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파악을 하지 못하면 작가에겐 미래가 없다.
"제가 쓸 작품의 로그 라인이 나왔으니, 이제 극본을 써도 될까요?"
아니다. 절대 아니다.
당신은 이제 겨우 극본의 기본이 되는 뼈대를 하나 얻었을 뿐이다. 그 뼈대에 살을 붙이고, 혈관과 장기를 넣어서 극본을 만들기 전에 작품의 영혼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튼튼한 뼈대에 영혼이 더해져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작품의 영혼은 무엇일까?
지난 회차에서 한 줄 요약에 대해 충분하게 설명했기 때문에 당신은 아마도 감독, 프로듀서, 제작사 대표, 바이어 등을 만났을 때 가져야만 했던 두려움을 절반 정도는 극복했으리라 믿는다. 이제 이번 회차에서 나머지 절반을 마저 극복하도록 하자.
작가를 공포에 몰아넣는 또 하나의 질문.
"작품의 주제가 뭐죠?"
즉, 작품의 영혼에 관한 물음이다. 이 질문도 만만치가 않다.
나도 과거에 이런 질문을 참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 역시도 명쾌한 대답을 한 적이 거의 없었다. 아마 당신도 그럴 것이다. 훈련이 되지 않으면 작품에서 주제를 쏙 끄집어내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다.
주제를 말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려주는, 개인적인 일화가 있다.
내가 과거 작가 지망생이던 시절의 일이다. 내가 다니던 클래스의 선생님 역시 시놉시스를 받아서 수업을 진행했다. 시놉시스에는 주제를 써야만 했는데, 나를 포함해서 거의 모든 수강생들이 선생님에게 속수무책으로 까여야만 했다. 문제는 그 선생님도 주제가 뭔지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주제 파트를 통과할 학생은 딱 한 명만 빼놓고는 없을 것 같았다.
그녀는 근대문학에서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교과서에도 작품이 실린 유명한 소설가의 외손녀였다. 그녀에게는 아우라가 느껴졌다. 수업 때 선생님의 질문에 정갈한 언어로 어찌나 말을 잘하던지, 나 같은 어중이떠중이와는 확실히 구별되는, 그야말로 군계일학이었다. 호랑이 선생님도 그녀 앞에서는 한 마리 순한 양일뿐이었다.
그녀는 학기 내내 시놉시스를 내지 않았다. 선생님이 그 이유를 물을 때마다 그녀는 '주제를 다듬는데 시간이 걸린다'고만 말할 뿐이었다. 그런 그녀를 선생님은 장인 정신이 보인다며 편애하며 애써 감싸주었다. 우리한테는 마감도 못 지키면서 무슨 작가를 하려고 하느냐 윽박질러 놓고.
어쨌든 선생님이나 우리들이나 그녀가 과연 어떤 시놉시스를 낼지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대문호인 외할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후손이 아닌가. 그런데 그녀가 시놉시스를 내지 않고 버텼던 것이다.
그녀는 선생님과 우리의 애간장을 녹일대로 녹이고 나서야 종강일에 시놉시스를 제출했다. 그녀가 쓴 한 문장은 아직도 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주제 : 그런 거 없다.
우리나라가 총기 휴대를 허가하는 나라였다면,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을 것이다. 그리고 법정에서 정당방위였다며 무죄를 주장했을 것이다.
선생님은 할 말을 잃었다.
시간이 좀 흘러 분노가 잠재워지자, 머리에 혼란스러움이 찾아왔다. 그 이유는 그녀의 작품에 주제가 없는 것인지, 주제가 ‘그런 거 없다’인지 헛갈렸기 때문이었다.
다시 시간이 흐르자, 그녀에게 연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 학기 동안 주제 때문에 그녀는 얼마나 고통을 받았을까. 대문호의 핏줄이라고 해서 꼭 글을 잘 쓰란 법은 없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해주니 무척 부담스러웠을 것이었다. 이후로 나는 그녀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우리 반 반장이 선생님 선물 문제로 전화를 한 번 했었는데, 대뜸 '저 남자 친구 있어요'하고 끊었다는 것이 마지막 소식이었다).
이렇게 주제를 말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다.
작품의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해 로그 라인을 만드는 것도 힘들지만, 주제를 말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하지만 해내야만 한다. 그러면 당신의 집필 생활에 꽃이 제대로 필 것이다.
