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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원 Jul 17. 2023

공모에 당선되는 극본쓰기 06.

이제 일취월장은 더 이상 남 얘기가 아니다 - 고급 

이제 일취월장은 더 이상 남 얘기가 아니다 - 고급



어쩌면 당신은 이번 회차에서 '하루 한 씬'이나 '감정 설계 노트' 팁 이상의 것을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이번 글은 당신이 어떤 성향이냐에 따라서 '이제 일취월장은 더 이상 남 얘기가 아니다 - 고급'에 걸맞은 것일 수도 있고, 아예 건너뛰는 스킵 챕터일 수도 있다. 


이번 챕터에서는 당신의 극본 쓰기의 효율성을 올려줄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작가처럼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해 저항 정신을 갖고 있는 부류도 없다. 그들은 대개 원고지에서 시작해서, 타자기, 워드 프로세서, 그리고 현재의 '아래한글'이나 'MS워드'로 진화해 왔지만, 더 이상의 진화를 거부한다. 


물론, 워드 프로그램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작품을 쓸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새로운 프로그램을 배우는 것을 귀찮아하고 두려워하기 때문인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글 쓰기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영접하고, 당신의 극본 쓰기에 적극활용해 보길 부탁한다. 그렇게 되면 분명 당신에게 빛이 있을 것이다.  


이곳에 소개하는 프로그램 모두를 다 쓸 필요는 없다. 어떤 것은 이미 당신이 비슷한 프로그램이나 앱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적절하게 판단해서 배워서 쓸 것은 쓰고, 아닌 것은 과감하게 팽개치기 바란다. 

하지만 스크리브너는 반드시 쓰는 것을 추천한다. 


이번 강의에서 소개된 프로그램은 차례차례 '작가를 위한 프로그램 매뉴얼'로 이곳에 올라올 것이다. 이번 강의를 보고 블로그나 유튜브 등에서 사용법을 읽힐 수도 있지만, 만약 실패하거나 잘 안 된다면 나의 매뉴얼을 기다려 주기 바란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초간단 매뉴얼이 올라올 것이다. 특히, 스크리브너 매유얼은 독보적일 거라 자신한다. 



1. 메모앱의 끝판왕 옵시디안(obsidian)

옵시디안 로고


아마 메모앱을 안 쓰는 작가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아, 있을 수도 있다. 당신은 앱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진 작가일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당신은 앱 대신 수첩, 또는 다이어리를 이용할지도 모른다. 문득, 또는 불쑥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수첩에 재빨리 옮겨 적어야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 아날로그적 기록 방식은 손 닿는 곳에 수첩과 펜이 없다면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작가들은 폰에 다운로드한 메모앱을 쓴다. 수첩과 펜은 휴대하지 않아도 폰을 휴대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기록방식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진화한 것이다. 이 디지털 기록 방식이 좋은 점 중 하나는 검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앱이 이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무료로 쓸 수 있는 옵시디안이라는 앱을 추천한다. 


옵시디안은 제텔카스텐(메모 상자) 기법을 구현할 수 있는 앱이기 때문이다. 제텔카스텐은 메모를 카드로 만든 뒤 필요한 메모를 하고 그 밑에 기호 등을 써서 메모와 메모를 연결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의 메모법이다. 즉, 어떤 메모를 찾아보고, 그 밑에 있는 기호를 토대로 다른 메모 상자에 있는 다른 메모를 찾아보고, 또 다른 연관된 메모를 찾아가는 식인 것이다.  


독일의 사회학자인 니클라스 루만(1927~1998)이 평생에 걸쳐 9만 개의 제텔카스텐의 메모 카드를 만들어 70여 권의 책과 400여 편의 논문을 썼다고 한다.  

옵시디안 홈페이지 캡쳐


만약 요즘 수기로 제텔카스텐 메모를 해서, 그걸 상자에 담아 보관하고, 나중에 상자들을 뒤져서 메모들을 연결하는 작업을 한다면, 머리에 쥐가 날 일일 것이다. 


하지만 옵시디안은 그 문제를 아주 가볍게 해결해 낸다. 메모와 메모를 링크로 연결하고, 해시태그를 붙이는 것으로 제텔카스텐 메모법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것이다.


옵시디안에는 그래픽 뷰라는 끝내주는 기능이 있다. 위 그림에도 보이지만 메모와 메모를 우리 두뇌 속의 시냅스처럼 연결시켜서 보여주는 것이다. 가령 빌런이란 키워드로 메모를 링크하면 10년 전에 했던 빌런 메모와 방금 한 메모가 연결되어 그래픽 뷰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픽 뷰로 연결된 메모들을 보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은 덤이다. 


