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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씨 Jul 25. 2020

꿈같던 그 시절 cinema paradiso

[모모하게 영화 읽기 no. 001] 시네마 천국을 보고

엔니오 모리꼬네 특별전으로 그의 음악이 가득한 영화를 지금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 내가 선택한 첫 번째 영화는 시네마 천국**.


**현재 상영본은 중년의 엘레나와 만나는 장면은 편집되었다(내가 본 건 지금 이 버전이 유일).


극적인 전개 없이 토토와 알프레도의 관계, 토토의 성장 모습이 담담하게 펼쳐져 중간중간 조금 지겹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그들의 상황과 감정에 말려들어서 울컥하기도 했고, 소소한 유머들에 싱긋거렸고, 사람들 말처럼 영화를 마칠 즈음 눈물이 고일 새도 없이 흐르기도 했다.


영사기술을 가르쳐 달라는 토토에게 그 일이 얼마나 별로인가를 얘기하는 알프레도, 자신을 대신해 영사기사를 하는 토토가 일 때문에 학교는 그만둬야 할 것 같다고 하니 안된다고 걱정스럽게 말하는 알프레도, “더 큰 세상으로 가라, 너는 젊어서 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알프레도..


토토는 엄마가 우유 사 오라고 준 돈으로 영화를 보는 꼬마였고, 신부님 일을 도와준 후 문 뒤에서 커튼 틈으로 영화를 훔쳐보는 꼬마였다. 영사실에서 주워온 필름을 보며 영화 대사를 줄줄 외우고, 영화를 상영하는 영사일에 관심을 갖고, 커서는 직접 비디오카메라로 영상을 찍고 보는 소년이고 청년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1940~50년대 극장에서 세상 시름을 이겨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스플렌도르가, 영화를 좋아해서 영사기를 돌리고, 영상을 찍는 토토의 모습에서는 낭트의 자코가 떠올랐다.


사실 처음에는 토토가 영화 일을 꿈꾼다는 것을 크게 인식하지 못했다. 그 시절 거의 유일한 오락거리인 영화를 무척 좋아한 소년이었고, 아빠가 없는 토토에게 그 누구보다 든든한 지지자와 같은 알프레도라는 한 인간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사람으로만 생각했다. 그래서 그저 그들처럼, 그 동네에서 영사기사로 그들과 함께 하는 삶이라도 괜찮다는 모습으로 느꼈다.




토토가 군대를 마치고 엘레나와 이별하고 고향에 돌아와서 만난 알프레도는 말도 안 하고 외출도 안 하고 일상의 낙이 없는 사람처럼 살고 있다. 실없는 농담을 하는 토토에게 알프레도는 더 큰 세상으로 가서 꿈을 펼치라고 말한다. 나에겐 그런 알프레도가 꼰대처럼 보였다.


왜 굳이 그런 선택을 해야 해? 여기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면 안 돼? 당신이 살아봤다고 나한테 그런 얘기를 하는 거야? 그런 물음표들이 떠오르다가 나 또한 어린 친구들한테 그런 식으로 얘기를 했던 게 생각났다.


토토에게 세상은 시네마 파라디소가 있는 그 동네가 전부였다. 영상을 찍는 토토지만 영화일은 영사기사가 전부였다. 토토가 아는 세상은 거기까지였다.


더 큰 세상, 그 세상의 다양성과 가능성을 경험하고 느끼고 알고, 자신이 이전에 속했던 세상과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는 것과 그런 세상을 전혀 경험해보지 않은 체 속했던 세상에 그대로 머무르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그건 선택의 자유 또는 기회가 완전히 박탈당한 것과 같다.




공부도 곧잘 하는 (것처럼 보인) 토토

좋아하는 일에 열정이 가득했던 소년

사랑하는 사람에게 끈기가 넘쳐났던 청년

알프레도가 보기에 그들이 사는 세상은

토토의 열정과 용기를 담기에 너무 작았던 걸까


알프레도는 토토에게 더 큰 세상을 만날 기회를 주고 싶었고, ‘로마로 가서 꿈을 펼쳐보라’는 말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얘기(행동)를 한 것 같다.


알프레도의 말을 충실히 실천한 토토는 30년이 지난 후 알프레도가 세상을 떠나게 되자 고향에 돌아온다. 절대 돌아오지 말라던 알프레도의 말을 지키며 살아온 그는 (다소 늦어 보이지만) 자신의 갑작스러운 떠남이 가족들에게 어떻게 남았을지 걱정한다. 평생 그걸 마음 한구석에 담아두고 있었다는 얼굴로.


어릴 때 너무 모진 게 아닌가 싶었던 어머니는 토토가 그렇게 떠날 때 자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무것도 묻지 않았다)고 말한다. 어머니의 그 말씀은 그 당시 토토의 선택과 그가 살아온 삶을 모두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어머니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알프레도의 바람처럼 꿈을 꾸고 키우고 펼치고 그렇게 감독이 된 토토는 그 옛날 신부님에 의해 잘려나갔던 필름을 한 장 한 장 붙여서 영화의 정수만을 모아놓은 필름을 보며 감회에 젖는다. 알프레도가 남긴 마지막 선물, 너무나도 아름다운 장면들.


중년이 된 토토는 성공한 모습이지만, 행복하거나 즐거워 보이지는 않았다. 어린 토토, 청(소)년 토토는 정말 영화의 패러다이스에 있는 것처럼 즐겁고 행복해 보였는데 왜일까.


밤늦게 집에 돌아와 조심스레 침대에 눕고, 알프레도의 소식을 듣고도 별다른 표정의 변화가 없는 토토. 단순히 알프레도의 죽음에 과거를 회상하는 담담함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가 알프레도의 마지막 필름을 보면서 눈시울을 붉힌 이유는 그 또한 그제야 다시 찾은 게 아니었을까, 그 시절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시네마 천국을. 꿈을 향해 달려오면서 꿈 뒤에 놓치고 있던, 꿈같던 그 시절을 말이다. 그리고 그 꿈속에 늘 가득했던 알프레도의 사랑을.


https://youtu.be/PSnZJwggFf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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