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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원 Jun 22. 2023

공모에 당선되는 극본 쓰기01

당신의 극본 쓰기는 시작부터 잘 못 됐다. 


01. 당신의 극본 쓰기는 시작부터 잘 못 됐다. 


망하려고 작정했으면 시놉시스부터 써라. 


당신의 머릿속에 이런저런 이야깃거리가 쌓이고, 노트에 적어놓은 아이디어들이 넘쳐난다. 이제 극본 작업에 돌입해야 할 상황이다. 


당신은 무엇을 제일 먼저 해야 할까?   


아마 당신은 십중팔구 시놉시스부터 쓸 것이다. 기획의도, 인물 소개, 줄거리 순으로.  


왜? 원래부터 그렇게 습관적으로 써왔고, 남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 당신도 별 의구심 없이 그럴 것이다. 아니면, 당신이 다녔던 강좌에서 강사가 시놉시스를 먼저 요구했기 때문에 그 경험이 시놉시스를 먼저 쓰는 버릇을 갖게 했을 수 있다. 거기서는 강사가 시놉시스를 컨펌해야 극본으로 넘어갈 수 있었을 테니까.  


또는 당신 자신이 극본의 내용을 미리 알기 위해서 시놉시스를 썼을 수도 있다. 내가 극본으로 써야 할 내용을 미리 알고 싶어서 말이다. 


아니, 어쩌면 공모에 낼 때 시놉시스를 극본 앞에 첨부해야 하기 때문에 그냥 먼저 써야 하는 줄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근데 말이다. 이제부터는 시놉시스를 절대로 먼저 쓰지 말기 바란다. 제발 부탁이다. 


하지만 당신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작가 생활을 그만 둘 때까지 시놉시스부터 쓰는 습관을 버리지 못할지도 모른다. 뭐, 시놉시스를 먼저 쓰면서 좋은 작품을 쓰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당신이 아직 당선이 되지 못한 망생이(작가 지망생)라면 과감히 시놉시스부터 쓰는 못된(!) 버릇을 고칠 것을 간청한다. 물론 데뷔했지만 그저 그런 작품으로 빛을 못 보는 작가들도 포함해서. 

그리고 시놉시스를 먼저 써서 좋은 작품을 썼던 사람은 시놉시스를 먼저 쓰지 않음으로 해서 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다. 그러니 그대들도 시놉시스를 먼저 쓰는 방식과 과감하게 결별하기 바란다.  


이제 당신의 잘못된 습관을 확실히 고쳐주기 위해서 첨부터 시놉시스를 쓰는 것에서 오는 폐해를 말해 주겠다.   


우선, 시놉시스 상에서 완벽한 스토리가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당신은 그걸 설계도라 착각하고 극본을 써나간다. 이는 필연적으로 당신이 처음에 구상해 놓은 시놉시스 이상의 결과물을 얻을 수 없게 만든다. 즉, 당신이 만든 시놉시스가 당신의 작가적 상상력을 제한한다는 말이다. 이런 방식으로 쓰인 극본은 시청자들에게 곧바로 간파를 당하기 쉽다. 최악이다. 


그리고 시놉시스를 만드는데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린다. 그뿐인가? 몇 번을 고쳐 쓰고, 또 고쳐 쓴 뒤 극본 쓰기로 들어간 뒤 또 고친다. 이런 일련을 과정을 통해 당신은 이야기가 탄탄해진다고 생각한다. 물론 탄탄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이야기가 미궁에 빠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심한 것은, 극본을 완성한 뒤 시놉시스를 최종적으로 다시 수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게 뭔 뻘짓인가? 시놉시스, 그게 뭐라고. 그건 촬영 현장에서 쓰이는 것도 아닌데.  


이런 경우도 있다. 시놉시스 쓰는 데 진을 다 빼버려 정작 극본을 쓰는 데는 실력 발휘를 못하거나 대충 쓰게 되는 것 말이다. 당신이 초보자라면 여기에 해당할 확률이 매우 높다. 나는 실제로 시놉시스만 몇 년째 쓰는 사람도 봤다.     


솔직히 시놉시스는 극본 작업에 있어서 애물단지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시놉시스를 안 쓸 수는 없다. 공모에 제출할 때 첨부해야 하니까.  


