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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동혁 Nov 22. 2022

관계의 기본 라포(Rapport)

내 앞의 상대는 it인가 you인가

  갈등 관련 강의를 하며 종종 듣는 말이 있다.  “갈등 해결 방법을 알고 싶어요"라는 말이다. 나에게 이 말은 마치 "공부 잘하는 법을 알고 싶어요"처럼 들린다. 복잡 미묘하고 신묘막측한 인간사회에서 생기는 갈등을 그 누가 쉽게 해결할 수 있겠는가. 그게 그리 쉬운 일이라면 칡과 등나무 덩굴이 서로 뒤엉켜 있는 형국인 ‘갈등’이란 말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모든 일에 기본이 있듯,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 데에도 기본이란게 있다. 신의 지성과 동물의 욕구를 둘 다 가져 복잡하기 짝이없는 존재인 인간들이 맺는 관계의 세계에서 기초 없는 노우하우(know how)는 무력하다.


  갈등을 해결한다는 말부터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해결(solution)은 실질적으로 풀거나 결정해야 할 문제(problem)에 쓰이는 말이다. 갈등은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해소(resolution)될 뿐이다.


  제주 여행을 다녀온 부서 직원이 김부장 책상에만 감귤 초콜릿을 하나 올려놓았다고 치자. '그 직원과 많이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나만의 생각이었나?' 하는 생각과 함께 서운한 감정이 올라올 수 있다. 소소한 일 같지만 그와의 친밀감을 원하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몹시 의미 있는 사건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서운해한다는 걸 눈치챈 직원이 나에게도 똑같은 선물을 준다면, 서운한 마음이 풀릴까? 아닐 가능성이 높다. 아마 세개나 네개를 준다고 해도 풀리지 않을 것이다. 그건 숫자로는 계산할 수 없는 의미와 감정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상과 현실의 갭(gap)인 문제와 달리 갈등은 이해관계, 욕구, 감정 등이 복잡하게 섞여 있는 상태다.


  이 이야기에서 선물은 실질적 이슈다. 그런데 앞서 언급했듯 갈등에는 실질적 이슈 외에도 감정적 이슈, 관계적 이슈가 섞여 있다. 겉으로는 실질적 이슈를 주장하는 듯 보여도 뒤에는 반드시 감정 이슈가 숨어 있다. 감정적 이슈는 합리적인 방법으로는 풀 수가 없다. 그래서 감정인 것이다. 대개는 속 좁은 사람으로 보이기 싫어 감정적 이슈는 안에 숨겨둔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


  가짜 이슈도 있다. 실제 문제 해결을 주장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 다른 이슈가 있는 경우다. 심지어 당사자도 그게 존재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이제 겨우 갈등 심리 중 빙산의 일각인 이슈에 대해 이야기했다. 갈등 상황에 빠진 사람 안에는 그 외에도 깊이 다이빙해 들어가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이해관계, 감정, 욕구, 신념 등이 그것이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것들을 규명해야 한다. 그러니 몇 가지 팁만으로 갈등을 해결해보겠다는 말은 하지 말자. 섣불리 달려들다가 눈에 보이지 않는 빙산 밑부분에 부딪쳐 좌초할 수 있다.


  무엇보다 노우하우를 배워 갈등을 다뤄보겠다는 생각 뒤에는 타인(인간 존재)에대한 그릇된 인식이 자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자기 자신(I)은 복잡미묘하고 고유한 그래서 여간해서는 잘 움직이지 않는 존재로 여기면서도 상대는 자기와 같은 존재인 'You'가 아니라, 그저 그럴듯한 몇 마디 말로 움직이거나 바꿔놓을 수도 있는 책상과 같은 존재 ‘It'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갈등은 해결하려 들기 전에 예방하고 관리하는 게 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앞에 있는 상대가 어떤 존재인지 바로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상대를 내가 쉽게 조종하거나 장악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닌 나와 동등한 존재로 여기는 것, 그게 라포(rapport)이자 관계의 기본이다.


  내 앞의 그는 You인가 It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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