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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원 Aug 24. 2023

공모에 당선되는 극본쓰기 11

매력이 뭔지 확실하게 가르쳐 주겠다.


혹시 <공모에 당선되는 극본쓰기>의 진도가 더디게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벌써 11강인데 아직 오프닝 시퀀스에서 머물고 있으니까 말이다. 빨리 중간점을 지나고, 클라이맥스와 결말을 쓰고 싶은데 말이다. 


하지만 당신은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빨리 코스를 끝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 발자국 씩 꾹꾹 즈려밟으며 제대로 가는 것이다. 당신은 시놉시스를 안 써도 된다는 말에 속아 여기까지 왔는데, 아직도 얼마나 더 가야 한다고 불평할 수도 있다. 나한테 네다바이 당했다고 말이다.  


좋다.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지극히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 보자. 이렇게 극본을 쓰기 전에 해야 할 게 많고 챙겨야 할 게 많은데, 어떻게 그동안 당신은 고작 종이 몇 장짜리 시놉시스를 놓고 일을 한 거지? 

그래서 당신은 아직도 망생이 신분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시놉시스부터 쓰는 방식으로 해서 당선돼서 잘 나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 부러워하지 말기 바란다. 기본기를 갈고 닦은 당신이 어느 순간, 그들을 앞지를 수 있을 것이고, 일단 그런 일이 일어나면 다시는 뒤처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왜냐? 당신은 내게서 탄탄한 기본기를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느리더라도 확실하게 배우고 가는 작가가 결국엔 승리한다. 

당신이 만약 축구선수가 꿈이라 할 때, 나는 지금 공을 만질 때가 아니라 기초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체력이 완성되면, 비록 골을 넣지 못하더라도 90분 내내 뛸 수가 있다. 그게 골 한 골 넣고 방전되는 것보다 훨씬 낫다. 

기본기가 충실한 사람은 성공하지는 못해도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작가에게는 성공하는 것보다도 실패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놈의 드라마 판은 실패하면 재기할 기회를 좀처럼 주지 않는다. 때문에 실패하지 않으면서 작가에게는 꾸준하게 작품을 발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작품 발표를 꾸준하게 할 수 있으면, 명작도 나오고 걸작도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바닥에는 바로 기본기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이 기본기에 충실하다면, 요즘 드라마의 가장 큰 문제인 후반부에 스토리가 황당하게 무너지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요즘 작가들의 작품이 용두사미가 되는 가장 근본 적인 이유는 기본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본기가 부족하면 초기 세팅에서 실수를 하게 된다. 그 실수는 캐스팅을 하고 편성을 받을 때까지도 발견되지 않는다. 하지만 촬영이 시작되고 극본이 중간 정도 넘어가면, 그때서야 드러난다. 그걸 바로 잡으려면 처음부터 손을 봐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 리가 없다. 그저 괴로워하면서 작품이 망가져 가는 것을 수수방관하는 수밖에 없다.  


기본기가 튼튼한 사람은 초기 세팅에서 좀처럼 실수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초기 작업을 하면서 뒷부분의 중요 플롯 포인트를 계속 체크해 가며 시뮬레이션을 해 본다. 그러다 막히면 초기 세팅을 다시 손 보고, 다시 시뮬레이션을 해본다. 거시적으로 보고, 미시적으로 보는 작업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작가의 일이다. 


중요한 사실 하나. 


당신이 작업을 함께 하는 감독이나 프로듀서는 당신이 해야 하는 시뮬레이션에 대해서 1도 관심이 없다. 그들의 관심은 오직 편성이다. 그래서 일단 편성을 받기 위해 당신에게 온갖 피드백을 다 준다. 하지만 그것들을 취사선택하지 않고 다 받아 들이게 되면 편성이 되더라도, 나중에 피의 대가를 치를 수가 있다. 그들의 피드백은 지금 당장은 그럴듯하지만 나중에 독이 되거나 스토리의 힘을 빠지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어떤 인물이 있는데, 임팩트를 위해서 감독이 죽이자고 한다면, 작가는 그의 의견을 받아들이기 전에 그 인물을 살렸을 때 나중에 어떤 유리한 점이 있을까 시뮬레이션을 통해 체크해 봐야 한다. 후반부에 스토리가 무너지는 것은 전적으로 작가 책임이다. 


지금 내 강의를 잘 따라오면 기본 세팅을 잘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후반부에 스토리가 무너지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내가 그랬지 않은가. 


나는 당신을 못 가르칠 자신이 없다고.  

그러니 닥치고, 백 투 베이식(Back To Basic)! 


오늘도 기본기 하나를 제대로 다지고, 뽕까지 뽑아보기로 한다. 


오늘은 일단 아래로 스크롤을 내려서 어떤 작품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지 한 번 보도록 해라. 

(그리고 내려간 김에 나중에 잊을 수도 있으니 '좋아요'를 눌러주고 오도록 한다).  


극본의 오프닝 시퀀스를 얘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캐릭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캐릭터가 주제이고, 곧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이야기는 바로 캐릭터의 '매력'이다. 


“주인공 캐릭터에 매력이 없네요.”