그럼, 언제 써야 할까?


시놉시스는 공모 제출 직전에 완성된 극본을 토대로 쓰는 것이다.  


그렇다. 시놉시스는 극본을 다 쓰고, 나중에 그 내용을 요약하는 식으로 맨 마지막에 쓰는 것이다. 


이게 가장 확실하고 효율적인 시놉시스를 쓰는 방법이다. 시놉의 3요소인 기획의도, 인물 소개, 줄거리 등이 보다 정확하게 정리되며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러니, 제발... 시놉시스부터 쓰는 버릇은 이제 개나 줘 버리기 바란다. 


이 <공모에 당선되는 극본 쓰기> 후반부에 공모 제출용으로 전략적인 시놉시스 쓰는 법도 제대로 알려주겠다. 그러니, 시놉시스를 쓰고 싶은 충동을 강철 같은 자제력으로 억누르고 시놉시스를 쓰느라 허비할 시간에 극본을 한 줄 더 쓰기 바란다. 


그러면, 뭘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시놉시스가 저의 극본 쓰기에 있어서 일종의 등대였는데, 그게 없으면 어떻게 극본을 쓰죠? 극본을 쓰다가 길을 잃게 될 수도 있고, 스토리가 산으로 갈 수 도 있잖아요.  


좋은 질문이다.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시놉시스는 망망대해를 헤쳐나가기 위한 등대가 결코 아니다.  


아, 그러면... 극본을 쓰는 데 있어서 무엇을 등대로 삼아야 할까요?


더 좋은 질문이다. 


이제부터 초장에 쓰는 시놉시스를 대신하는 강력한 대체재에 대해서 말해 보겠다.  



극본 쓰기는 크래프트(craft: 공예, 기술)이다. 


한 때 영드 <셜록>, 미드 <하우스>, <CSI> 등의 크리에이터들을 국내로 초청해서 노하우를 배우는 프로그램의 기획의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었다. 이 일을 하면서 제일 좋았던 것은 돈도 돈이었지만, 행사가 끝나고 그들과 값비싼 저녁을 함께 먹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그때 나는 세계적인 대가들에게서 공짜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특히, 그들의 작업 방식과 그들의 작가 시스템에 대해 가졌던 많은 궁금증들을 해소할 수 있었다. 


한 번은 <사우스 파크>의 작가로 활동하는 한국계 작가가 왔는데, 그는 다른 크리에이터들과는 다르게 피피티까지 준비해 오는 정성을 보였다. 그 피피티의 첫 장에는 딱 하나의 단어만 쓰여 있었는데. 바로 'CRAFT(공예, 기술)'였다. 그러면서 그가 하는 말이 극본은 공예이지 결코 예술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극본이 공예라고? 


솔직히 충격을 먹었다. 극본을 써오면서 예술을 한다 생각은 안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극본 쓰기가 한낱 공예라니, 이거 좀 너무한 거 아냐?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논리에 나는 빠져들 수밖에 없었고, 종내에 가서는 극본 쓰기에 있어서 '공예주의자'가 되어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부터 나는 할리우드 작가들이 극본을 쓰는 데 있어서 어떻게 공예적인 접근을 하는가를 본격적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들은 보통 우리가 하듯 시놉시스를 먼저 만들면 폭망 하는 집필 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기본적인 뼈대를 먼저 만들고는, 거기에 플롯 포인트(또는 터닝 포인트)들을 갈빗대처럼 배치하고, 그 위에 레고 블럭을 쌓듯 퍼즐을 맞추며 극본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즉, 당신이 어떤 내용의 얘기를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또한 머릿속에서 이 궁리 저 궁리를 하며, 종이 노트나 메모 앱에 아이디어나 조사한 자료를 어느 정도 정리해 놓았다 치자, 그래서 도저히 쓰지 않고서는 못 배길 상황에 이르렀다 치자, 이때 할리우드 작가들은 당신처럼 시놉시스를 쓰는 게 아니라 기본 뼈대를 먼저 챙긴다는 것이다. 그리곤 기본 뼈대를 바탕으로 공예품을 만들듯이 그때그때 필요한 이야기를 붙여서 만드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공동 작업을 할 때도 매우 효율적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다수의 작가들이 각자 자신에게 부여된 일을 하며 협업으로 시즌 드라마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살과 뼈를 붙여나가야 할 극본 크래프트의 기본 뼈대는 무엇인가?


