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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를담다 Jul 22. 2021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다양한 감정과 외로움에 고민이 깊어질 때

내가 좋아하는 유투버 밀라논나 디자이너께서 하신 말씀이 있다.

"내 몫을 나누지 않을 사람들의 말은 신경 쓰지 마세요"

이 어리석은 인간.

기질이 예민한 탓인지 어찌나 다른 사람을 신경 쓰고 살았는지. 이 말을 듣고 얼마나 짜릿했는지 모른다.


아이와 신랑 치다꺼리를 한 뒤 집안일을 끝내고 멍하니 식탁의자에 앉아보면,

인간관계, 외로움, 가족, 시댁, 하다 하다 일면식도 없이 스쳐가며 부딪혔던 사람들까지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어 마음을 들쑤시곤 했다.

처음 하는 육아, 이젠 더 이상 여자가 아닌 기분,  이제 나는 없는 기분, 나 빼고 다들 즐겁고 친구들도 많고 돈도 많고, 시간도 많고, 행복해 보이고, 잘 사는 것만 같은? 그 와중에 나만 세상을 헤매는 기분이랄까?

다양한 마음이 현재를 어지럽게 하는 상황에 놓일 때마다 잘 깨어지는 마음을 가진 나로선 어찌할 줄을 몰랐다. 왜 이런 마음이 드는 건지,

화도 냈다가, 울기도 했다가, 술을 마셔보기도 하고, 친한 친구에게 하소연도 해보고,

신랑과 아이에게는 작은 일로 화풀이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나의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좋은 엄마, 좋은 와이프, 좋은 며느리, 좋은 딸이 되기 위해서  나를 잊고 그들이 원하는 삶을 살았다.

그게 문제였다. 나 그 사실도 모른 채,

나를 잊어가고 거기에 따른 고민이 늘어날 때마다 늘 누군가가 그리웠다.

실컷 웃고 떠들고 놀다 오면 잊히겠지? 하는 생각에 큰 맘먹고 나갔다 오면 웃고 떠드는 그 순간에는 잊혔지만, 내 마음속에서 완벽히 해결되지 않던 문제들은

한순간의 즐거움으로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고민이랍시고 늘어놓았던 쓸데없는 말들을 집에 돌아와 곱씹어 보며, 창피함과 후회가 물 밀듯 밀려 들어왔다. 또 하나의 고민을 더 얹게 되는 상황이랄까.





신랑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걱정이라는 게 테트리스 같아. 지금 죽을 것 같이 힘든 일을 해결하고 나면

새로운  블록이 또 하나 내려오거든. 지금 한 줄 없앤다고 걱정이 없어지는 게 아닌 것 같아."


한 줄 없애면 또 하나 블록이 내려오고,

상위단계까지 가게 되면, 모른 척 숨겨 두었던 기존의 걱정을 새롭게 얹듯이

밑에서 하나씩 생기기도 한다... 맙소사!

티베트 속담중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으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맞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걱정들은 테트리스처럼

하나씩 하나씩 지우면서 사는 것이지, 절대 없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참 인생이라는 게 알면 알수록 어렵다.

쉽고 단순하게 현재를 살라는 근본적인 진리가, 지쳐있을 때는 한없이 끄덕거려지고, 에너지가 넘칠 때는 팔자 좋은 소리로 들리는 것 을 보면,


개인적으로 살아가면서 땅굴을 파고들어 갈 때를 떠올려보면 

대부분 타인의 영향이 가장 컸고 (알고 보면 이 모든 것도 내 마음의 문제다.)

상대는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는데 혼자서 상상에 상상을 더해서 부풀리고

부풀려서 지구 한 바퀴를 다 돌며 괴로워했으며,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미리 걱정한 뒤 밤잠을 설쳤다.

사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미리 걱정할 일이 나에게 일어날 확률은 엄청 낮았다.

그런 순간이 반복되고 길어지게 되자,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마음속에서 작은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그 신호를 놓치기 싫었다. 답을 한번 찾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다양한 책들을 찾아보았고, 거기서 내 개인적인 답을 찾아 실천하기 시작했다.


절대 그 누구도 만나지 말 것.

사람이 없는 자연 속에서 조용히 혼자 생각하고,

남에게 내 판단을 넘겨주지 말고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고 마무리할 것.

친한 이들에게 절대 고민 상담하지 말고 책 속에서 답을 찾을 것.


이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고 나서는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는 방법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 뒤로는 뭐든 혼자 해보는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완벽히 혼자 산책을 다니고, 운동을 다니고, 강연도 보러 가고, 영화도 봤으며 다양한 일을 보러 다녔다. 그래도 혼자 가기 힘든 곳은 오직 신랑 하고만 갔다.


예전에는 혼자 다닌다는 게 너무나 창피했다. 대학을 다녔던 기간만 빼고 30년을 넘게 살았던 이곳에서

친구가 없어 보이는 내 모습이 초라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소심함이 내 발목을 붙잡었다.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남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 뭐든 내상상이 문제였다.

이 경험을 통해 한발 물러나 이제껏 내 마음을 힘들게 했던 상황들을 생각해보니,


내가 그토록 괴로워하며 갖고 싶었던 인간관계란

그 어떤 관계에서도 더 필요로 하는 쪽이 약자가 되는 갑을 관계였고,

그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나의 소중한 시간뿐 아니라,

관계 유지를 위한 돈도 엄청나게 들어갔었다는 것.

(이제 나에게 투자한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삶은  몇 안 되는 인원이라도 모이는 무리 속 안에서도 비교가 되었고, 굳이 듣지 않아도 될 말, 하지 않아도 될 행동으로 인해 걱정과 괴로움이 더 많이 솟아났었던 것 같다.

