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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원 Sep 08. 2023

원 포인트 레슨 : 극본 쓰는 법

이제 더 이상의 극본 쓰는 법은 없다. 이걸로 끝!

사실 방송극본이나 시나리오를 배우러 가는 망생이 상당수는 극본(시나리오) 쓰는 법을 모르고 간다. 왜냐하면 강좌에서 당연히 그것부터 배울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 가르쳐 주는 곳은 많지 않다. 


놀랍지 않은 가? 극본 쓰기 강좌에서 극본 쓰는 법을 안 가르쳐 준다는 것이? 


하지만 사실이다. 가르쳐 주는 곳이 별로 없다. 

때문에 본인이 어떻게든 터득해서 와야 하고, 아니면 첫 작품을 제출할 때까지 어떻게든 방법을 습득해야 한다. 


극본 쓰는 법은 딱히 가르치기도 배울 것도 없다. 그래서 막상 가르치려 하면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가르쳐야 할지 감을 잡기 힘들다. 그래서 '수강생이 극본 쓰는 법을 다 숙지했다'치고 바로 '작가 정신'이나 '취재하는 법' 등 정말 안 배워도 되는 것을 가르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때 용기를 내서 물어보면, 보통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좋아하는 작가의 극본을 구해서 필사해 보세요!"


맞는 말이다. 나도 그렇게 말한 적이 많다. 


사실 필사를 해 보면, 극본 쓰는 법을 터득할 수 있다. 게다가 필사는 '가장 느리고 완벽한 독서'이기 때문에 극본 형식 외에 배우는 것이 많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는 '극본 쓰는 법'만을 터득하는 데에는 불필요한 시행착오와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극본 쓰기만을 배우는데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일인가?


극본 쓰는 법을 뚝딱 해치운 뒤 작품 속에서 작가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게 훨씬 낫지 않는가?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지금 나한테 한 방에 뚝딱 배우기 바란다. 


하나의 극본(드라마의 경우)은 보통 수십 개의 씬으로 구성되어 있다. 때문에 극본을 쓴다고 하는 것은 씬을 연속적으로 쓰는 것이고, 따라서 씬을 쓰는 법을 배우게 되면 극본 쓰는 법은 끝나는 것이다.  


씬(scene)은 무엇인가?


한 장소에서 이뤄지는 이야기의 단위이다. 보통 한 개 이상의 컷들로 구성된다. 


그렇다면 컷(cut)은 무엇인가?


숏(shot)이라고도 하는데, 카메라를 작동시키는 시점에서 끝나는 시점까지 한 번에 촬영된 결과물을 말한다. 


한 개의 컷(숏)이 하나의 씬으로 되어 있다면, 그걸 원 씬 원 컷(one scene one cut)이라고 한다. 보통 뮤직 비디오에서 많이 쓰이며,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롱 테이크(long take)라고 해서 예술적인 의도 등의 이유로 한 장면을 한 컷으로 길게 찍을 때 사용된다. 


이런 씬들이 모여서 한 편의 극본을 이루지만, 그전에 알아야 할 단위가 있는데, 그게 바로 시퀀스이다. 


시퀀스(sequence)는 무엇인가?


시퀀스는 한 개 이상의 씬들이 모여 어떤 흐름을 가진 이야기를 만드는 단위이다. 이 시퀀스들이 모여 하나의 시나리오(scenario) 또는 극본(script)이 된다.

보통 시퀀스는 페이드 인(fade in, F.I.)으로 시작해 페이드 아웃(fade out, F.O.)으로 끝난다. 페이드 인은 화면이 밝아지는 것이고, 페이드 아웃은 화면이 어두워지는 것이다. 


보통 60분 물 극본은 보통 4개의 시퀀스에서 6개 시퀀스로 이뤄져 있다. 최근에 발표되는 작품은 시퀀스 숫자가 많은 편이다. 시퀀스가 많을수록 이야기가 스피디해지지만,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급급하게 돼서 작품의 메시지가 잘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

다음의 씬들로 이루어진 시퀀스를 보자. 


S#1. 어느 도로 (N)


F.I. 경찰들이 음주 검사를 하고 있다. 경찰이 경광봉을 들고 차량을 도로가로 인도 중이고... 도로가에서는 정복을 입은 수진, 윈도우를 열지 않고 있는 차량 옆에 서 있다. 화가 잔뜩 났는데...  


경찰1      (E) 도난차량은 아니라는데요. 


수진, 돌아보면 경찰1, 무전기를 들고 다가오고 있다. 


수진        (혼잣말) 그럼, 뭐야? (유리창 두드리며) 이보세요! 이것 좀 내려 보세요!


꼼작도 않는 차. 수진, 짜증 나 미치겠다. 주변 경찰들이 다가오고...  

수진       (두드리며) 공무집행 중입니다. (문을 열어보지만 안 열리고) 이봐요! 정말 이러실 겁니까?


빵빵 거리는 소리. 모여든 경찰들 때문에 차량 정체가 일어났다. 사람들 나와서 보고. 수진, 경찰 1에게 무전기를 받아서는 


수진        (무전기 버튼을 누르고) 현재 2343 차량. 검문을 불응하고 있습니다. 

본부        (F) 알겠습니다. 강제 견인 조치하겠습니다. 


S#2.            견인 몽타주 


수진이 보는 가운데, 레커차가 검문불응 차량을 들어 올리고 있다. 

수진이 조수석에 탄 레커차가  차량을 견인해 달리고 있다. 

레커차가 경찰서 입구를 통과하고 있다. 정문 보초의 경례에 수진, 경례로 답한다. 

기술자가 주차장에 세워진 차량의 문을 따면, 수진이 문을 연다. 체념한 듯 고개를 떨군 운전수...  


수진        (Na) 그 시절 나는 교통과에서 근무 중이었고, 그날은 내 인생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사람을 만난                     날이었다. 


S#3.            교통과 사무실 (D)


인서트) 경찰서 건물  

수진, 책상에 앉아 맞은편에 앉은 운전수의 조서를 꾸미고 있다. 


수진         음주 측정 거부하셨고요. 혈중 알코올농도 0.12... 음주운전이 문제가 아니라....

운전수      (말 자르며) 저 운전 안 했습니다!

수진         (기가 막힌) 네? 

운전수      술에 취해서 운전 안 하고 잤습니다. 

수진         그럼 제가 본 건 뭐지요?

운전수      (O.L.) 전 안 했다고요! 

수진         우겨도 소용없으세요. 저희 CCTV 아래에서 단속하거든요. 까보면 다 나와요. 

운전수       (놀라는)  ....!


플래시백. 죄수복 입은 운전수가 감옥 창살을 잡고 절규하고 있다. 


운전수        (표정 일그러지는) 안 돼요. 안 된다고요. 


수진, 절레절레 고개를 흔드는데..... 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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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허접한 시퀀스지만 극본을 쓰는데 꼭 필요한 용어와 기법이 다 들어가 있는 샘플이다. 이제 하나씩 살펴보면서 극본 쓰는 법을 읽혀보자.  


다음은 얼룩소에서 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얼룩소와 브런치 양쪽에 좋아요 부탁드려요. 




https://alook.so/posts/2xtMjb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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