한 문장으로 표현된 당신의 이야기이다. 


그 한 문장이 바로 '공모에 당선되는 극본'이라는 크래프트의 기판이다. 거기에 당신이 앞으로 만들어야 할 배선 회로도가 다 들어있다. 


애걔? 고작 '한 문장 요약'을 얘기하려고, 시놉시스 쓰지 말라는 둥 극본 쓰기는 크래프트라는 둥 장광설을 푼 거야? 한 문장 요약은 다들 하는 거 아냐. 이런 젠장!


워,워... 아직 화를 내기에는 이르다. 


왜냐하면, 시작부터 자기가 쓸 작품을 한 문장으로 명확하게 표현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가르쳐 본 수강생들 중에서 70프로 정도가 자기가 쓸 작품을 한 줄로 요약해 내지 못했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한 줄 요약을 못할 확률이 꽤 높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나는 당신의 작품을 보통 외국 애들이 원 라인 아이디어(one line idea)라 부르는 한 줄 요약을 강제로 하게 해 줄 것이다.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없다면 그 극본은 잘 안 써지거나 오래 걸릴 것이다.   



보통 자신의 작품을 한 문장으로 말해 보라는 요구는 보통 감독이나, 기획 프로듀서, 그리고 세일즈를 담당할 제작사 대표로부터 듣게 된다. 그리고 스토리 마켓이 잘 돼 있는 요즘에는 스토리 구매자 앞에서 피칭할 때도 듣는다. 


그런데, 당신이 미리 자신의 작품을 한 줄로 요약해 놓지 않았다면, 순간 당황하며 식은땀부터 흘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아, 그러니까... 제 작품은요.... 블라블라... 그러다 아웃이 되는 것이다. 


극본 심사 1차 예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심사위원에게 시놉시스에서 극본에 대한 한 줄 요약이 간파되지 않으면, 탈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공모의 1차 예심은 작품을 올리는 심사라기보다는 읽어보지 않아도 되는 작품들을 솎아내는 심사에 가깝기 때문이다.  


사실 어지간한 작가들 아니고는 자신의 작품을 한 줄로 요약해서 말하기가 쉽지 않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작품이 한 줄 정도로 요약해서 말할 작품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기인한다. 극본 하나를 만든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완성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고, 얼마나 많은 좋은 아이디어들을 담겼는데, 그걸 어떻게 한 줄에 녹여서 말할 수 있겠는가. 한 문장으로 말하는 순간, 당신이 쓴 작품의 매력과 장점이 사라질 것 같은 두려움마저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당신이 당신의 작품을 한 줄로 요약하지 못한다가 정답일 확률이 높다. 이유는 둘 중 하나다. 정말 한 줄로 요약하지 못하거나, 한 줄로 요약되지 못하는 극본이거나. 근데 어떤 쪽이거나, 당신에게는 커다란 문제이다. 


이 문제의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예 시작부터 한 문장으로 하는 것이다. 


재밌지 않은가. 맨 먼저 써왔던 시놉시스는 맨 마지막에 쓰라고 하고, 맨 마지막에 했던 한 줄 요약을 맨 처음에 하라니. 하지만 그것이 유일무이한 정답이다. 당신은 여태껏 잘못된 순서로 극본을 만들어 왔던 것이고, 그로 인해 완성도가 떨어지는 극본을 만들어 왔던 것이다.   


이제부터는 당신은 한 줄 요약부터 시작해서 극본을 쓰고, 맨 마지막에 시놉시스를 쓰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기 바란다. 당신이 시작하는 한 줄 요약은 망망대해에서 길을 잃게 하지 않는 북극성(등대 정도가 아니라)이 되어 줄 것임을 확신한다.   

한 줄 요약을 이렇게 시작해 보자. 


주어(주인공) + 자동사(액션)한다. 또는 주어 + 타동사 + 목적어(무엇을)한다. 


당신이 쓸 얘기에서 엑기스를 뽑아 영어의 1형식 또는 3형식 문장으로 만들어 봐라.  


