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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원 Jul 27. 2023

공모에 당선되는 극본쓰기 07.

07. 오프닝은 이렇게 시작하는 게 좋을 것이다.  

 

07. 오프닝은 이렇게 시작하는 게 좋을 것이다. 


당신 극본에서 오프닝 시퀀스를 써보도록 하자. 


그 전에 당신이 얼마나 준비가 되었는지 체크를 해보겠다. 


로그라인, 주제, 그리고 하이콘셉트 등을 정리한 메모가 있는가? 없다면 지금 읽기를 멈추고, 1강, 2강, 3강을 읽고 당신의 이야기를 다시 잘 정리하고 오기 바란다. 


어쩌면 당신은 내가 1강에서 시놉시스 쓰지 말랬다고 해서 엄청 좋아했을 지도 모른다. 1강에서 달렸던 폭발적인 댓글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좋아할 일이 아니다. 시놉시스를 안 쓰는 대신 로그라인, 주제, 하이콘셉트를 준비해야 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시놉시스 몇 배 분량으로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준비가 다 됐다면, 아니, 됐다는 가정 하에서 이제 질문을 다시 던져나가겠다. 


오프닝 시퀀스를 쓰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질문을 바로 이것이다. 


당신이 쓰고자 하는 작품의 결말은 무엇인가?


엥? 시작도 안 했는데, 결말은 무슨?


분명 이런 생각을 한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도 꽤 많이. 하지만 당신은 그들 속에 포함된 사람이 아니길 바란다. 

당신이 쓰고자 하는 극본의 결말을 아직 모른다면, 극본을 시작할 수도 없고, 시작해서도 안 된다.  


많은 초보자들이 결말을 생각하지 않고 다짜고짜 쓰기 시작하는데, 그런 식으로 해서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간혹, 어쩌다 우연하게 괜찮은 작품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것은 결과적으로 볼 때 작가 인생의 독이 될 확률이 높다. 우연히 얻은 좋은 결과는 반복되지 않는 법이다. 

결말은 쓰면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결말을 갖고 시작해야만 한다. 



결말을 알아야 이야기 시작을 어디서부터 할 것인지 정할 수 있다.   



그냥 어떤 막연한 느낌을 바탕으로 스토리의 어느 지점에서 시작할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작가들이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하고 있다. 


왜 그렇게 하냐고 물어보면, 대다수가 이렇게 대답한다. 


"말로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그건 일종의 필(feel)이에요."


이 정도는 양호한 대답이고, 어떤 작가는 작품의 시작을 '그분(?)'이 주시는 거라 말하기도 한다. 


물론, 경력이 있는 노련한 작가의 경우, 작품의 시작점을 필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필은 당신의 필과는 차원이 다른 필이다. 오랜 시간 결말에서 시작을 유추해 온 경험치에서 얻은 필인 것이다.   


당신도 그런 필을 당신의 머리에 장착하고 싶다면, 결말을 먼저 생각하는 버릇부터 지금부터 확실하게 들이도록 해라. 


추리 소설의 여왕인 아가사 크리스티는 작품을 쓰기 전에 항상 결말을 생각하고 나서 도입부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결말을 가장 극적으로 보일 수 있는 시작점을 찾기 위해서였다.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어떤 이가 범인이라면, 그 어떤 이가 절대로 범인일 것처럼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주인공이 죽는 결말이라면, 주인공이 가장 행복한 때가 바로 시작점일 수도 있고, 주인공이 죽기로 맘먹은 순간이 시작점일 수도 있다. 


로맨틱 코미디는 남녀가 가장 싫어하는 지점에서 시작한다. 왜냐, 둘이 사랑하면서 끝나기 때문이다. 멜로에서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유는, 그들 중 하나 또는 둘이 죽는 결말로 끝나기 때문이다. 


미션을 완수하는 스토리는 미션을 받는 순간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이야기의 시작점이 오프닝일까?

그렇지 않다. 