내가 예전에 프로듀서들에게 자주 듣던 말이다(부끄럽지만 요즘도 듣는다).


“그렇군요. 근데 캐릭터의 매력이란 게 뭔가요?”


나는 정말 몰라서 물었는데, 프로듀서들은 내가 무슨 반항이라도 하는 줄 알고 얼굴을 붉히기 일쑤였다. 

근데 솔직히 당신도 그렇지 않은가? 당신이 만든 캐릭터에 매력이 없다고 하면, 정말 묻고 싶지 않은가? 매력이 대체 뭐냐고.


문제는 프로듀서도 매력이 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작가님, 저를 능멸하시는 건가요?”


아니, 몰라서 물었는데, 능멸한다니. 그건 역으로 보면, 지가 나를 능멸한 거 아닌가?

실제 있었던 일이다.  

어쨌든 하도 그런 얘기를 듣다 보니까 ‘매력의 실체’를 한 번은 제대로 파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 있는 수많은 작법 책들을 뒤졌지만 매력에 대해 말해주는 책은 없었다(혹시 매력에 대한 설명이 있는 작법 책 보신 분 제보 바랍니다). 

이번엔 ‘매력’이란 단어가 제목에 들어간 책들을 구입했다. 의외로 실용서에서 작법에 적용할 핵심을 얻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었다(내 경우에는 선거 전략 책에서 작법에 대한 인사이트를 꽤 얻은 경험이 있다).


미치는 줄 알았다. 왜? 없었으니까. 


매력을 소재로 책 한 권을 할애한 책들에서도 내가 찾아 헤매고 있는 매력에 대한 통찰이 없다는 것은 사실 충격이었다. 그런 책들은 대개 이런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김연아가 이런이런 마음씨를 가지고 있고, 이런 행동들을 했고, 이런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매력적이지 않습니까!


나는 울고 싶었다. 다 좋은데, 대체 매력의 실체가 뭐냐고?


자칭 매력 전문가, 매력 전도사라는 분들이 내린 매력의 정의는 굳이 말하자면 이렇다. 


"여러분, 매력이란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분명 인간에게 존재하는 것입니다."  


지랄 염병. 하나마나한 소리다.  


매력이 뭔지 몰라 좌절한 나는 삐뚤어졌다. 그래서 내가 창조한 캐릭터를 씹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대체 매력이 뭐냐고 불량스럽게 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매력은 동경할 만한 요소를 가진 인물이 나와 비슷한 사람임을 깨닫게 될 때 생깁니다.”


나와 작업을 했던 감독이 내게 말했다.  


심봤다! 드디어 찾은 것이다. 

그가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 누구한테 들었는지, 아니면 혼자 터득했는지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 어느 책에서도 알려주지 않았고, 매력에 관한 책을 낸 매력 전문가와 전도사도 정의하지 못했던 '매력의 실체'를 드디어 알게 된 것이었다. 

이후, 나는 매력에 관해 연구해 발표한 국내 어느 논문에서도 같은 내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얼마 뒤 나는 매력의 정의를 공식으로 만들었다. 


매력 = 동경심 + 동질감


즉, 매력은 캐릭터에 대한 동경심과 동질감이 동시에 느껴질 때 생기는 것이다. 


아직은 감이 잘 오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얼굴 천재 차은우가  커피숍에 들어와 아메리카노를 한 잔 주문하고는 멋진 자세로 테이블에 팔을 기대고 뭐가 즐거운지 콧노래를 부른다. 그냥 화보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은혜롭다. 이윽고 커피가 나오자 눈을 감고 향을 깊게 음미한 다음 ‘잘 마실게요’하곤 윙크까지 날리며 커피숍을 나간다. 그러면 카페 아르바이트생,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는다.


만약, 당신이 이런 장면을 보고 ‘매력이 철철 넘친다’고 생각한 다면, 당신의 작가적 미래는 그리 밝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동질감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은 것이다. 그저 잘생김이라는 동경적 요소 밖에 없는 것이다. 


매력의 핵심은 동경심이 아니라 동질감이다. 


동질감은 나만 할 것 같은 것을 그 사람도 하는구나 생각될 때 가장 강력한 효과를 낸다.


자, 그럼, 위의 이야기에서 동질감을 사용해서 캐릭터의 매력을 한 번 만들어 보자.


... 이윽고, 커피가 나오자 눈을 감고 향을 깊게 음미한 차은우는 ‘잘 마실게요’하곤 커피숍을 나가다가 그는 ‘아차!’하고는 카운터로 돌아온다. 카페 아르바이트생, 왠지 긴장된 모습이고. 카운터에 커피를 내려놓은 그는, 지갑에서 쿠폰을 꺼낸다.


"스탬프를 안 받아갈 뻔했네요."


남자가 선한 미소를 짓고, 카페 아르바이트생 역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당신은 아, 나도 쿠폰에 스탬프를 받는데, 저 잘 생긴 차은우도 그러네... 와 매력 쩔어!


이어지는 내용은 얼룩소에서 읽어주세요^^;


https://alook.so/posts/YytDr7l?utm_source=user-share_LZtMQ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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