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물 위를 달리는 사람들

내면의 내비게이션 업데이트

by 장동혁

우리는 누구나 ‘내면의 지도’를 장착한 채 살아간다. 경험과 기억으로 그려진 이 지도는 복잡한 세상에서 빠르고 명쾌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때로는 그 지도가, 뜻밖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금요일 오전, 이어폰을 끼고 고개를 까딱이며 작업 중인 서 주임이 오 과장의 눈에 들어왔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그는 다가가 부드럽게 물었다.

“근무 중에 음악을 들으면 집중이 되겠어?”

고개를 돌린 서 주임이 대답했다.

“오히려 더 잘돼요.”

예상 밖의 반응에 오 과장은 당황했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다 누가 업무 지시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

“메신저 있잖아요. 정리해서 주시면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요.”


오 과장은 그 태도가 못마땅했다. 그의 내면의 지도에는 ‘음악 감상과 함께 업무 수행’이라는 경로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음속에서는 자꾸 잘못된 길이라는 알람이 울렸다.

이건 단순한 세대 차이의 문제가 아니다. 내면의 지도가 오랫동안 업데이트되지 않았을 때 생기는 현상이다.


오 과장에게 음악은 어디까지나 취미에 불과했다. 업무와는 별개의 영역. 하지만 기술, 소통 방식, 업무 환경이 모두 달라진 시대에 그의 지도는 여전히 과거의 길을 안내하고 있었다.

이는 마치 업데이트되지 않은 자동차 내비게이션과 같다. 과거에는 잘 맞았지만 지금은 사라진 길을 안내하거나, 빠른 길을 두고 한참을 돌아가게 만든다. 세상은 매일 조금씩 바뀌고, 그 변화를 무시하면 비효율과 갈등을 감수해야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그렇다고 과거의 경험을 모두 밀어버리라는 말은 아니다. 경험지식은 여전히 소중한 자산이다. 자주 막히는 길이나 사고가 잦은 구간을 알려주고, 초심자는 알기 어려운 지름길도 보여준다.

하지만 그 길만 고집하다 보면, 새로운 길을 시도해 볼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게 된다.

특히 강렬했던 기억은 ‘확신’이라는 이름으로 지도에 짙게 새겨진다. 그 기준에 익숙해진 사람은 모든 상황을 그 프레임으로 해석하고, 새로운 정보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오류를 반복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게임이나 잘해서 뭐가 되겠어?”라고 말한다면, 꼰대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젊게 산다는 건 나이와는 별개다. 기존의 지식과 경험에 오류가 생겼을 때, 그것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고 수정하려는 태도에 달려 있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전을 위해 내비게이션을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듯, 우리의 사고방식도 끊임없이 갱신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날, 내 차가 엉뚱하게도 산이나 강 위를 달리는 황당한 풍경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새로운 길을 찾는다는 건 과거를 버리는 것이 아니다. 과거에 새로운 정보를 더해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는 일이다.

오늘, 당신의 내비게이션은 최신 버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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