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오이는먹지않아요, 용진
오이를 좋아하세요…
먹지 못하는 것이 있다는 이유로, 자신이 아직 어른이 아닌 것 같다는 한 인간의 이야기. 어른은 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어린아이는 아니라 호소하는 듯한 그의 말에 이틀의 시선을 맡겼다.
안타깝고 아련한 것, 아쉬울 일이 많았던 삶을 그렸다. 그리고 미래를 기대하는 한 인간의 얼굴이 문득 보였던 것 같다.
책상 거울을 잠시 옆으로 치워두었다. 내 얼굴이 보였으니까. 오이를 싫어하는 동족,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는 누군가의 표정이 연상돼 조금 불편했던 모양이다.
"내가 하는 이 일이, 내가 일하는 이 직장이. 내가 가진 이 직업이. 누군가에게는 꿈일 수도 있다. 다른 누군가에게 주어질 기회였을 수 있다." _ 아직오이는먹지않아요, 용진
울적하지 않은 날엔 글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진심이었다. 글쓰기를 아직 사랑하는 인간이 아님을 선득 깨닫고 어깨가 축 내려앉은 날이 많았다. 기쁘고 행복할 때도, 글이 잘 나오는 사람이고 싶었다.
아직 꿈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글쓰기가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지만 이것이 내 꿈인지, 누군가의 꿈을 돕는 일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재미-있으니, 하는 거다.
내가 매일 앉아있는 자리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빛나는 자리였을 줄. 그 빛을 가리는 내 엉덩이를 치우고 싶을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월요일을 딛고 일어날 수 있었다.
누군가의 귓속말로 채워진 이틀이었다. 나지막했다. 오이를 싫어하는 취향 하나만으로 이렇듯 진한 설득력을 갖게 될 줄이야.
역시 생은 아무런 이유가 없다. 미래의 내가 해석할 따름이지만 말이다. 인과를 죽도록 따지게 될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생이 그렇게 쉬울까? 바닥에 딱 붙어 있을 어떤 미래의 나에게, 이 인간의 말은 하나의 디딤돌이 될지도.
나와 다른 인간을 이해하려는 마음, 이해의 시작점에서 필요한 건 공통된 면이다. 그중 가장 강력한 것이 '취향'이다.
'너도 그거 좋아해?'
'너도 그거 싫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