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이란 말을 검색하면 나오는 말들이 있다. 시대를 관통하는 이념 내지는 시류.
서점가에도 유행이 있다.
몇 년전만 해도 힘든 청춘들을 향해 청춘이니까 그 정도 당연하다고, 고생도 수고도 청춘이니 감수해야만 하는 것들이고 버티만 보면 볕 좋은 날도 온다는 류의 책이 유행했었고, 그 이후엔 마냥 수고했다느니 괜찮다느니 그걸로 됐다는 격려와 위로의 말들이 난무하는 책들이 유행했다.
하지만 사실 청춘이라 당연한 건 하나도 없고 모든 게 다 괜찮은 것도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 좋아보이고 듣기에 달콤하다고 옳은 말인가. 위로? 힐링? 이 얼마나 뜬구름 같은 소리인지. 힐링은 1만원이 넘는 그들의 책, 활자 속에 있는 게 아니고 집에 가는 길 포장마차의 1천원 짜리 컵볶이에도 있을까 말까한 그런 것이다. (떡볶이는 사람의 기분을 좋아지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나는 감히- 책보다 떡볶이가 나은 이유가 단 하나도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이따금 서점가에서 자기개발서라는 책들을 볼 때마다 언제나 드는 생각이랄까, 의심이랄까. 가당치도 않지만 '비판적 사고'라 이름 붙여 본 한치의 짧은 내 생각에 의하자면 저 책, 인생이 다 해결될 것 처럼 굴지만 과연 그럴까? 하는 것.
그렇다면 당신의 하루. 당신의 인생. 어떠한가.
당신,
수고한 것도 맞고 고생한 것도 맞지만 괜찮진 않다.
인생이 그리 쉬울까. 고생했다고 열심히 살았다고 투입했다고 괜찮은 인생이 뽑기마냥 산출되는 거였나.
살아도 살아도 살아지지 않아 끌려가듯 밀려가듯 사는 것 아닐까.
사는 게 지쳐서인지, 인간이란 원래 그런 종인지 좋은 말만 듣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언제부턴가 좋은 말만 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작가도 예외는 아니라 소위 팔린다는 책들의 경향을 파악해 출판 흐름을 타는 작가들이 '위로', '힐링', '수고', '노력' 들을 들먹이며 천사같은 말들을 한다.
종종 나는 생각한다. 이다지도 삐뚤어진 나. 위로 하나 제대로 받을 수 없다고. 그러면서도 나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 생각한다. 답은 언제나 안에 있다. 그래서 나는 진실로 위로가 필요한 이들이 스스로를 믿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더 집중하였으면 하는 마음이다. 모두에게 맞는 공통의 답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100명의 사람에겐 100개의 고민이 있고 그 고민엔 100개의 해답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당신 인생, 내 인생, 우리의 인생 모두-
괜찮진 않다.
그래도 괜찮지 않으니 나아질 일만 남았다고. 더 나빠진들 그저 '괜찮지 않을 뿐'. 괜찮을 필요도 없고 괜찮다고 뭐가 대단히 나아지는 것도 아니니 그냥 그거면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어줍잖은 위로로 순간의 위안을 주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