옵시디안의 캐치 프레이즈가 지금은 '당신의 생각을 날카롭게'하다이지만, 이전에는 '두 번째 뇌'였다. 나는 두 번째 뇌라는 표현이 옵시디안을 더 잘 설명해 준다고 생각한다. 


옵시디안은 다른 메모앱에 비해서 접근하기가 좀 어려운 편이다. 그 이유는 유저가 자기만의 스타일로 커스터마이즈 해서 쓸 수 있는 앱, 즉 자유도가 높은 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기만의 사용법을 옵시디안을 통해서 정착시키려면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문제는 내가 조만간 이곳에 초간단 매뉴얼을 올려 해결해 주도록 하겠다. 작가로서 당신은 아이디어를 메모하고, 그것들이 서로 연결하는 것만 딱 배우면 끝이다. 나도 딱 그렇게만 쓰고 있고, 그것만으로 작가들은 충분하다. 

 

2. 캐릭터 세팅은 깃 마인드(Git Mind)


깃마인드 로고


깃마인드는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마인드 맵을 만드는 도구이다. 마인드 맵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은 이미 많이 나와 있고, 다른 프로그램을 쓰고 있다면 굳이 깃마인들을 쓸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자신의 집필 생활에 마인드 맵을 도입하고 싶다면, 이번 매뉴얼을 통해 깃마인드로 마인드 맵에 입문하길 권한다.


깃마인드는 일단 무료로 쓸 수 있고, 사용법이 매우 직관적이며 간단하다.


마인드 맵은 1983년에 토니 부잔이라는 영국 언론인이 개발한 생각 정리 방식이다. 종이 한가운데 메인 테마를 적어놓고, 가지치기를 하면서 생각을 뻗어나가게 하는 것인데, 브레인스토밍을 하거나 프로젝트를 정리하거나, 그리고 수험생이 공부한 것을 정리할 때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마인드 맵이 우리 같은 작가에게는 캐릭터를 빌딩 하는 작업에 있어서 엄청난 효용을 가져다준다. 나는 심지어 이런 생각도 했다. 마인드 맵은 사실 작가를 위해 개발된 것이 틀림없다고.

깃마인드로 만든 캐릭티 시트


몇 년 전에 만든 건데, 여러 작법서에 소개된 캐릭터 빌딩 부분에서 엑기스만 뽑아서 세팅해 놓은 것이다. 당시에는 이 시트를 프린트해서 필요할 때마다 복사해서 육필로 쓰곤 했었다. 하지만 손으로 쓰는 게 어찌나 귀찮은지 잘 활용을 하지 못했다(작가에게 손글씨는 계약서에 자기 이름 쓰고 싸인하는 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암튼, 이 깃마인드를 만나고 나서 나는 캐릭터 시트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마인드 맵 프로그램으로 작업을 하면 작업도 빠르고, 수정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을 이 캐릭터 시트로 정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주연급 및 주조연급 인물들은 이 시트로 정리해 놓으면 실제 집필할 때 엄청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만든 마인드 맵 폼으로 캐릭터를 정리하면, 캐릭터에 대해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강제로 생각하게 만들어 정리'할 수 있다. 즉, 캐릭터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어 풍부한 에피소드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뿐더러 깊이감까지 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보통 등장인물 소개를 할 때 주저리주저리 글을 쓰면서 몇 페이지를 넘기는 경우가 있다. 근데 막상 그렇게 써 놓고는, 실제로 집필을 할 때 보면 내가 써놓은 대로 캐릭터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내가 무엇을 썼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집필을 시작할 때마다 자기가 써놓은 등장인물 소개를 몇 번이고 읽어야만 한다. 하지만 그런다고 내가 캐릭터에 대해서 잘 알게 될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마인드 맵으로 캐릭터를 정리해서 모니터 위에 붙여놓고 작업을 한다면?


말해 무엇하랴. 직관적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마인드 맵으로 만든 캐릭터 시트로는 에피소드도 만들 수 있는데, 그것은 깃마인드 초간단 매뉴얼에서 소개하도록 하겠다. 



3. 스토리 구조와 인물 관계도는 스캐플(Scapple)

스캐플 로고


스크리브너를 만든 회사에서 만든 자매 프로그램이다. 스크리브너가 본격 집필 도구라면, 스캐플은 집필 직전에 스토리를 구성하는데 쓰는 프로그램이다. 