이것이 당신이 앞으로 만들어야 할 크래프트의 첫 기판이다. 


석세스 스토리 : 주인공이 성공한다.

로맨스 스토리 : 주인공이 누군가를 사랑한다. 

라이벌 스토리 : 주인공이 대결에서 이긴다. 

복수 스토리 : 주인공이 복수한다. 

권선징악 스토리 : 주인공이 악을 무찌른다. 


이렇게 작업하는 것은 당신이 앞으로 쓸 얘기의 본질 중의 본질을 스스로 알게 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보는 관점에 따라 당신이 하려는 얘기가 석세스 스토리일 수도 있고, 라이벌 스토리일 수도 있고, 권선징악 스토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거 따지지 말고, 자신의 직관으로 '주어가 동사하는' 문장을 만들어라.  


그다음엔 어떤 주인공인가를 문장에 첨가해야 한다. 단, 여기서 '어떤'은 수식어여야만 한다. 당신은 아마 여기서 머리가 지근지근 거릴 지도 모르겠다. 사랑스러운, 아름다운, 정의로운, 불의를 못 참는, 부지런한, 천재인, 지혜로운 등등. 이것들은 모두 틀리기도 하고 맞기도 하다. 왜 틀리냐 하면 당신이 생각하는 수식어들은 대부분 주인공의 장점이기 때문이다. 단, 위의 수식어들이 단점으로 작용한다면 그건 오케이, 정답이다. 


주인공에겐 약점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약점은 반드시 한 줄 요약에서 부각되어야 한다. 사실 거기서 진정한 캐릭터가 나온다. 


고백하자면, 나 스스로도 주인공에게 약점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자각한 지 몇 년 되지 않는다. 


그 몇 년 전 어느 날, 나는 할리우드 대형 제작사의 아시아 담당자에게 내가 쓰고 있는 작품에 대해서 신나게 얘기하고 있었다. 상대는 미소를 지으며, 으응, 으응 하며 내 말에 부응했고, 나는 그에 자극을 받아 살벌한 구라의 향연을 펼쳤다. 그 순간만은 내가 할리우드에 진출해 존경해 마지않는 아론 소킨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내 얘기를 다 듣고 난 그 담당자는 시큰둥하게 내게 물었다. 


"주인공의 약점이 뭐야?"


"어, 그게 말이지. 그러니까... (얼굴이 빨개짐) 내 주인공은 말이야... (손까지 떨림)"


나는 주인공의 약점을 말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자괴감과 싸늘하게 굳어진 아시아 담당자의 표정을 봐야 하는 이중의 고통을 동시에 느껴야만 했다. 이때의 기억은 내게 트라우마가 됐다. 드라마의 인물을 창조할 때마다 약점이 뭐냐고 묻는 그 담당자의 싸늘한 표정이 악몽처럼 떠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각고의 노력으로 주인공의 약점을 제일 먼저 생각하며 캐릭터를 설정하는 게 습관이 되면서 그녀의 얼굴이 다시는 떠오르지 않게 되었다. 이제는 그녀가 어떻게 생겼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이렇게 주인공의 약점을 설정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주인공의 약점은 스토리의 기본이자 시작이다. 


석세스 스토리 : 자폐증을 가진 변호사가 성공한다(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소잡던 백정이 조선 최초의 양의사가 된다(제중원),  암에 걸린 화학교사가 마약왕으로 성공한다(브레이킹 배드) 등.


로맨스 스토리 : 집안끼리 철천지 원수인 줄 모르는 로미오가 줄리엣을 사랑한다(로미오와 줄리엣), 매춘부인 주인공이 재벌과의 사랑한다(귀여운 여인), 안하무인의 여주가 차도남(외계인)을 사랑한다(별에서 온 그대) 등.


라이벌 스토리 : 가난한 복서가 챔피언과 대결한다(록키), 작고 힘없는 쥐가 포식자 고양이와 대결한다(톰과 제리), 선천적 재능이 없는 카레이서가 천재 카레이서와 대결을 펼친다(러시 : 더 라이벌) 등. 