이야기의 시작점 앞에 있는 것이 오프닝 시퀀스이다. 

이야기의 결말에서 시작이 나왔고, 시작에서 오프닝 시퀀스가 나온다(잘 알겠지만, 오프닝 시퀀스 앞에 프롤로그까지 나오기도 한다). 

왜 결말에서 이야기의 시작으로, 이야기의 시작에서 다시 오프닝 시퀀스로 논리를 전개하는가 하면, 이야기를 잘 시작할 수 있는 주인공의 캐릭터를 오프닝에서 소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이야기의 시작에 잘 어울리는 캐릭터, 그래서 결말까지 잘 굴러갈 캐릭터를 이야기의 시작점에서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오프닝 시퀀스는 곧 캐릭터 시퀀스이다. 


곧 공부하게 될 '영웅 서사 구조'에서 이 오프닝 시퀀스는 '보통 세상'에 해당한다. '보통 세상'에서는 주인공이 사는 곳의 묘사와 함께 캐릭터와 꿈(목표)을 보여 준다. 

<글래디에이터>를 오프닝을 예로 들어보자. 

영화의 시작과 함께 막시무스는 전투 준비를 하고 있는 병사들을 살핀다. 이것으로 막시무스는 병사들 위에 군림만 하는 장군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 준다. 뒤이어 이번이 마지막 전투라는 정보가 나오고, 이 전투가 끝나면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막시무스는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전투에 나서는데, 뒤에서 지시만 하고 있지 않고, 병사들과 똑같이 전장에 들어가 적들과 싸운다. 이런 모습 때문에 황제도 병사도 그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주인공의 선택과 행동에서 캐릭터가 드러난다. 


막시무스의 병사를 살피는 행동에서 그의 따뜻함이 느껴지고, 죽음을 무릅쓰고 병사와 함께 싸우는 행동에서 그의 용맹무쌍함이 느껴진다. 또한 두 행동들로 인해 황제가 왜 그를 신뢰하고, 병사들이 왜 그를 왜 존경하는가를 알려준다.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선택을 통해 그의 꿈이 무엇인가도 알려준다.  


로맨스 드라마의 이런 상황을 한 번 생각해 보자. 


화려한 성장을 한 여주가 택시를 타고 가며 통화 중이다. 호텔 레스토랑에서는 여주의 엄마가 선 자리를 마련해 놓고 딸과 통화 중이다. 빨리 오라고. 부유한 남자 집안의 부모가 보이고, 선을 볼 상대  남자가 보인다. 여주는 곧 도착한다며 전화를 끊는데, 바로 앞에 공항이 보인다. 그리고 그녀는 폰에서 프랑스에서 메일로 받은 요리학교 합격증을 본다.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그녀. 


그녀는 선자리냐 해외도피(?)냐 하는 선택지에서 후자를 선택하고,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는 행동을 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그녀가 결혼해서 안온한 생활을 하는 것보다 낯선 곳에서 도전을 꿈꾸는 캐릭터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도전은 그녀의 꿈인 요리사가 되는 일이다. 


 

오프닝 시퀀스에서는 또한 주인공의 꿈(목표)과 매력을 보여줘야 한다. 


<글래디에이터>에서 막시무스의 목표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막시무스가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는가에 대한 스토리로 구성돼 있다. 황제의 신뢰를 질투한 코무두스에 의해 가족이 도륙 당하고 막시무스는 노예 검투사가 된다. 막시무스는 최고의 검투사가 되어 코무두스와의 최후의 대결에서 승리하지만 그 역시 목숨을 잃고... 죽어서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만약 오프닝 시퀀스에서 막시무스의 꿈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면, 스토리는 단지 액션 영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안 됐을 것이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막시무스의 매력은 장군임에도 병사와 똑같이 전투에 참여하는 모습에서 발견된다. 캐릭터의 매력은 동경심과 동질감이 동시에 보여질 때 나온다. 막시무스는 장군이라는 것과 전투를 잘한다는 동경적 요소와 일반 병사와 함께 병사처럼 싸우는 동질적 요소가 같이 보여주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보인다(매력은 별도의 챕터에서 공부하게 될 것이다).    

