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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나래 Aug 01. 2018

#Prologue. 기획자의 여행은 다르다

서비스기획자 트래블 인사이트


여행을 왜 좋아해?

해마다 갱신되는 인천공항 출국자수.

바야흐로 여행이 만인의 취미에 등극한 시대에 이런 질문은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가 여행을 가는, 여행이 패션이 된 이 시대에도 여행을 왜 가는가에 대한 대답은 모두에게 다를 듯하다.



기획자의 여행은 다르다.

나는 여행이 좋다. 엄청나게 좋다.

특히 처음 가보는 외국을 홀로, 계획 없이 돌아다니는 것이 좋다.

사전 조사 없이 날 것 그대로의 문화를 덜컥 마주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때로는 깜짝 놀라 컬처 쇼크를 받는 게 좋다.

현지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좋다. 왜 이 사회가 나의 사회와 다른지, 이 사회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이해하는 게 좋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는' 않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 좋다. 내가 '당연하다'고 믿어왔던 것들이 사실은 이 작고 좁은 사회에서만 당연하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 좋다. 그로 인해 내 문화와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대한민국 너머에 더 넓은 세계가 존재한다는 걸 깨닫게 되는게 좋다.


나는 IT회사 서비스 기획자다.

보이는 현상과 날 것 그대로의 숫자 속에서 숨겨진 의도를 찾아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 직업이다. 행간을 읽는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매일 똑같은 루틴으로 똑같은 회사에 출근해 비슷한 일을 하다 보면 그 일이 그 일 같아 신선한 시각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 




 일상에 주는 즉각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처방

나에 대해 가장 잘 알 수 있는 방법은 타인을 비춰보는 것이라 하지 않았던가?

내가 사는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낯설게 보는 순간이 필요하다. 먼저 다른 사회를 바라보고 그 렌즈로 내 것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 때, 너무나 익숙해서 당연하게만 느껴졌던 많은 것들이 가진 특수성, 의미, 원인, 구조가 날 것 그대로 드러난다.

비단 서비스 기획자가 아니더라도 이 사회에서 중심을 잡고 싶은 모두에게 유용한 처방이다.



세계 각지의 문화들은 다르면서도 비슷하고,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나는 동일한 종인 인류가 지구의 각 영역에서 각기 다른 언어로 소통하는 세계를 이루었다는 것에 항상 놀라곤 한다. 비행기를 타고 단 두 시간만 가도 다른 언어에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의 국가를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정말 다른 문화와 다른 시스템을 이루어 내게 신선한 파장을 던지곤 한다.


문화들은 때로는 정말 달라서 어떤 나라는 한 살 차이에도 위아래를 따지고 존댓말을 쓰지만 다른 나라는 80대 노인과 꼬마 아이가 서로 이름을 부른다. 한국에서 젊은 여자가 80대 할아버지의 이름을 그냥 부른다고 생각해보자. 상상이 안 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너무나 당연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이렇게 우리는 너무나 다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비슷하다.

우리 모두 먹어야 살지만 먹는 음식은 제각각이다.

그러면서도 이태리 음식은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환영받으며 전 세계가 베트남 음식의 유행을 함께 겪고 있다.



머무른 시간보다 관점이 중요하다

인사이트의 측면에서 볼 때 머무른 시간보다 관점이 훨씬 중요하다.

나는 대한민국 땅에서 이십 몇 년여를 거주했다. 이 땅에 인사이트가 많은가? 많다. 하지만 머무른 시간 만큼 많은가? 그렇지는 않다.


시민에게는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아무 감흥을 주지 못하는 사건이 찰나를 머무른 여행자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일 수 있다. 그리고 그 경험이 그의 인생 전체를 바꿀 수도 있다.


인사이트는 머무른 시간이 아니라 바라본 시선에서 나온다.

여행자는 항상 낯설게 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한 발은 모국에 그리고 한 발은 여행지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묘한 관점 속에서 본질적인 것, 변화할 수도 있는 것을 깨닫고

내 사회의 구조와 특성에 대한 이해나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믿는다.


나는 그 인사이트를 여행을 통해 찾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지금 기록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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