그렇게 늘 외로움을 느끼던 내가 어쩌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 순간 이런 생각까지 이르렀다.

내가 부러워했던 늘 행복하고 당당하고 즐거운 모습들을 가진 그들도

'타인에게는 끔찍하게도 보여주기 싫은 내면 속의 어두운 면을 포장하기 위해 더 사회적인 인간이 되기도 했겠구나'

인간의 마음은 대부분 비슷해서 내가 느끼는 감정을 그들도 느끼고 있겠구나,

내가 좋아하지 않은 사람들을 생각해보니,

그들은 굳이 나에게 해를 입히려 한 것이 아니라

각자 살아온 상황들이 다르기 때문에 표현하는 방법이 다를 수도 있었겠구나.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내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다 보니 그들의 삶이 전처럼 부럽지도 않았고,

나는 나고, 그들과 같을 수 없고, 같을 필요도 없고, 같을 이유도 없다는 걸 알기에

예전에 내가 아닌 지금의 내가 나인채로 세상에 맞서는 법을 조금씩 배우기 시작했다.





사실 알고 보면 본인도 본인 자신의 마음을 잘 알지 못한다.

내 속의 내면의 소리보다는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더 신경 쓰이는 법이니까.

나는 나와 늘 같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현재의 기분 만으로 나를 안다고 판단해 버린 것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 멀리서 한발 떨어져서 보다 보니,

모든 인간관계가 영원할 것 같지만 영원한 관계는 없었고,

(지금은 사랑하지만, 배우자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조금만 멀리 떨어지거나, 오해로 인해 등을 돌리게 된다면 오히려 남보다도 더 못한 사이가 된다는 사실,

그 소중한 경험을 통해 어느 순간부터 나는 웬만하면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보다,

그들에게서 빼앗기는 시간보다 나 스스로 내면에서 하는 이야기들을 듣기 위해 집중하며

나를 각별히 여기며 더 신경 쓰고 보살펴 주려하고 있다. 그동안 못해줬던 예전의 몫까지 말이다.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뒤 예전과는 다른 점이 있다면

남 뒤에서만 숨던 나에게도 혼자서도 해낼 수 있는 용기가 생겼고,

내 행동이나 말에 대한 책임감이 생겼다.

숨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있지만 일단은 용기를 한번 내어본다는 것. 그게 팩트다.







인간관계에서 자유롭고 나서의 나의 일상은 정말 단조롭다.

5시에 일어나서 책 보고, 유튜브로 듣고 싶었던 강의를 듣고, 산책을 간다.

아이들 학교, 어린이집 보내고, 9시에 운동 갔다가 집에 와서

남은 청소하고, 식사하고, 책을 보거나 글을 정리한다.

1시에 아이가 하원을 하면 그때부턴 육아 시작이다.

관계 속 많은 이들과 있었던 예전 시간들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이 38년 내 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한 시절이다.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날마다 바다로 가서 마음속으로 외친 뒤 알게 된 사실이므로 더욱더 소중하다.


왜 그렇게 남들처럼 살고 싶었는지, 왜 그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었는지,

마녀 체력(이영미 작가/남해의 봄날)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는 연극무대의 주인공이 아닌데도

마치 스타들처럼 머리 위에 조명을 받고 있다고 착각한다.

다른 사람들 시선에 필요 이상으로 신경을 쓴다는 말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주시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우리를 보고 있는 것은 남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다.

마음속에 cctv를 설치해놓고 자신을 감시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이제 그 cctv를 꺼버려야 한다.

세상의 중심에서 자신을 조용히 내려놓는다면,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어리석은 일은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을 해보면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좋은 사람인 것을 보여주고 싶어, 부단히 도 노력한 그 시간 들은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내가 이 세상의 주인공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나 보다.

지금 살아가는 이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

그 답을 찾고 나니 인생이 전보다는 조금 수월해졌다.

아직도 여전히 타인의 시선이 두렵긴 하나,

아무도 만나지 않고 나에게만 오롯이 집중하는 요즘이 이제껏 살아온 날들 중 가장 평온하다.

마음이 어지럽고, 고민이 많은 하루가 지속된다면,

다른 이들에게 묻지 말고 스스로의 내면의 소리에 관심을 가지고

타인의 소리에 신경 쓰기에 앞서 내 안의 소리 먼저 천천히 들어보시기를.

혼자만의 시간이 당신을 더욱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나처럼 마음이 한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고, 어지럽다면 꼭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때 일 것이다.




나는 열심히 물었고, 열심히 연구했다. 강연을 듣고, 책과 잡지를 탐독했으며, 사회학자, 역사학자, 심리학자, 노 과학자, 부부 및 가족치료사, 철학자, 영적 스승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홀로 있음이라는 주제와 관련하여 미디어를 보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묻고, 그들의 답변을 주의 깊게 들었다. 아울러 늘 내 마음의 움직임을 자세히 살폈고, 명상하고 직관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깨달음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홀로 있어도 혼자가 아님을 깨달았을 때의 그 감사와 감동이란!

내가 중요한 사회적 흐름의 한가운데 있음도 깨닫게 되었다.

.... 이것을 깨닫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이었는지 모른다! 레스토랑의 간이 테이블에서 편치 못한 마음으로 식사를 했던 일, 외로운 저녁에는 눈물지었던 일, 인생을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것 같아 두려웠던 일... 갑자기 그 모든 것들이 의미 있게 다가왔고, 나는 그 모든 것이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태도임을 확인했다.


혼자가 좋다(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삶) -프란치스카 무리/심플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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