복수 스토리 : 노예 신분의 검투사가 왕에게 복수한다. (글래디에이터), 한물 간 전직 특수요원이 딸을 납치한 악당에게 복수하고 딸을 구해낸다(테이큰) 등.


권선징악 스토리 : 가족에게 버림받은 주인공이 가족과 화해를 위해 악당들과 싸운다(다이 하드 시리즈), 기억을 잃은 남자가 악의 세력과 싸운다(본 시리즈), 임무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사내가 세상을 구한다(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등.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겠다. 가령 <록키>는 석세스 스토리일 수도, 라이벌 스토리일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맞는 말이다. 


그런데 당신이 처음에 어떤 스토리로 규정하느냐에 따라서 결과물이 달라진다. 석세스 스토리로 포장할 때 성공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고, 라이벌 스토리로 쓰일 때는 대결에 초점을 맞추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로맨스 드라마로 쓸 때는 로맨스에 치중하게 될 것이다.  


좀 더 나아가 보자. 이제는 드라마의 정의에 녹여 넣는 것이다. 드라마의 정의는 '욕망을 가진 주인공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이야기'이다. 이것을 다음과 같이 바꿔보자. 장르가 보다 분명 해지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욕망(목표)'를 가진 '주인공(약점을 가진)'이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적(악당 또는 사건)'과 맞서 싸우는 '행동(극복)'을 하면서 '변화(성장)'하는 이야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훌륭한 변호사가 되고 싶은 자폐아 우영우는 온갖 어려운 사건을 해결하고 편견을 극복하면서 한 인간으로서도 훌륭한 성장을 한다. 


록키 : 챔피언이 되고자 하는 록키(돈도 없고 경험도 없는)는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마지막에 챔피언 아폴로와 대결하면서 진정한 챔피언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로미오와 줄리엣 : 줄리엣과 사랑을 이루고 싶은 로미오(나이가 어려서 미숙한)는 집안의 반대와 음모에도 불고하고 사랑을 지켜나가고, 끝내는 죽음을 선택하면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해 준다.  


글래디에이터 : 가족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막시무스는 노예 검투사가 되어 적수들을 무찌르고, 결국 원수인 코무두스와의 대결에서 승리하지만 자신도 죽고 만다. 하지만 그로 인해 그토록 원하던 가족에게로 돌아간다. 


다이하드 : 형사로선 유능하지만 가족에게는 소홀한 존 매클레인은 테러리스트에 의해 점령 당한 호텔에 들어가 경험에서 온 전략과 순간적인 기지 등을 이용해 테러리스트들을 제압하고, 끝내 가족과 화해를 한다. 


이런 식으로 시놉시스 대신 극본을 쓰는 내내 등대(북극성)로 사용할 한 문장 요약을 얻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로그라인인 것이다. 

이렇게 당신이 쓸 극본을 로그라인에서 시작하면, 극본을 써나가면서 수시로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나 체크를 할 수 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정해 놓고 가면, 쓰면서 불쑥 떠오르는 멋진 아이디어를 극본에 반영할 수 없지 않나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게 그렇지가 않아요. 

내가 십수 년간 수많은 지망생들의 습작들을 봐온 결과, 그런 아이디어는 극본을 산으로 가게 만드는 주범일 뿐이었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무슨 얘기를 쓰는지 확실히 알고 있을 때 불쑥 떠오른 아이디어를 맛있게 요리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는 겁니다.     


다음 단계. 


내가 제시한 내용으로 당신이 앞으로 써야 할 극본의 기본 뼈대인 로그라인을 얻었다면, 이제는 그것이 과연 쓸만한 가치가 있는 내용인지 판단을 해야 한다. 


여러 작법서에서 일관되게 얘기하는 것은 한 줄 요약(두세 줄까지 한 줄로 치자)에서 '호기심이 느껴지는가'를 판단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당신 스스로가 그것을 냉정하게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당신이 애써 만든 건데 거기서 호기심이 안 생긴다 말할 수 있겠는가. 


나는 이런 식으로 판단해 보기를 권장한다. 


당신의 쓸 극본의 한 줄 요약을 봤을 때 '주인공이 미션에 성공하기 힘들까'를 판단해라. 


이건 쉽게 판단이 된다. 


