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이야기
15평의 작은 빌라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각자 본업에 충실하며, 잘 안 쓰고 불필요한 것들은 사지 않으며 모았다.
어느 날, 아는 오빠가 재테크 책을 추천해 주었는데 <부의 인문학>을 보고 무조건 집을 사야 된다고 생각했다.
서울의 아파트는 우리가 들어가기엔 턱이 너무 높았고, 그렇게 마음에 드는 집을 찾기 위해 4개월 동안 일산, 인천, 서울 각 지역을 돌며 임장을 다녔다.
대단지 아파트, 치안 좋고 개발 가능성이 높은 곳을 골랐고 하루에 25곳을 돌아다니다가 어여쁜 아가 둘이 있는 집을 선택했다.
아기가 태어난 곳은 그만큼 좋은 기운이 있다고 생각한 터라 더욱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이사 날짜가 다가왔다.
설렘이 가득했던 이사였는데, 생각보다 높은 금액대에 중간에 빠져나가야 할 돈이 정말 많았다.
대출 심사도 매번 왔다 갔다 해야 했고, 기존 집을 내놓았는데 전세사기 이슈가 꺼지지 않아 늘 긴장 속에 살았다.
그래도 남편이 너무 잘해주었다.
이것저것 공부해서 엑셀로 모든 경비들을 정리했고, 난 그에 맞게 역시... 내 남편.. 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가전까지 모두 이사 날짜에 맞춰놓았는데, 내가 가구는 언제 사냐고 물어보았다.
"우리 살면서 사자"라고 하길래, "원래 신혼집은 다 갖추는 거 아냐?"라고 쏘았다.
그러다 알게 된 사실, 현재 집이 빠지지 않았고 이 전세 집에 남편의 현금이 들어가 있고 계약금, 중도금, 그 외에 가전비 모두 남편이 다 처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집이 빠져나가야 그 외 필요한 가구들을 살 수 있었던 것인데 난 그것도 모르고 일이 많아 짜증을 내었다.
그런데, 이 일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몇 개월동안 일을 하며 얼마나 많이 통화했을까, 얼마나 많이 머리가 아팠을까, 얼마나 속이 답답했을까.
'현금이 없어'라고 말을 하기 전에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내 여자에게만큼은 다 해주고 싶었다고.
그리고 운동을 끝나고 맥주 한잔을 하는데, "난 내가 모은 돈을 다 쓸 만큼 너에게 올인이야"라는 말 한마디에 정말 내가 무심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너무 미안했다.
나는 그저 일에 미쳐있었을 뿐이었는데, 남편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했다.
가장 가까운 사이가 이렇게 가장 모르는 사이가 될 수 있구나란 깨달음이 참 새롭게 느끼게 되었다.
꼭 이 말만은 해줘야겠다 싶어 남편이 자기 전에 "이렇게 고생해 줘서 고마워" "그동안 마음고생 너무 많았지"라고 남겼다.
이 말을 안 해주면 내가 너무 죄스러울 거 같았기 때문에.
그리고 남편은 나에게 말했다.
"그렇게 말해주니 내 마음이 싹 내려앉았어. 고마워"
오늘은 부부 사이에 대한 관계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 날이다.
꼭 이런 큰일이 있어야 깨닫게 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