내가 샘플로 제시한, 다분히 클리셰적인  로맨스 오프닝을 보면, 주인공이 프랑스 요리학교 합격증을 보는 것으로 꿈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그녀의 매력은 일반인들처럼 선을 보는 동질적 요소와 그것을 과감하게 무시하고 해외로 튀는 동경적 요소로 표현하고 있다. 

다음은 <테이큰>의 오프닝 시퀀스를 통해 조금은 딥하게 분석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로그라인은 한물간 전직 특수요원인 아버지가 무자비한 국제 매춘 조직에 납치당한 딸을 구출해 낼 수 있을까, 이다. 주제는 권선징악이긴 하지만, 아버지가 목숨을 걸고 딸을 구해내는 것을 통해 부성애도 때론 모성애 못지않다는 것이기도 하다. 하이콘셉트는 부성애라는 영원한 주제가 전직 특수요원이라는 소재를 만난 스릴러이다.    


<테이큰>의 결말은 전직 특수요원 브라이언 밀스가 딸을 국제인신매매 집단으로부터 구출해 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야기의 시작은? 흔히 납치를 당하는 지점으로 정할 수 있는데, 작가이자 감독인 뤽 베송은 주인공의 딸이 납치를 당하러(?) 프랑스로 홀로 떠나려 하는 지점을 이야기를 시작점으로 정했다.  


그다음 고민은 오프닝 시퀀스에서 캐릭터를 어떻게 소개할 것인가인데 뤽 베송은 주인공 브라이언 밀즈의 캐릭터를 딸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 즉 딸바보로 보여줘야겠다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야 관객들이 딸이 없으면 죽고 못사는 아버지 캐릭터에 몰입해서 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뤽 베송이 브라이언 밀즈를 어떻게 딸바보로 만들었는지 들여다 보자. 


<테이큰>의 오프닝 시퀀스 분석


영화는 브라이언 밀스(리암 니슨)의 꿈(또는 과거 동영상)으로 시작한다. 


브라이언이 찍은 동영상인데, 아내 레이와 함께 어린 딸의 생일을 축하해 주고 있다. 선물은 장난감 말이고, 케이크에는 딸이 5세임을 알려주는 숫자 초가 있다. 생일 축하곡에 이어 딸이 촛불을 불어 끄면…


꿈에서 깨어나는 브라이언, 홀로 사는 거실 소파에서 작은 액자를 품고 잠이 들었었다. 사진을 보고, 소파 옆 협탁에 액자를 세워놓는데, 그 액자에는 말을 타고 있는, 소녀가 된 딸의 사진이 있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전자제품 가게에 가서 평소 눈여겨봐 두었던 노래방 기계를 사고는 집에 와서 정성껏 포장을 한다(그냥 선물을 다짜고짜 사는 게 아니라 이미 여러 번 와서 살까 말까 고민하던 것이었다. 아빠의 마음이 느껴진다).   


