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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원 Jul 14. 2023

프로파일링: 미션 인파서블 7 데드 레코닝 part1.

미션 임파서블 7은 대체 어떻게 쓴 것일까?


영화가 한 편 나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영화 평론가, 칼럼니스트, 기자, 인플루언서, 유튜버 등이 평론과 리뷰들을 쏟아냅니다. 저도 거기에 제 이름을 걸고 숟가락을 하나 얹어 보려 합니다. 


다만, 저는 조금은 색 다르게 창작자의 입장에서 작품을 리뷰해 보려고요. 극본 작가에 빙의해서 집필 과정을 따라가 보며 왜 저렇게 썼을까 알아보는 스타일의 글입니다.    


그래서 타이틀도 '프로파일링 리뷰'라고 지었습니다.    


뱁새가 어찌 봉황의 뜻을 알겠습니까만은, 저의 있는 재주 없는 재주를 총동원해서 작가의 작업을 프로파일링 해 보겠습니다. 


*주의사항*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프로파일링. 그 첫 번째 작품은 바로 <미션 임파서블 7 : 데드 레코닝 part 1>입니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1 포스터

미션 임파서블 7을 기획할 때 작가(감독이기도 합니다) 크리스토퍼 맥쿼리의 첫 번째 고민은 빌런을 누구로 해야 할까 하는 것이었을 겁니다. 왜냐하면, 지난 6편 <폴 아웃>에서 5편 <로그네이션>부터 등장했던 솔로몬 레인이 죽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권선징악물에서 악당처럼 중요한 인물은 없습니다. 심지어 주인공보다 더 중요할 때도 있습니다. 빌런이 주인공의 존재감을 빛나게 해 주니까요. 그래서 빌런이 주인공보다 강하면 강할수록 좋습니다. 하지만 개성 있는 빌런을 만드는 일은 정말 어렵습니다. 잔인하기만 한 빌런은 매력이 없거든요. 


작가는 고민하다가 요즘 핫한 소재이자, 트렌드이기도 한 AI(인공지능)을 빌런으로 정합니다. 하지만 바로 고민에 휩싸이게 됩니다. 인공지능은 캐릭터적으로 매력이 없거든요. 매력이라는 게 참 이상해서 뭔가 인간적인 행동이나 모습을 보여야만 생기거든요. 


예를 들어, 터미네이터 1편을 보면 무자비한 살인로봇이 화장실에서 셀프 수리를 하고는 밖으로 나가기 전에 거울을 보며 윙크를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그 순간, 관객들은 피식 웃으며 터미네이터에게 감정을 느끼며 매력을 느꼈습니다(로버트 맥키의 명저 <스토리>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때문에 작가는 캐릭터적 측면에서 매력이 일(1)도 없는 엔티티라는 인공지능의 매력을 보여주는 것을 프롤로그에 넣어야겠다고 계획합니다.  그로서는 승부수였을 겁니다. 


"안 돼!"


하지만 이내 탐 크루즈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하게 되죠. 


"미션 임파서블은 에단 헌트가 어딘 가에 갇혀있거나 위기 상황에서 시작하는 게 국룰이야. 시작부터 에단의 매력을 강렬하게 보여줘야 하는 거라고!"

"아는데, 형... 인공지능 빌런 엔티티를 초장에 강렬하게 보여주지 않으면, 이번 영화는 승산이 없어."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너는 <유주얼 서스펙트>로 아카데미 각본상 받은 사람이잖아. 에단 헌트 도입부도 해주고, 빌런 엔티티도 살려줘. 넌 할 수 있어."

"형, 암만 내가 톱클래스지만, 두 개의 프롤로그를 연달아 붙이면서 시너지를 일으키게는 못 써." 
"......"


탐 크루즈는 결국 크리스토퍼 맥쿼리의 의견에 동조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는 영화를 살리는 길이 무엇인지 잘 아는 사람이니까요. 

탐 크루즈가 참  대단한 게 대부분의 배우들이 그런 양보를 잘 하지 않거든요. 영화가 망하더라도 자기 캐릭터는 살아야 한다는 주의인데, 실제로 그런 식으로 고집을 부려서 찍은 영화가 망한 게 한두 작품이 아닙니다. 작가나 감독으로선 미칠 노릇인 거죠. 


때문에 탐 크루즈의 이런 대승적인 양보로 인해 멋진 스텔스 핵잠수함 시퀀스가 탄생한 거라 생각합니다. 인간보다 더 뛰어난 계략을 꾸미는 인공지능이라니, 인간적이면서도 매력적이잖아요. 이런 시퀀스를 생각해 내는 크리스토퍼 맥쿼리는 매우 영리한 작가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 미션 임파서블의 정체성이 훼손당한 것입니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1 홍보 사진

미션 임파서블의 정체성이란 뭘까요?


