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의 마법을 부릴 수 있기를 바랐던 작년 봄 이야기!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온 요즘,
우리 집 막내 고양이의 이야기를 잠깐 해볼까 한다.
인간의 망각의 동물이지만,
고양이도 만만치 않다.
막내를 구조하고 얼마 안 되어 원인 불명의 실신이 생겼다. 구조를 하여 발견을 한 것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검진상 선천적 몸의 이상이 있었을 것으로 병원에서 들었다.
막내는 병원에서 두 가지 이유로 유명했는데
하나는 아름다운 외모(특히 눈)와
다른 하나는 외모를 잊게 만드는 사나운(?) 성격이었다.
막 구조했을 당시 겨우 4개월령에 몸무게도 2킬로가 겨우 되었기에
사나워 봤자겠지 혼자 생각했지만
수의사들도 혀를 내둘렀다.
그때 나는 막내가 시한부 진단을 받았기에
사나워도 상관없고 살아만 있어다오라고
속으로 되뇌었다.
다행히 시한부이지만 퇴원을 했고
집에서 함께 지내기 시작할 무렵,
막내는 미모가 절정에 이르렀다.
몸이 좀 좋아졌는지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하지만 구조 후 나와 친해지기 전에
병원에 입원하고 생활했기에
나를 원수 보듯 하는 것 같았고
나는 그 작은 생명이 무서워서 벌벌 떨기까지 했다.
하악질은 기본이고 가까이 오면 손톱으로
내 팔을 긁어 피를 보게 했다.
수의사는 몸이 아프면 더 난폭해질 수 있다고
아마 평생 그렇게 지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괜찮았다.
막내에게 바라는 건 단 하나,
건강하게만 살아주는 것이었다.
아니, 건강하지 않아도 살아서 성묘(생후 1년 정도)가 되어 다음 봄을 맞이 할 수 있기를 기도했다.
겨울에 태어나,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맞이 했던 아름다운 첫 봄에
아이는 무서운 병원에서
하루하루 생명을 이어갔다.
그것이 작년 봄의 일이다.
그리고,
지금 막내는....
다행히 아직 건강하다.
그리고 내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며
놀아 달라붙어 있는
일명 껌딱지냥, 무릎 냥이가 되었다.
막내는
과연 불과 작년의 일을 잊어버린 걸까?
걸어 다니기 어렵게
놀아달라고 길을 막는다.
"너 작년에 엄마한테
사납게 군거 생각나? 흥!"
라고는 하지만
부디 막내가 그 시절을 잊어줬으면 좋겠다.
아프고 아팠던 2021년 봄,
눈부시게 아름다웠지만, 너무 아팠던 너의 첫 봄,
꽃 향기만 기억하고
꼭 잊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