브라이언은 노래방 기계를 들고 굉장한 부잣집으로 간다. 많은 사람들이 초대된 그곳에서 그는 경호원에게 제지를 당한다. 자신이 킴의 아버지라고 말하자, 경호원은 아버지는 이 집주인이라 말한다. 자신이 친아버지임을 밝히는 브라이언. 이로써 그는 이혼을 한 상태이고, 딸의 생일날 선물을 주러 왔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때 전부인인 레노어가 나타나고, 그녀를 ‘레이’라고 부르는 그에게 애칭을 부르지 말라고 한다(야박도 하여라). 그는 딸에게 직접 선물을 주고 싶다고 말하지만 거절당한다(딸에게 직접 선물을 전달할 수조차 없는 아버지라니!). 브라이언은 너무나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에게 감정이입을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브라이언에게 감정적으로 연대를 하고, 그가 잘 되기를 바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 애매한 상황에서, 다행스럽게도 딸 킴이 그를 발견하고 달려와 안긴다. 선물을 풀어보는 딸, 노래방 기계가 나오자 전부인은 어이없어하고, 킴의 얼굴에서도 약간 뜨악한 표정이 스친다. 이에 브라이언은 딸의 꿈이 가수라고 말하고, 전부인은 그건 12살 때 이야기라고 받아친다. 그러자 딸은 아빠를 포옹하며 귀에 살짝, 그 꿈을 간직하고 있다고 말한다(딸의 성품이 드러난다. 이런 딸이라면 납치당했을 때 구해줄 맛(!)이 난다). 그 말에 기뻐하며, 그는 선물을 든 딸의 사진을 1회용 카메라로 찍는다. 


그때 딸의 양아버지라는 작자가 진짜 말 한 마리를 끌고 나타난다. 순간 놀란 딸은 노래방 기계를 내려놓고, 달려가 양아버지를 껴안고 사랑한다고 말하곤 말에 올라탄다. 이런 싸가지 없는! 하지만 이 영화는 여기서 딸이 싸가지 없어 보이지 않게 하는 안전장치가 이미 마련해 놓고 있었다. 5살 생일 파티 때 받은 말 인형 선물, 그리고 아빠가 보았던 딸의 말 타는 사진. 즉, 딸은 어릴 적부터 말을 갖는 것이 로망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진짜 말이 선물로 나타나는 순간, 눈이 확 뒤집혀서 뛰어갔던 것이다. 우리는 그런 딸을 감히 싸가지 없다 말할 수 없다. 게다가 그 딸은 아직 성인이 아닌 미성년이지 않은가. 


나도 돈이 있으면 딸에게 말을 사줬을 텐데, 하는 표정으로 딸이 말에 올라타는 것을 쓸쓸하게 바라보는 아빠 브라이언에게 우리는 한없이 감정이입을 한다. 그런 친아버지에게 양아버지가 다가와 인사를 나누곤, 점심 먹고 가라고 한다. 우리는 마음속으로 먹지 마, 그깟 음식 안 먹으면 어때? 하고 외치고, 브라이언은 우리말을 들었다는 듯이 괜찮다고 한다(그의 매력이 다행스럽게도 손상되지 않았다). 그러자 양아버지는 그의 전부인을 데리고 가버리고, 브라이언은 바닥에 놓인 노래방 기계와 함께 멍하니 서 있는데… 


집에 돌아온 브라이언은 오늘 찍은 사진을 ‘킴의 생일’이라는 앨범에 끼워 넣는다. 그리고 그간에 찍은 딸의 생일날 찍은 사진들을 넘겨본다. 우리는 브라이언이 딸의 생일만큼은 꼭 챙기는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기까지 킴의 아버지인 브라이언에 대한 소개다. 이 정도면 딸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아버지 캐릭터가 충분히 설명되었다. 하지만 영화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브라이언이 딸바보임을 계속 인증하는 작업을 한다. 


친구들이 예정되어 있었던 방문을 하는데, 브라이언은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왜? 그는 딸의 생일만을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고기를 굽고 술을 마시면서, 브라이언은 딸 얘기뿐이다. 심지어 과거 그가 친구들(예전에 함께 활동했던 특수요원들)과 함께하는 중요한 임무를 해야 함에도 그 작전에서 빠진 적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딸의 생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는 때문에 은퇴를 했고, 그 결과 딸이 사는 곳 근처에 이사와 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렇게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라니!


브라이언은 친구들과 예전의 경력을 살려 팝의 디바를 공연장에서 경호하는 알바를 한다. 디바의 대기실에서 그는 딸이 가수 지망생인데 해줄 조언이 없느냐고, 딸을 사랑하는 아빠의 티를 굳이 낸다.  