주제라는 게 대체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너무나 쉽다. 주제는 누구나 알고 있듯 ‘작가가 작품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작품을 통해 자신이 의도한 주제를 제대로 드러내는 작가들은 솔직히 프로 작가들 중에서도 그리 많지 않다. 실제로 많은 드라마들이 주제가 모호하거나 심지어 주제가 실종된 채 방송되었거나 되고 있는 중이지 않는가.
하지만 이런 사실을 두고 당신이 드라마에 굳이 주제의식을 심을 필요 없다는 식으로 합리화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주제를 잘 구현 못하고 산으로 간 드라마를 쓴 작가들이 그다음에 기회를 받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방송가에는 이런 얘기가 있다. 데뷔작이 대표작이 되고 은퇴작이 된다. 이게 다 주제를 드라마를 통해 제대로 구현하지 못해서인 것이다.
그러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이번 회차에서 '주제'에 대해 꽉 잡기 바란다.
내가 말하는 주제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이게 뭐지? 황당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 황당함 때문에라도 ‘주제 = A > B’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절대로 잊지 말기 바란다.
풀어 얘기하자면,
‘ 낫다’는 보다 더 좋거나 앞서 있다는 뜻인데, 숭고하다, 소중하다, 가치 있다, 행복하다, 의미 있다 등으로 대치가 가능하다.
권선징악이라는 주제가 있다. 이것은 ‘선이 악보다 낫다’이다. 즉, 선이 악을 무찌르는 식으로 주제가 구현된다는 것이다.
'형제는 용감했다'류의 스토리들이 있다. 이런 스토리의 주제는 보통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고 쓰는데, 이것 역시 결국 'A가 B보다 낫다'인 것이다. 즉, 혈연끼리 뭉쳐 비혈연의 연합을 이기는 식으로 스토리가 구성된다.
여주인공이 사랑하는 사람과 돈 많은 사람 중에서 갈등하다가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스토리라면, 당연히 주제는 ‘사랑이 돈보다 낫다’가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중에 시놉시스 상에는 ‘세상에서 사랑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말하고 싶다'라는 식으로 약간은 그럴듯하게 써야 한다. 하지만 작가의 머릿속에는 사랑이 소중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돈을 비교 대상으로 쓰겠다는 분명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사랑과 돈을 선택하는 상황이 계속 주어지고, 주인공은 돈을 계속 선택하다가 맨 마지막에 사랑을 선택하면서 반전과 감동을 주는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이다.
라이벌 간의 대결 스토리에서는 보통 '힘들지만 정정당당하게 얻은 승리가 손쉽고 비겁한 승리보다 낫다'는 식으로 주제를 구현한다. <록키>가 이 주제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주인공이 승리를 포기하거나 일부러 지는 식으로 끝나는 스토리도 있다. 이런 스토리의 주제는 어떻게 될까? 당연히 주제는 같다. 다만, 이번엔 주인공이 손쉽고 비겁한 승리를 하는 식으로 스토리가 전개되지만, 마지막엔 그런 승리를 포기하거나 거부함으로써 정당한 승리가 더 낫다는 메시지를 주게 된다.
복수극의 주제를 알아보자.
복수극, 그중에서도 유혈이 낭자한 복수극의 주제는 대체로 '복수를 하지 않음으로써 일신의 안녕을 꾀하는 것보다 이 한 몸 부서지더라도 복수를 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이 더 낫다'이다. 때문에 주인공은 스토리 속에서 정서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에서 복수를 결심하고, 결국엔 죽음을 무릅쓰고 복수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영화 <글레디에이터>의 주제이기도 하다. 주인공 막시무스는 검투사로서 인기를 구가하면서 적당히 살 수도 있었지만, 굳이 자신을 위험 속에 내던져 복수를 하고 끝내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하지 않는가.
김은숙의 <더 글로리>는 어떤가? 문동은을 통해서 <글래디에이터>와 똑같은 주제를 구현하고 있다.
로맨스 드라마는 멜로와 로코를 나눠서 생각해 보자.
로코와 멜로를 단지 전자는 웃기고, 후자는 슬픈 거라 인식하고 있으면 곤란하다.
이렇게 이해하고 있으면 베스트.
로맨틱 코미디는 주인공 남녀가 서로에게 호감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다. 사랑이 완성되면서 끝나야 하기 때문에 둘의 첫 만남은 대부분 악연이다.
로맨틱 코미디의 주제는 사랑과 함께 하는 삶이 그렇지 않은 삶보다 낫다, 이다. 때문에 사랑을 선택함으로써 스토리에 방점을 찍는다.