일단 에단 헌트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을 포기당하고, 정부에서조차 그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 채 음지에서 일하는, 어찌 보면 한 인간으로 볼 때 참 불쌍한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세상을 구한다는 아이러니. 그것이 우리가 에단 헌트에 대해 한없이 감정이입을 하며 그를 응원하는 것이지요. 물론, 여기에 뛰어난 임기응변 능력과 동료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전우애, 그리고 포기를 모르는 집념이 더해져서 에단 헌트를 불멸의 캐릭터로 만들었던 거구요.   


구조적으로 볼 때 미션 임파서블은 프롤로그에서 에단 헌트가 위기의 상황을 탈출하는 강렬한 오프닝이 나오고, 그다음으로 미션 임파서블 타이틀이 주제곡과 함께 흐른 뒤, 미션을 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기서 그에게 전달된 메시지는 반드시 파괴되어야 하지요.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 에단 헌트가 IMF(임파서블 미션 포스) 동료들과 완벽한 계획을 짜는 장면이 반드시 나옵니다. 동시에 그 계획이 차질 없이 실행되는 시뮬레이션 장면도 나오죠. 


하지만 정작 이 완벽한 계획은 시작부터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틀어지게 됩니다. 말 그대로 임파서블 미션이 되는 겁니다. 


이때부터 임기응변의 절대 강자 에단 헌트가 자신의 개인기로 결국은 임파서블을 파서블로 바꾸는 것이 바로 미션 임파서블의 얼개입니다. 


그런데 스텔스 핵잠수함이 폭파되는 프롤로그 시퀀스 다음에 주제곡이 흐르는 타이틀롤이 나오지 않습니다. 아니, 나올 수가 없는 거지요. 이 타이틀롤은 에단 헌트의 멋짐이 폭발된 후 나와야 제격이거든요. 


그래서 나오는 장면이 어느 낡은 건물에서 에단 헌트가 미션을 배송받은 장면입니다. 조금 맥이 빠집니다. 프롤로그에서 자신이 못 나와서 그런지 에단 헌트의 표정이 어두워 보이기도 하고요. 여기서 우리는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이번 미션 임파서블 4편의 화두가 나옵니다. 


이어지는 사막 총격씬 시퀀스... 에단이 일사 파우스트(레베카 퍼거슨)를 구하러 가는 내용인데, 이 시퀀스가 끝난 뒤에도 주제곡은 나오지 않습니다. 시퀀스의 끄트머리에 임팩트가 없거든요. 


이 시퀀스는 긴 회의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에단 헌트가 앞으로 싸워야 할 엔티티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그 능력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다소 지루하게 설명합니다. 만약 이것이 드라마였으면, 채널이 돌아갔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돈 내고 들어온 관객들은 꼼짝없이 공부를 당해야만 했습니다.


여기서 저는 톱클래스 작가 크리스토퍼의 고뇌가 느껴졌습니다. 


인공지능 엔티티는 비주얼적으로 실체를 보여주기 힘들기 때문에 제삼자의 말로만 묘사되어야 하잖아요. 보통 실력 있는 작가라면 이 회의 내용을 조각조각 나눠서 이야기 흐름 속에 슬쩍슬쩍 끼워 넣을 겁니다. 관객들이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머릿속으로 엔티티의 존재에 대해 자연스럽게 짜맞힐 수 있게요. 그런데 왜 그는 하수들이나 쓰는 지루한 회의장면으로 이 시퀀스를 만들었을까요?


그는 보통 실력 있는 작가들보다 더 실력 있는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런 판단을 했을 겁니다. 정보를 분산시켜 놓으면 에단 헌트의 액션을 보러 온 관객들에게 논리의 퍼즐을 맞추게 하기 때문에 미션 임파서블의 본령인 화려한 액션을 생각 없이 감상하게 하는데 방해가 될 것이다. 때문에 내가 하수처럼 보이더라도, 정보의 보따리를 한 군데에서 다 쏟아버리자. 그래서 그 내용을 알아먹은 사람이나 못 알아먹은 사람들 모두 액션 볼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보게 만들자. 이렇게요. 


작가는 여기서 자신의 작가적 자존심보다는 효율성을 택한 겁니다. 영상물을 쓰는 작가들은 종종 이런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합니다. 때문에 저는 못 쓰는 것도 무척 어렵다고 평소에 생각합니다. 


어쨌든 이렇게 영화가 시작되고 거의 30분이 다 되어서야 주제곡 타이틀롤이 나오더군요. 이게 다 빌런을 인공지능으로 설정한 것에 대한 대가입니다. 


