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원 Aug 05. 2023

공모에 당선되는 극본쓰기 08

다양한 오프닝 시퀀스 part 1


* 지난 07번 강의가 올라오자마자 읽은 분들은 수고스럽더라도, 다시 한번 읽고 오셨으면 합니다. 상당 부분이 수정이 되었고 그 원고가 훨씬 핵심을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니 공부하는 셈 치고, 다시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다양한 오프닝 씬들을 통해 감을 잡도록 하자. 


지난 강의에서 나는 오프닝 시퀀스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다. 동시에 어떻게 써야 하는지,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지도 말했다. 하지만 그걸 알려줬다고 해서 당신이 오프닝 시퀀스를 잘 구현해 내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당신은 아마도 아하, 그렇구나 하는 선에서 내 다음 강의를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근데 그러면 분명히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 강의가 올라오면, 그것을 즐기는 선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아주 뽕을 뽑아서 당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뼈에 새겨서 잊지 말아야 하고, 영어회화하듯 달달 외워 몸에 육화 시켜서 극본을 집필할 때 자동으로 튀어나오게 해야 한다. 


나는 작법을 강의하면서 그 내용을 공식으로 만드는데 신경을 많이 써왔다. 연재하는 글에서 굵은 글씨로 표현되는 것이 대부분 그런 것들이다. 그런 극본 공식을 달달 외우고, 그 공식으로 극본 또는 영상을 보는 훈련을 하면 구조들이 훨씬 잘 보일 것이다. 영문법을 공부하면 영어 구조가 잘 보이듯 말이다. 


극본 쓰기에서 작법은 어떤 외국어의 문법과도 같다. 그 외국어에 유창해지면 문법을 공부하고, 예문을 수도 없이 읽고 말해봐야 한다. 이번 강의는 지난 회차 오프닝 시퀀스 강의의 주요 예문과도 같은 성격의 글이다. 


오프닝 시퀀스에서는 주인공이 어떤 캐릭터이거나, 또는 어떤 상황에 처했거나를 보여줘야 한다.     


보통 두 가지가 다 들어가 있지만, 작가의 의도에 따라 한 가지가 강조된다. 


그리고 너무 중요해서 다시 한번 강조하는 의미로.


주인공은 꿈(목표)이 있어야 하고, 선택하고 행동함으로써 캐릭터를 드러내야 한다. 


바로 시작한다. 



<하우스 오브 카드>


<하우스 오브 카드>는 초기 넷플릭스를 하드 캐리한 정치 드라마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케빈 스페이시를 내세워 연출한 명작 드라마이다. 사악하기 이를 데 없는 주인공 프랭크가 권모술수를 써서 정적을 제거하며 권력을 향해 나아가는 스토리이다.  


차가 급브레이크를 밟아 끼익 하는 소리와 개가 깨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그 소리를 들은 프랭크가 현관문을 활짝 열고 나오는 것으로 드라마가 시작된다. 


차는 뺑소니를 쳤고, 옆 집 개는 죽어가고 있다(개는 보이지 않고, 화면 아래 있는 것으로 설정). 


프랭크는 화면을 보며 말하기 시작한다. 


"세상엔 두 종류의 고통이 있죠. 더욱 강해지게 도와주는 고통과 아프기만 한 쓸데없는 고통이죠. 그런 쓸데없는 것들은 딱 질색이에요. (화면에 보이진 않지만, 개의 목을 조르며) 이런 때일수록 누군가 나서야죠. 썩 달답지 않은 일에 총대를 멜 사람... (개의 숨이 끊어지고) 이제 됐어요. 이젠 아프지 않아요."


이 한 씬에서 프랭크는 자신이 궂은일을 도맡아서 하는 일종의 해결사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런 일을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해내는 냉정함과 잔혹함을 갖췄음을 알려준다. 죽이기로 선택하고, 숨통을 끊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다음 씬에서 프랭크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손을 씻고, 아내의 드레스 지퍼를 올려주고 신년 파티에 간다. 정치인들이 모인 그 파티에서 프랭크의 말이 이어진다.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을 혼자서 소개하다가 말미에 자신을 원내 부총무라고 하고는, 


"자잘하고 피곤한 일로 늦어지는 의회를 진행시키는 역할이죠. 막힌 하수구를 뚫고 찌꺼기를 밀어내는 일이랄까요? 하지만 배관공 시절도 이제 끝났습니다. 전 할 만큼 했어요. 줄도 잘 섰고요. 해준 게 있으니 이제 받아야죠. 워싱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첫 씬에서 캐릭터를 보여줬다면 이 씬에서는 그 캐릭터가 구체적인 직업(원내 부총무)을 만나 어떤 일(아마도 더러운 일)을 하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꿈이 무엇인지도 알려준다. 그 꿈이란 짐작하기에, '궂은일들을 많이 한 것에 대한 보상'인 것이다. 


이렇게 오프닝 시퀀스가 짧고 임팩트 있게 배치돼 있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본격적인 이야기는 프랭크가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보상은커녕 토사구팽을 당하자 깊은 빡침을 느끼고, 자신의 주특기(더러운 일을 눈 깜빡하지 않고 해내는)를 사용해 권력의 중심으로 가는 것이다. 




<엠파이어>


뮤직 비즈니스의 세계를 다룬 시리즈 <엠파이어>는 단 한 씬으로 주인공이 어떤 캐릭터인가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 가를 동시에 보여준다. 


화면이 열리면 녹음 부스에서 여자 가수가 애절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밖에서는 녹음 관계자들과 제작사 대표인 루시어스가 모니터링을 하는데 맘에 들지 않자 토크백 스위치를 누르고 말한다. 


"내일 당장 죽을 것처럼 불러. 이게 마지막으로 부르는 노래처럼. 알겠어? 음악으로 네 영혼을 보여줘. 다시 해."


다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는데, 플래시백으로 그가 시한부 선고를 받는 장면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의 얼굴에 슬픈 표정이 흐른다. 그러더니 갑자기 감정이 안 나와서 '안 되겠다'라고 말하며 일어나 녹음 부스로 들어가서 여가수에게 말한다. 


"1년 전을 떠올려봐. 총에 맞은 네 동생의 시신을 확인했을 때... 기분이 어땠지? 죽은 동생을 봤을 때 기분이 어땠어?"


루시어스는 나가면서 '다시 해'라고 하고, 여가수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는데, 애절하기 그지없다. 결국 녹음은 성공적으로 끝나고, 루시어스는 지켜보던 스텝들과 만족스러운 듯이 악수를 한다. 


이 이야기는 죽음을 앞둔 루시어스가 부르는 마지막 노래인 것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부터는 얼룩소에서 ㅎㅎ 


부탁 드립니다. 


https://alook.so/posts/2xtMlzw

 






* 함께 분석했으면 좋을 것 같은 작품을 댓글로 추천해 주면 다음 강의에 반영하겠습니다.


** 좋아요, 팔로잉, 응원댓글은 옵션이 아니라 디폴트입니다.   


*** 최근에 알았는데, 얼룩소는 구독 시스템이 아니더군요. 페북이나 인스타처럼 팔로잉을 하면, 마이 홈에 피드를 뜨는 거랍니다. 참고하세요. 

작가의 이전글 공모에 당선되는 극본쓰기 0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