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망이 있다면....
한동안은 '2023년이 벌써'로 자주 시작 될 듯하다.
'1월 10일 화요일'이라는 글자가
휴대폰 액정에 떠있다.
나는 아직 새해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사십 대 중반이 되면서 새해에 늘 알차게 들어 있던
하고 싶은 일 목록은 사라지고
해야 할 일들이 먼저 생각난다.
새해 계획에 해야 할 일을 먼저 적다가
하고 싶은 일이 후순위로 밀리거나
목록에 올려지지도 않은 시기가 꽤 되었다.
얼마 전 아직 30대인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올해 직장을 그만 다닐 생각이었다.
나의 눈으로 그 친구는
부양해야 할 가족은 없었으나
혼자 일을 하지 않고 살기에 걱정이 되는
상황이었다.
그의 계획을 듣고 나의 첫마디는
"그럼 생계는?"
이었다.
그다음엔
"저축은 좀 해놨어?"
그다음엔
"가족이 좀 지원해 주고?"
친구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나는 아차 싶었다.
친구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내가 원하는 일을 해보겠다고 할 때
주변에서 흔히 하던,
하지만 가장 내가 듣기 싫었던 말들을
내가 스스럼없이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질문에
친구는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다고 했지만
삼십 대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자신만의 일이 있다고 했다.
나의 꼰대 같은 질문에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내 맘을
그 친구는 너그럽게 봐주었다.
친구와 헤어지며 집으로 오며
기분이 묘했다.
아니 서글퍼졌다.
마치
내려야 할 정류장에
내리지 못한 버스 안의
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용기 내지 못했던
나 자신을 보며,
한편으로 불쌍했고
한편으론 안도했다.
하고 싶은 일을 못했지만
해야 할 일은 겨우 해왔기에
그나마 작게 안도했다.
사십 대는
마냥 하고 싶은 일을 못했다는
후회를 하고 살 수 없는 나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나의 삶에서는 그랬다.
인생에 어떤 선택을 하던
후회와 안도는 존재하겠지.
올 해도 분명 지나고 보면
후회와 안도가 남을 것이다.
하지만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어느 선택을 하던
최소한
망설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해는 되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