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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원 Sep 06. 2023

공모에 당선되는 극본쓰기 13

감정이입을 못 시키면 끝장나는 거다.

이제 '감정이입'에 관한 이야기를 할 차례이다. 


당신이 이제까지 내 강의를 쭉 읽어왔다면 '감정이입'이 극작술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을 것이다. 허구의 이야기를 '불신의 자발적 정지'를 해서 실제처럼 받아들이는 것의 근간은 바로 감정이입이다. 캐릭터의 매력도 감정이입을 통해야만 비로소 느껴진다. 뿐만인가. 감정이입은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응원하게까지 되고, 호기심을 이끌어 내 스토리를 끝까지 따라가게 만든다. 


이렇게 중요한 감정이입일진대...

왜 당신이 가진 작법책들엔 왜 '감정이입'을 다룬 챕터가 없는 것일까? 내가 가진 수백권의 작법책에도 없다. ㅠㅠ


내 말을 못 믿겠으면, 지금 당신의 서가에 꽂혀있는 작법서들을 모두 꺼내서 감정이입이란 챕터가 있는지 찾아보라. 


없을 것이다. 아니, 단언컨대 없다(심지어 로버트 맥키의 책에도 없다). 

그러니 이번에도 당신은 닥치고 내 강의를 읽어야만 한다. 


감정이입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인가?


감정이입은 관찰자가 어떤 대상에게 자신의 마음을 투사하여 일체감을 느끼는 정신 행위이다.  


감정이입은 우리가 이야기를 접할 때 그 안에 빠져들게 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는 주로 주인공에게 자신의 마음을 투사해서 일체감을 느낀 뒤 그의 입장이 되어 이야기의 롤러코스터에 올라탄다. 때문에 이야기를 보면서 감정이입이 되지 않으면, 이야기에 집중도 되지 않을뿐더러 재미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작품을 감상함에 있어서 가장 필수적인 요소가 감정이입인데, 거의 모든 작법 책들이 다루지 않고 있다는 것은 사실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한 동안 나는 이것이 작법책 저자들의 책임 방기라고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그들은 감정이입이 작법의 영역이 아니라, 심리학이나 인문학의 영역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작법은 심리학과 결합할 때 파워풀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최근 내린 결론은 작법책을 쓰신 훌륭한 선생님들은 감정이입은 저절로 알고 있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말이다. 왜냐하면 감정이입이야 말로 기본 중의 기본 중이니까. 그래서 누가 하나가 감정이입을 다루지 않으니까, 그 이후에 작법책을 쓴 작가들도 자연스레 당연하다는 듯 다루지 않은 것만 같다. 


즉, 대가들 입장에서 감정이입은 당신이 작법책을 보기 전에 이미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근데, 솔직히 모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사실 모르는 게 문제는 아니다. 모르면 배우면 되는 것이니까. 정말 큰 문제는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것이다. 


그게 그동안 당신에게는 바로 감정이입이었던 것이다. 


대가들은 당신이 감정이입에 대해 모른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어떻게 극본을 쓴다면서 그걸 모를 수 있지? 이래서 천재들은 초보자들을 가르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자기가 저절로 알게 된 걸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맨땅에 헤딩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작법을 축적해 온 사람 말이다. 


각설하고, 본격적으로 감정이입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사실 이 전의 나의 강의를 통해서 여러 차례 감정이입에 대해 언급했다. 따라서 당신은 감정이입이 무엇이고, 어떻게 일어나는지 알게 되었을 것이다. 때문에 이번 강의는 새로운 것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가 몇 회에 걸쳐서 얘기해 왔던 것을 정리하는 게 될 것이다. 


감정이입은 나와 인물 간의 동일시에서 시작되며, 동일시의 최소 요건은 인물에 대한 호감이다.


인물에게 강력한 매력을 느끼면 더 좋겠지만, 호감 정도만 느끼는 선에서도 충분히 동일시되며 감정이입이 이루어진다.


왜냐하면, 호감은 매력의 시작점이자 전제 조건이며 기준점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감상할 때 제일 먼저 주인공의 캐릭터에서 동질감을 찾는다. 그래서 호감이 느껴지면, 그다음 단계로 동경할 것 또는 동정할 것을 찾는 것이다. 물론 순서가 바뀌기도 하고, 동시에 보이기도 한다. 


결국, 호감에서 시작해서 매력까지 느끼게 되면, 감정이입이 확실하게 된 것이라 보면 된다. 그다음부터 시청자들은 즐기는 일만 남는 것이다. 


사실 캐릭터에 호감을 느낀다거나, 매력을 느낀다거나, 감정이입이 된다는 것은 '불신의 자발적 정지'적 측면에서 볼 때 거의 같은 것이다. 하지만 이들 간의 온도차이는 존재한다. 


호감은 매력의 부분집합이고, 매력은 감정이입의 부분집합이다. 



즉, 호감 < 매력 < 감정이입


이는 시청자가 감정이입을 하는 데 있어서 매력 외의 요소가 있다는 뜻이다 


그 매력 외적인 감정이입의 요소에 대해서 설명하기 전에 내 유년 시절의 '썰'을 먼저 만나 보도록 하자.  


저의 매력적인 유년 시절의 썰을 얼룩소에서....  


감사합니다. 꾸벅. 


 

https://alook.so/posts/M9t8j4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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