사람이라면 이런 고민에 쉽게 빠진다. 솔직하게 말하고 책임지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는 게 나은 선택인지. 도덕적 감수성이 높은 것은 분명 긍정적인 요소다. 사회적 신뢰를 높이고, 공동선을 고민하게 만든다. 그러나 지나치면 현실적인 역할을 넘어 불필요한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


이와 관련해 어느 목사의 이야기가 있다. 그는 사무실 바닥에 떨어진 휴지를 매번 자신만 줍는다고 불만이었다. 왜 다른 사람들은 휴지를 보고도 그냥 지나칠까? 그러자 한 선배 목사가 말했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에겐 그 휴지가 보이지 않는 게 아닐까?”


그의 예민한 도덕성이 남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문제까지 부각되게 만든 것이다.


렌터카 사례로 돌아가 보자. 차량 점검은 회사의 책임이고 역할이다. 나는 차량을 반납하고, 이후 문제가 발견되면 그에 따라 대응하면 된다. 굳이 내가 먼저 점검하고 책임을 떠맡을 필요는 없다.


미국 상담가 듀크 로빈슨은 저서 <선한 사람이 실패하는 9가지 이유>에서 착한 사람일수록 자신을 ‘구원자’나 ‘보호자’로 여겨, 감당할 필요 없는 책임까지 떠안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태도는 종종 도덕적 우월감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도덕적 우월감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더 올바르다고 믿으며, 다른 사람을 평가하고 심판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심지어 개인적인 응징으로 이어지기도 해 인간관계를 경직시키고 갈등을 유발한다. 돈이나 알코올 중독은 피해가 명확하여 조절이 가능하지만, 도덕적 우월감은 자각하기 어려워 더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도덕적 고민에 빠질 때는 R&R(Role & Responsibility, 역할과 책임)을 떠올려 보자. 내 역할과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분명히 하고, 범위를 넘어서는 일에 불필요한 죄책감을 갖지 않는 것이야말로 자기 소진을 막고,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길이다.




돌아보면, 유난히 높고 예민한 도덕적 기준 때문에 마음 졸였던 날들이 많았다. 그러면서 내가 누려야 할 것들을 흘려보냈다. 그래서 결국 무엇이 남았나?


내 주위를 감싼 모든 문제를 떠안을 필요는 없다. 내가 감당할 몫과 내려놓아야 할 몫을 구분할 줄 아는 것, 그리고 내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건강한 삶을 사는 방법이며, 공동선에 기여하는 또 하나의 길이다.


당신은 지금 지나친 책임감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지 않은가?

이 질문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지킬 줄 아는 지혜를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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