주인공이 미션에 성공하기 어려울수록 재미있는 극본이 된다. 때문에 당신이 쓰려고 하는 이야기가 재밌어지려면, 주인공의 약점을 더 크게 설정하고나, 주인공이 돌파해야 하는 관문을 어렵게 설정하고, 주인공과 대적해야 하는 악당을 더 강력하게 만들면 된다. 


이렇게 시놉시스를 대신하는 대체재로 당신이 써야할 극본을 로그라인으로 만드는 법에 대해서 얘기해 보았다.

아, 한 가지 더.

로그라인은 의문형으로 만들 때 훨씬 더 빛을 발한다.

드라마 <굿 닥터>의 로그 라인을 보자.


자폐아인 천재 의사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과연 좋은 의사가 될 수 있을까?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자폐아인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래서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 지 보고 싶게 만드는 좋은 로그 라인이다. 그리고 이 로그 라인 하나가 미국과 일본에서 리메이크가 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영화 <테이큰> 시리즈의 로그 라인을 보자.


전직 특수요원이었지만 지금은 은퇴한 주인공은 막강한 테러조직에게 납치된 가족을 구해낼 수 있을까?


아무리 특수요원이었지만 현재 은퇴한 상태인 브라이언 밀즈는 혼자서 잔인한 테러조직을 상대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때문에 그가 가족을 구해낼지 너무 궁금하다. 그래서 그 영화를 보게 된다. 1편과 2편이 그런 이유로 성공했다. 하지만 3편은 실패를 했는데, 그 이유는 로그 라인이 변질(?)된 이유가 크기 때문이다. 1편에서 딸을, 2편에서 아내를 구한 주인공은 3편에서 더 이상 구해야 할 가족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3편에서는 아내를 살해한 범인을 찾는 얘기가 되었다. 1편과 2편을 재밌게 본 사람들이 3편의 이야기 흐름을 이상하게 받아들인 것은 당연지사. 

비슷한 이유로 <다이 하드> 시리즈는 매번 새로운 가족(?)이 등장하며 가족과의 불화를 만들었고, 테러리스트와 싸움으로서 가족과 화해를 할 수 있게 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로그 라인은 무엇일까?


<미션 임파서블>의 스토리 라인은 이렇다. 에단 헌트가 이끄는 전술팀은 항상 철두철미하고 완벽한 계획을 세운다(매번 완벽한 계획을 시뮬레이션하는 시퀀스가 나온다). 하지만 그 계획은 반드시 어딘가에서 틀어지고, 미션을 완수하기가 불가능해진다. 이때 에단 헌트가 자신의 개인기와 임기응변으로 결국엔 미션을 완수한다.


주인공은 망가져 버린 계획을 바로 잡아 테러집단의 음모를 분쇄하는 미션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별에서 온 그대>는 어떤 로그 라인을 가지고 있을까?


톱스타 천송이는 외계인(재벌 2세 캐릭터를 가진)과 진정한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태양의 후예>의 로그 라인은?


의사 강모연은 나라를 구하느라 여념이 없는 유시진 대위와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두 유 언더스탠드?

이보다 쉽고 분명한 로그 라인에 대한 설명 있다면 나와 보라고 하고 싶다. 


이제 당신은 본격적으로 극본을 쓰면 된다. 


아, 근데 아직은 조금 참기 바란다. 

당신은 드라마에 대해서, 극본에 대해서 아직 모르는 게 있을 수 있다. 그러니 이 시점에서 극본 쓰기에 앞서 반드시 알아야 할 기본 개념을 체크해 보고 가도록 하자.  


그 기본 개념들을 완벽하게 이해한다면, 당신의 극본 쓰기는 아마도 날개를 달 것이다.  


내 강의의 핵심은 '기본에 충실한 상태에서 집필은 효율적으로'이다. 

오늘 강의 내용을 읽고 또 읽어서 당신 것이 되게 하고, 당신이 쓸 얘기를 한 줄 요약으로 만드는 연습을 해보도록 해라. 


그리고 당신이 이전에 써놓은 극본을 갖고서도 한 줄 요약을 해보도록 해라. 아마 그 과거의 극본들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투 비 컨티뉴드. 


(구독, 좋아요, 그리고 응원 댓글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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