주제곡이 끝나고 나오는 인공지능 엔티티를 파괴할 수 있는 절대 반지 같은 '절대 열쇠'를 찾는 액션이 아부다비의 신공항에서 펼쳐집니다. 인공지능 빌런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들어갔을 '정상적인' 미션 임파서블의 오프닝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1 홍보 사진


여기에서는 새로운 여성 캐릭터 그레이스(헤일리 앳웰)가 등장합니다.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범죄를 저지른, 소매치기에 능한 여자인데 영화 내내 에단과 서로서로의 뒤통수를 치면서 친밀해져 갑니다. 이 둘의 케미가 재미있어서 몰입하다가 문득, 일사(레베카 퍼거슨)는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극 중 존재감에서 밀리면, 출연을 안 하니만 못한데...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작가는 일사를 죽이는 선택을 하더라고요. 



역시 작가 크리스토퍼는 선수더군요. 



일사는 사실 여러가지로 버거운 존재였습니다. 후반부에 이어질 열차 시퀀스를 에단이 일사와 함께 진행했다면 액션이 비슷하게 겹치면서 긴장이나 위기감이 덜했을 겁니다. 하지만 신출내기 그레이스는 적당히 용감하고 적당히 겁이 많으니까, 에단이 돋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그녀를 구해주는 것도 잘 살 수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일사는 중간에 죽어야만 했던 겁니다. 



일사가 이렇게 장엄하게 아웃되자, 그레이스가 동참한 상태에서 에단 헌트는 동료들과 완벽한 계획을 세웁니다. 미션 임파서블 정체성에서 매우 중요한 시퀀스 말입니다. 하지만 역시나 에단 호크의 얼굴 가면이 불량품으로 나오면서 그 완벽한 계획은 빠그라지고 맙니다. 


그렇게 되면 아시죠? 에단 헌트가 이제 개인기로 이 난제를 극복하는 일만 남는다는 거요.  


네, 여기서부터 액션 진짜 죽입니다. 오토바이를 탄 채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것이 그 중 압권이고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1 홍보 사진

끝으로 이번 편에서는 또 한 명의 중요한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그 이름은 가브리엘입니다. 에단 헌트가 IMF에 들어오게 원인 제공을 한 인물인데, 인공지능 엔티티가 자기의 대리인으로 콕 찍은 자입니다.  


여기서 작가 크리스토퍼의 영리함이 돋보이는데요. 에단 헌트의 과거사와 맞물리게 한 것은 이번 스토리가 단순히 인공지능과의 대결만이 아니라, 또 다른 중층적인 이야기를 담으려는 포석인 겁니다. 그리고 그 두 가지 이야기는 나중에 하나로 합쳐지면서 파워풀해질 거라 봅니다. 


또한 가브리엘이란 이름이 자못 의미 심장한데요. 가브리엘은 헤브리어로 하나님의 사람, 즉 하나님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엔티티가 보낸 인물이 가브리엘이라는 것은 곧 엔티티가 신이라는 거 아니겠습니까? 


근데, 여기서 저의 뇌피셜이 작동하더라고요. 


파트 2를 봐야 분명해지겠지만, 왜 작가 크리스토퍼는 에단 헌트와 과거의 악연이 있는 가브리엘을 대리자로 내세웠을까 하는 겁니다.  


아마도 이런 게 아니었을까요?


스스로 진화한 엔티티는 디지털 세상에서 전지전능한 존재입니다. 때문에 엔티티는 자신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존재가 바로 에단 헌트라는 것을 여러 데이터를 분석해서 통해 알아냈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에단 헌트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에단 헌트의 과거 속 인물 가브리엘이라는 것도 찾아냈을 겁니다. 그래서 에단 헌트를 제거하기 위해서 가브리엘을 내세운 거죠. 마치 스카이넷이 자신을 무력화시킬 인류의 구세주 존 코너를 해치우기 위해 터미네이터를 보낸 것처럼요.


제 예상이 틀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크리스토퍼 맥쿼리는 매우 뛰어난 각본가거든요. 


근데 만약 제 예상이 맞는다면, 저는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쥐를 잡은 격일 겁니다. 하하하. 


추신. 


저는 이번 <데드 레코닝 파트1>이 액션의 화려함을 차치하고, 재미적인 측면에서 <고스트 프로토콜>이나 <폴 아웃>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미션 임파서블을 미션 임파서블답게 만드는 정체성이 분명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 때문입니다. 

거기에는 에단 헌트를 움직이는 동력으로 작동했던 줄리아(미셸 모나한)의 관계가 <폴아웃>에서 완결됐다는 점도 포함됩니다. 이제는 결혼해서 남의 아내가 된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거는 것은 좀 어색하잖아요. 아무리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그가 줄리아를 구하는 일은 나의 일이다,라고 했다손 치더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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