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해도 너무 많다, 홈리스가.
물가상승, 소득 양극화, 주택부족, 복지의 사각지대 등 다양한 이유로 대도시에는 홈리스가 많다. 그 전까진 다른 아시아 국가를 비롯해 우리나라는 비교적 노숙자가 없고 도시가 깨끗한 편이라 우리나라에서 살 때는 크게 와 닿지 않던 문제다. 하지만 여기는 너무 많다. 해도 해도 많다. 모두가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쉽게 개선될 것 같지 않은 문제다. 최근 몇십 년 간 샌프란시스코는 넘쳐나는 홈리스를 감당하지 못하고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물론 엘에이도 마찬가지...) 이 곳에 와서는 운전보다는 주로 버스와 지하철로 통근하며 매일매일 그들을 마주치게 되면서 점점 더 살고 싶지 않은 도시가 되고 있다.
유난히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이유
1970년대부터 급속도의 경제성장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몰렸지만 엄격한 신주택 건설의 규제가 거주지 부족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인구 대비 살 곳이 부족하게 되었다.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세계 최대의 테크 기업들이 있고 세계 각지에서 인재들이 몰려와 소득 격차도 어마어마하다. 이 때문에 치솟는 렌트 값을 감당하지 못해 거리로 내몰리는 사람도 대다수일 것이다. 이 동네에서는 연봉 10만 불을 받아도 넉넉히 살기 힘들다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샌프란시스코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이 투베드 아파트를 렌트하려면 대략 4.7개의 풀타임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실제로 나도 비싼 렌트비 감당하느라 참 팍팍하다. 그렇다고 어느 정도 안전하고 살만한 데 살자니 돈을 안 쓸 수도 없고, 왜 이 돈을 내고 이 정도의 삶의 질을 누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 동네의 홈리스 역사는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닌지라 이 문제를 해소하는데도 꽤 오래 걸릴 것 같다.
이 홈리스 사람들이 그냥 길 한편에 누워 있기만 하면 모르겠는데, 이 들 중 3-40프로는 마약과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이다. 가까이 가면 별로 안전하지 않다는 뜻. 샌프란시스코 내에 몇몇 지역은 낮이고 밤이고 지나다니면 위험한 동네가 몇몇 있다. 텐더로인 이라든가, 시빅센터 근처 마켓스트리트 등. 내가 매일 가는 지하철 역도 홈리스가 꽤 많은데, 굳이 가까이 가지 않아도 냄새나고 가끔 교통카드 충전하고 있으면 다가와서 돈 달라고 하니 정말 지나다니고 싶지 않은 곳이다. 특히나 밤에는 더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걸어 다니는 자체로 매번 경계하고 다니니 힘들고 은근히 스트레스다. 이 문제가 악화된다면 사람들은 계속해서 홈리스가 없는 길로만 다니고 (깨끗하고 관리가 비교적 잘 되는 동네) 홈리스들은 더더욱 모여 살며 게토를 이루게 될 것이다. 양극단의 도시로.
개선의 의지
그래도 이게 나만 불평하는 건 아닌 건지, 최근에 시에서 Proposition C라는 법안을 발의했다. 요약하면 베이 에어리어에 있는 연 수입 50 밀리언 달러 이상의 규모 회사에게 홈리스 문제 해소와 하우징 예산 확충을 위해 평균 0.5퍼센트의 세금을 더 부과하는 것이다. 그간 막대한 돈을 벌어 물가와 집값 상승에 기여한 테크 기업들도 홈리스 문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 법안 때문에 테크 기업 CEO들이 트위터로 논쟁을 벌이고 해서 꽤나 핫이슈였는데, 결국 11월에 주민투표를 통해 과반수 이상이 이 법안에 동의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업들이 이 도시에 있으면서 세제혜택 받은 것들도 있을 것이고, 마천루를 짓기 위해 취한 이득 등을 생각하면 사회에 돌려줄 때도 되었으니까. 또 해마다 증가하는 홈리스와 그들이 특정 지역에 몰려있어 그 지역 상권은 완전히 무너지고, 시민들도 관광객들도 걸어 다니는 것 자체에 불안감을 호소하는데, 시에서나 기업에서나 노력해서 뭐라도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이 모든 홈리스를 둘러싼 문제는 세금만 더 많이 걷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늘 그렇듯 문제들은 복합적인 이유들로 이루어져 있고 고작 몇 달 전에 이주해온 외국인의 눈으로 모든 것을 파악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이제라도 (다시 한번..?) 시에서 노력한다는 소식은 환영받을 일이고 앞으로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를 걸어볼 만한 소식이다. 단순 도시 미관의 개선을 넘어 모두의 주거권과 삶의 질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