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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원 Sep 02. 2023

공모에 당선되는 극본쓰기 12

매력은 어떻게 유지하는가?

나는 얼룩소에서 이렇게 강의형식으로 글을 쓰는 게 너무 좋다. 


오프라인 강의로 한다면, 시간 제약이 있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얘기들을 충분히 할 수가 없다. 


오늘은 지난 강의였던 '매력'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 보도록 하자. 


당신은 아마도 지난 시간에 캐릭터의 매력에 대해서 충분히 알게 됐을 것이다(내가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댓글들을 보니 더욱더 그런 확신이 든다). 오늘은 캐릭터의 매력을 어떻게 구사하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내가 늘 얘기하지만 이론만 가지고는 안 된다. 실제로 극본을 쓸 때 적용할 수 있도록 연마해야 한다.  


혹시, 지난 주말에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UFC 경기를 본 사람?



거기서 '코리안 좀비' 정찬성과 미국 출신의 맥스 할러웨이가 맞짱을 떴다. 정찬성은 경기장에서 절대로 물러서지 않고, 저돌적으로 공격에 임한다고 해서 '코리안 좀비'라는 별명을 얻은 파이터이다.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나는 정찬성처럼 화끈하게 경기를 하는 사람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세월은 무쇠도 녹인다고, 정찬성 역시 세월을 비껴갈 수는 없었다. 


정찬성은 시종 맥스에게 밀렸고, 2회전에서는 거의 질 뻔하면서 체력을 다 소진했다. 정찬성이 이기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다른 선수라면 3라운드에 가서는 슬금슬금 꼬리를 빼거나, 전략을 수정해서 나왔을 것이었다. 하지만 정찬성은 3라운드 공이 울리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섰고, 결국 맥스의 한 방에 그대로 녹다운 돼 버렸다. 


"나는 챔피언이 목표인 사람이다. 할러웨이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고 후회 없는 경기를 했다. 난 3등을 하려고 격투기를 한 게 아니다. 톱랭커를 이기지 못했으니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은퇴선언. 정찬성은 말도 참 멋들어지게 한다. 그는 진짜 할러웨이를 이기려고 최선을 다했다. 


"정찬성은 레전드이다. 죽거나 죽이거나였던 싸움에서 내가 살아남은 건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좀비의 마지막 상대였다는 게 영광스럽다."


정찬성이 주인공이라면, 빌런인 맥스 할러웨이도 멋진 말을 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좀비는 방패로 싸우는 사람이 아니라 검으로 싸우는 사람이다. 오늘 마지막까지 그는 검을 들었고, 그것이 팬들과 내가 그를 사랑하는 이유다. 나는 좀비처럼 은퇴하고 기억되고 싶다. 기록이나 숫자로 기억되는 사람이고 싶지 않다. 좀비처럼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맥스 할러웨이가 정찬성의 매력을 정확하게 말했다. 


정찬성의 매력은 일단 격투기에 대한 태도에서 드러난다. 그는 결코 물러서지 않고, 상대에게 맞을수록 더 들이대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난다. 그리고 항상 상대에게 존중을 표하고, 졌을 때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상대를 추켜 세운다. 때문에 그에게는 수많은 팬들이 있는 것이고, 맥스의 말처럼 그는 단지 기록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아닌 것이다. 


어쩌면 훗날, 누군가가 정찬성 일대기를 영화로 만들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당신에게 시나리오를 의뢰할지도 모르겠다. 그때 제안을 당신이 받아 들인다고 가정해 보자. 


(이 다음부터는 얼룩소에서 ㅎㅎ. 그래도 라이킷 해주실 거죠?)


https://alook.so/posts/BatqR4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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