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갈이하기
장미허브를 들인 지 두 달 정도가 되었다. (정확히 7.23 구입!)
잘 키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카메라 롤에서 예전 사진들을 보다 보니 충격적인 모습을 발견했다.
처음 사와서 분갈이해주었을 때와 요즘 상태를 보고 나니.. 앞으로의 어두운 앞날이 예견되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
6줄기 정도 있었는데 무슨 일인지 3줄기 남았다. 그리고 시간이 멈춘 듯 크지도 않고 있다. 그래서 또다시 다 죽이는 길로 들어서고 있는 건가.. 생각했는데 어느 날 퇴근하면서 꽃집을 지나가다 충동적으로 더 건강해 보이는 장미허브를 샀다. '왠지 이 건강한 것들과 같이 심으면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아...' 이런 생각으로.
그래서! 베란다에 파묻혀 있던 조금 더 큰 화분과 삽을 꺼내 분갈이를 시작했다.
퇴근하고 운동하고 와서 씻자마자 분갈이를 시작해서 (약 11:30 pm) 사진들이 이렇게 아련 아련하다.
준비물은 모종삽, 새로 할 화분(밥그릇 같아 보이지만 화분), 그리고 흙 떨어지니까 신문지 필수.
테라리움 심을 때도 느꼈던 것이지만 의외로 흙을 담고 그 사이사이에 원하는 모양대로 식물을 심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심은 모양을 생각해서 이리저리 배치해보긴 했지만 결국 마음처럼 안돼서 되는대로 심고 흙을 덮고 덮고 덮고.. 헐렁하게 심어진 애는 다시 깊게 파서 심고 흙을 덮고..
다만 지난번 물이 안 빠졌던 것을 생각해서 화분 가장 아랫부분에는 마사토를 역시 깔아주었다. 아직 초보자지만 이건 왠지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다.
그래서 완성된 분갈이 마친 장미허브! 더 건강해 보이는 허브들과 이전 것들을 섞어놓으니 흐물흐물한 것도 티 안 나고 싱싱해 보인다. 지금은 비록 화분 안에 오밀조밀하지만 앞으로 쑥쑥 크면 화분에서 넘쳐 흐르는 걸 기대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장미허브 키우는 다른 블로그들을 봤는데 나의 시간이 멈춰진 허브가 아니라 정말 잘 크고 있었다.)
분갈이 마치고 2주가 지난 시점. 원래 싱싱했던 것들을 데려와 심어서 그런지 아직 괜찮다. 조금 키가 커진 것 같은 것은 기분탓인 것 같고.. 날씨 좋은 때에는 밖에 내놓아서 바람 잘 통하게 하고 가을 햇빛을 느끼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평일에는 요즘 너무 야근모드라 집 오면 바로 자고 아침에 후다닥 일어나서 출근하는 일상을 반복하느라 신경을 못쓰고 있지만..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무언가 돌보는 게 있어서 심심하지 않은 일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