그리고 가수가 공연을 하는 시간, 브라이언은 딸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브라이언은 팝스타의 경호 업무를 수행 중이라며 딸에게 자랑을 하고, 딸은 그런 아빠를 당연히 자랑스러워한다. 딸의 반응에 행복해하는 브라이언. 딸은 내일 단 둘이 점심을 먹자고 하고, 브라이언은 오랜만에 함박웃음을 짓는다(이런 소소한 행복은, 그가 과거 특수 공작원을 할 때는 결코 누릴 수 없었던 것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팝의 디바는 칼을 가진 자의 습격을 받게 되는데, 브라이언이 본능적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그녀를 안전하게 대피시킨다(브라이언의 매력 폭발!). 이에 디바는 생명의 은인이 된 그를 따로 불러, 가수로서 길을 열어주겠다며 보컬 코치 명함을 건넨다(딸에게 줄 선물 득템!).        


그러나 아버지는 딸에게 그 선물을 건네지 못한다. 약속과 달리 엄마와 함께 나온 딸은 프랑스 파리로 친구와 여행을 가는데, 허락해 달라고 말한다. 미성년자인 그녀는 아빠의 허락이 필요했던 것. 딸을 너무 사랑하는 아빠는, 딸의 안전이 염려돼 허락을 해주지 않는다. 딸은 실망해서 울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전부인과 그는 말다툼을 한다. 딸에게 정말 아빠가 필요할 때는, 나라를 위한답시고 밖으로 떠돌았던 사람이 이제 와서 무슨 자격으로 아빠 노릇이냐는 것이다(이 대사는 상당히 클리셰스럽지만 매우 효과적이다). 


이에 브라이언은 딸을 찾아가, 매일 자기 전에 전화해 주는 것을 조건으로 허락을 해준다. 공항으로 딸을 바래다주면서 하는 대화에서 딸은 아버지가 뭘 하던 사람이었냐고 묻는다. 정부를 위해 일했다는 아빠에게, 딸은 ‘그때가 그립냐’고 묻는다. 이에 아빠는 그 대답을 하는 대신 자신에겐 딸이 가장 소중하다고 말한다(혹시 시청자가 못 알아차렸을까 봐 캐릭터가 자기 입으로 말해주는 수고로움까지). 이렇게 테이큰의 주인공의 캐릭터 설명은 끝난다. 


이제는 딸이 납치당하고, 그것을 알게 된 브라이언이 과거 특수공작원 시절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딸을 구하는 일만 남았다. 캐릭터 세팅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덧붙이자면, 정부를 위해 비밀스러운 임무를 수행했던, 그래서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들은 대개 가정이 파탄나 있기 마련이다. 이런 주인공들은 관객들에게 심정적 지지를 기본적으로 얻고 들어간다. 게다가 딸을 이토록 사랑하는 아버지라니! 이후 벌어지는 인신매매범에게 납치되는 딸을 구하기 위한 한 아빠의 집념의 추적극은 관객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 낼 수밖에 없었다. 


사족으로 하나 더. 무조건 딸이 납치되었으면 구해야 하지만, 그 딸이 어떤 딸인가 하는 문제는 스토리에서 몰입도적 측면에서 볼 때 꽤나 중요한 문제다. 브라이언의 딸 킴은 생일 선물로 받은 노래방 기계가 맘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걸 사 온 아빠에게 면박을 주는 엄마와는 달리, 아빠에게 가수의 꿈을 아직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맙다며 자신의 인성이 드러낸다(로버트 맥기는 결정의 순간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서만 성격이 드러난다고 하지 않았는가). 또한 그녀는 아빠와 헤어져 살면서도 아빠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한다. 게다가 성년을 앞둔 미성년의 끄트머리에 있는 보통의 여자처럼 생각하고 행동함으로써 현실감을 준다. 즉, 그녀는 당연히 구해줘야만 하는 그런 딸인 것이다.



 당신이 오프닝 시퀀스를 구성하는데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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