여기서 핵심은 사랑의 완성이 마지막에 이뤄진다는 것. 그 완성된 사랑이 값지려면, 가장 사랑하지 않는 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 때문에 어떤 해프닝으로 인한 다툼으로 시작하고, 심지어 상대를 죽이고 싶은 상황에서 시작하기도 한다. 그래야 주제가 한층 잘 드러난다.
멜로 드라마는 주인공 남녀가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지는데서 시작한다. 그 운명적인 사랑이 시작되는 곳은 주로 파티나 축제. 일단 사랑이 완성되면 그다음은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견고한지 테스트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그들을 갈라놓기 위한 방해 카드들이 한 장씩 제시되고, 주인공은 그것을 극복해 나간다. 돈, 신분, 어두운 과거, 알고 보니 원수 집안 등등이 카드로 사용된다. 하지만 끝내 그 어떤 것도 그들의 사랑을 찢어놓지 못하고 만다. 그래서 진정한 사랑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해피 엔딩.
멜로 드라마의 주제 역시 로코와 마찬가지로 사랑과 함께 하는 삶이 그렇지 않은 삶보다 낫다, 이다. 하지만 주제를 구현하는 방식이 두 장르를 구분하는 사랑의 완성점 때문에 다르게 펼쳐진다. 위에 설명한 라이벌 드라마의 두 가지 패턴의 예와 비슷하다.
멜로 드라마에서는 때때로 주인공 중 어느 한쪽이 죽기도 하는데, 결국 그들의 사랑은 죽음만이 갈라놓았다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즉, 이것을 멋있게 말하면, 진정한 사랑은 죽음을 초월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러브 스토리>, <타이타닉>이 그런 스토리이다.
이제는 주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주제는 이렇게 단순화해서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주제의 정의와 표현법을 알았다면, 주제를 어디서 추출해야 하는가를 알아야 한다.
알겠는가? 한 줄 요약과 주제의 상관 관계를?
다음의 예를 보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주제적인 측면으로 볼 때 <굿 닥터>와 같은 스토리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훌륭한 변호사가 되고 싶은 자폐아 우영우는 온갖 어려운 사건을 해결하고 편견을 극복하면서 한 인간으로서도 훌륭한 성장을 한다.
굿 닥터 : 굿 닥터가 되고 싶은 자폐아 박시온은 온갖 어려운 의학적 케이스를 해결하는 동시에 자신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며 좋은 의사로 성장한다.
두 드라마의 로그 라인에서 다음과 같은 주제를 뽑아낼 수 있다.
장애와 편견을 극복하는 삶이 그렇지 않은 삶보다 낫다.
그렇다면, 스토리는 주인공에게 장애와 편견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무슨 그런 당연한 소리를 하십니까?
그렇다. 당연한 소리이다. 하지만 막상 집필에 들어가면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것에 휘둘리는 상황이 부지기 수로 발생한다.
어떤 케이스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치자, 이때 평범한 작가들은 그 아이디어가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로 판단을 한다. 그리고는 재미의 극한을 추구하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드라마가 산으로 가게 될 확률이 농후하다. 이런 드라마는 뭔가 빵빵 터지는데, 실제로 재미도 없고 보고 난 뒤에 뭘 봤는지 모르는 작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노련한 작가는 그 아이디어가 과연 장애와 편견을 극복하는데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먼저 생각한다. 그래서 그 아이디어를 극본에 녹여낼 때 장애와 편견을 극복하는 형태로 써낸다. 아무리 멋지고 좋은 아이디어라고 해도 주제와 부합하지 않으면 가차 없이 버린다. 이게 바로 선수와 비선수의 차이다. 이렇게 되면 드라마가 일관성이 있어지고, 훨씬 재미있고 의미도 챙기는 드라마가 된다.
시놉시스를 쓰지 않고 쓰려면, 이 방식에 능숙해지고 노련해져야 한다.
이렇듯 주제를 공식 '주제 = A > B'로 이해하는 것은 매우 유용하다. 주제를 아는 것이 작가 자신이 어떤 스토리를 쓰고 있는지 명확하게 하는 것이니까.
만약 내가 가르쳐 준 방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경고하는데, 당신은 빅토르 위고나 어네스트 헤밍웨이처럼 위대한 작가가 될 위험성이 있다.
