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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은 Dec 28. 2024

풀꽃을 보듯 ‘나’를 본다



나처럼 요즘

겨울을 맞이한 식물을

보는 재미에 빠진 이들이

있을지 궁금하다.


봄 꽃이나 단풍 구경하는 시절이 아닌

‘겨울을 살아내는 식물’들 말이다.


꽃나무, 열매, 단풍, 갈대들이

늦가을을 즐기다 꽁꽁 얼어 있는 모습.


가을을 머금은 채

동면에 든 모습이 조금 슬프기도,

대견하기도 하다.




겨울이 되기 전까지는

아주 작은 풀꽃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 꽃들이 얼마나 작은지

키가 크지 않은 나도

무심결에 지나쳐버릴 정도이다.


쭈그려 앉아 자세히 바라보면

볼수록 신기하게

그 작은 꽃이 점점 커진다.


마치 엄지공주 이야기를

읽다 보면 엄지공주의 존재가

점점 커지는 것처럼.


‘풀꽃이라는 세계’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매우 정교하게

쌀알보다 작은 꽃잎들이 모여

그보다 작은 수술들을 감싸고 있다.


꽃잎, 수술, 꽃받침의

색도 모두 다르다.


보다 보면

그 꽃이 무엇인지 궁금해져서

휴대폰으로 찍어 꽃이름과 꽃말을 찾으며

시간이 훌쩍 지나곤 했다.


개인적으로 '꽃다지'를 좋아하는데

그 꽃말은 ‘무관심’이다.


너무 작아 무심히 지나치기

일쑤인 풀꽃에게

얼마나 절묘한 꽃말인가.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가

절로 생각나곤 했다.


스쳐가는 작은 생명을 자세히 보다 보면

점점 발견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내 마음에 숨겨진 놀라운 순수함이다.

그 순간엔 유레카를 외치고 싶을 만큼

놀랍도록 신기했다.


풀꽃은 점점 사라지고

두꺼운 옷 없이 겨울이라는

계절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식물들의 맨 모습들을 본다.


혹독한 추위에

하루하루 살아내는 모습을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번 주말 아침에도

숲이 가까운 길을 걸으며

작은 생명을 보고

내 마음에 돋아나는 순수함을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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