쉽게 설명하면, 스캐플은 칠판에 색색 분필로 낙서하듯 쓰면서 이야기를 구성하는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스캐플은 매우 직관적이기 때문에 5분이면 배울 수 있다. 


시놉시스를 쓰지 않는 대신 스캐플로 스토리를 만들면서 정리하는 것이 꽤 도움이 된다. 시놉시스를 쓰는 일이 1차원적이라면, 스캐플에서 스토리를 정리하는 것은 2차원적이다. 즉, 차원이 다른 일을 하는 것이다.



스캐플 홈페이지 캡쳐


내가 간단하게 금도끼 은도끼로 스토리를 정리해 보았다. 

스캐플로 스토리 정리하기


나중에 스캐플 매뉴얼에서 좀 더 딥하게 설명하겠지만, 스캐플은 인물 관계도를 만드는데 아주 끝내준다. 보통 미니 시리즈 시놉시스에 인물 관계도를 넣어서 제출하는데 스캐플로 작업하면 매우 쉽게 할 수 있다. 


여기서 팁을 하나 말해주면, 인물 관계도를 봤을 때 주인공 주변에 적이 많으면 드라마가 다이내믹해지고 재밌어지고, 아군이 많으면 드라마가 지루하면서 재미없어진다.   




4. 극본 쓰기 프로그램의 지존 스크리브너(Scrivener)

스크리브너 로고


스크리브너의 가장 강력한 기능은 하나의 씬을 한 장 카드에 쓰는 식으로 전체 극본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쓰면서 씬의 순서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고, 씬 삭제도 용이하고 씬을 다른 곳에 보관하기도 편리하다.


이렇게 대본을 쓰게 되면, 사고를 훨씬 입체적으로 할 수 있어서 구성에 더욱 완성도를 기할 수 있다. 또한 극본 하나를 완성하는 시간이 아래한글이나 MS워드에서 첫 신부터 써 내려가는 것보다 빠르며, 완성도도 훨씬 높아진다.    

스크리브너 홈페이지 캡쳐



내가 원씬 원카드 형식의 극본 쓰기에 매료된 것은 할리우드의 유명 작가들의 작업방식 때문이었다. 그들 대부분은 인덱스카드 하나에 하나의 씬을 쓴 뒤 그것의 배열을 바꾸고, 새로운 카드를 첨가하는 식으로 구성한다. 그래서 만족스러운 구성안이 나오면, 카드를 하나씩 넘겨가며 일필휘지로 극본을 완성한다. 정작 집필은 빠른 시간 안에 한 호흡으로 쓰고, 구성은 오랜 시간을 들여 가다듬어 정교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이야기의 깊이와 인물의 감정은 더해진다.  

Dustin Lance Black/밀크, 제이 에드가, 빅 러브 등 집필.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 유튜브 캡쳐

스크리브너로 하는 씬 구성


장담하건대, 당신은 스크리브너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다시는 아래한글이나 엠에스워드로 돌아가지 못한다. 


스크리브너는 많은 작가들이 구입해서 시도하다가 포기하나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카드형 집필 방식을 너무 하고 싶어서 나름 노력을 해서 극본 쓰기에만 필요한 부분만 커스터마이즈 하는 데 성공했다. 


스크리브너 역시 옵시디안처럼 자유도가 높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좀 높은 편이다. 하지만 극본 쓰는데 필요한 기능을 만을 30분 정도 시간을 할애해서 익히면 그다음부터는 날아다닌다. 

필자가 사용하는 스크리브너 세 화면 모드


나는 스크리브너를 '바인더 - 코르크보드 - 본문' 이렇게 세 화면 모드로 쓴다. 바인더에는 미니 시리즈의 전체 대본을 넣고 쓰면서 필요에 따라 회차를 넘나들면서 검색이나 씬 편집을 자유자재로 한다. 가운데 코르크 보드 모드에서는 씬의 흐름을 보면서 씬의 위치를 바꾸거나 삭제 또는 추가하기도 한다. 본문에서는 씬 별로 극본을 써나간다. 


앞서 소개한 프로그램은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이지만, 스크리브너는 반드시 익혀서 쓰기 바란다. 내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쉬운 '극본 쓰기에 특화된' 매뉴얼을 제시할 예정이다. 


'실력은 장비에서 완성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하지만 내가 이 말을 할 때는 진담이다. 


이번까지 3회에 걸쳐 얘기한 일취월장 비법의 초급 편과 중급 편에 이어 이번 고급 편까지 마스터하면 당신은 정말 극본 쓰기의 달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다음 회차부터는 당신이 기다리던, 본격적인 극본 쓰기에 돌입한다. 


오래들 기다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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