위고는 위대한 명작 <레미제라블>을 무려 50년 동안 고쳐 썼다. 헤미웨이는 또 어떤가. 존 F. 케네디 도서관에는 각기 결말이 다른 <무기여 잘 있거라>가 47권이나 보관돼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오래 고치고, 다양한 버전을 써서 명작을 쓰면 다행이지만, 당신을 절대 그럴 리가 없다. 결국 그렇게 오래 고치지도 못하고 생활 전선에 내몰리게 될 것이다.
당신의 목적은 인생을 통째로 갈아 넣어 역사에 길이 남을 고전을 쓰는 것이 아니다. 당신은 2, 3년에 한 작품씩 드라마를 꾸준하게 발표하면서 호의호식하는 생활형 작가가 되어야 한다.
끝으로 주의사항을 하나 전한다.
당신은 주제를 별로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장르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권선징악 스토리 말이다. 선이 악보다 낫다는 주제는 말하나 마나 한 것이고, 그냥 점점 더 나쁜 놈들을 때려 부수는 구조를 스토리를 짜면 되는 거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주제를 뽑았으면, 그 주제에 대해 탐구를 해야 한다.
나는 우리나라 최고의 흥행감독인 최동훈의 <외계+인>을 보면서 감독이 주제에 대한 탐구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생각했다.
최감독은 케이퍼 무비 장르의 대가이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도둑들> 등이 그의 성공작이다. 케이퍼 무비는 '나쁜 놈이 더 나쁜 놈을 혼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주제는 결국 권선징악이다. 다만 악을 징벌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인 범죄자가 범죄 수단과 계략을 이용하다 보니 관객이 흥미로워하고 재미있어하는 것이다.
최동훈 감독의 다른 흥행작 <전우치>와 <암살>도 따지고 보면 권선징악이 주제다. 즉, 최동훈 감독은 권선징악이라는 주제를 요리조리 변주하는데 특화된 감독인 것이다.
<외계+인>도 역시 외계인이라는 악당에 대항하는 권선징악이 주제인데, 나는 왜 감독이 권선징악이라는 주제를 구현하는데 좀 더 고민하지 않았나 안타까웠다. 아마 주제를 고민하는 대신 몸에 밴 방식을 통해 아이디어들을 모아 스토리를 짠 게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여태까지 그런 방식으로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으니까.
권선징악의 얘기를 함에 있어서 이번 영화에서는 특별한 설정인 외계인,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타임슬립이 포함돼 있었다. 그렇다면, 최감독이 이 소재를 놓고,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로그 라인 정립과 그다음에 주제에 대한 탐구여야 했다.
로그 라인 : 막강한 외계인에 맞서 힘없는 지구인들은 과거와 현재 인물이 힘을 합쳐 싸우고, 결국 승리하며 인물 간의 갈등은 해소된다.
주제 : 권선징악.
권선징악의 주제를 살리는 가장 기본적인 포석은 '피아 구별'이다.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이분법적으로 확실하게 구분을 해줘야 한다. 물론 나중에 배신하는 자가 있다고 해도 처음에는 그가 악의 편인지 선의 편인지 알려줘야 한다. 그래야 그 선악구도를 바탕으로 관객이 스토리를 따라가며 선을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인물 간에 나름 선악의 대결구도는 있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확실하게 보여주지 못했다.
왜 그렇게 됐는가 하면,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두 같은 목적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최동훈 감독은 다양한 인물들을 내세워도 스토리가 산만하지 않게 잘 꾸려나가는 장기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의 장기가 전혀 발휘되지 않았던 것이다.
권선징악 스토리의 기본 패턴은 한 인물이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적에게 대항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최동훈 감독들은 이 한 인물을 여러 개로 쪼개 다양한 캐릭터로 만든 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하면서 재미를 봤던 것이다. 마치 다중 인격자 한 명이 하나의 목적을 향해 나아가듯이 말이다. 그런데 <외계+인>에서는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이다.
블록버스터일수록, 복잡한 이야기일수록 단순하게 접근해야 한다. 즉, 로그 라인과 주제 탐구를 통해 기본을 견고하기 한 뒤 빌드업을 하면서 변주도 하고, 변죽도 올려야 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이게 극본 집필의 기본이다.
이제 기본 뼈대와 영혼에 대한 얘기가 끝났다.
이제 본격적으로 빌드업해 가며 집필에 들어가 볼까?
아니다. 나는 당신이 더 좋은 작가가 되길 바란다.
나는 기본에 충실한 효율적인 집필 방식을 추구한다.
때문에 나는 다음 회차에 당신이 아마도 헛갈려하는 개념인 하이 콘셉트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한다. 당신이 그것까지 마스터하면 당신의 작품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고, 빛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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