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레나 루밸라: 정서복원소 』
휴식 / 죄책감 / 도태 불안 / 머무름의 두려움 / 오래된 로망 / 여행결심
휴식이란 게 원래 이런 걸까.
쉬는 날인데 마음이 더 분주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나를 뒤처지게 만드는 것 같고,
남들은 저만치 앞으로 가는 동안
나만 멈춰 있는 듯한 느낌.
쉼을 선택했는데도
불안이 자꾸만 나를 밀어 올렸다.
그 불안을 잠재우고 싶어
책장을 정리하고,
서랍을 뒤적이고,
뭔가 ‘생산적인 일’을 억지로 찾던 순간.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한 물건이 손에 잡혔다.
여권.
만들어두고도 한 번도 쓰지 못했던 페이지들.
그 여권을 펼치는 순간
묘하게도 오래된 감정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맞다…
나는 언젠가 여행을 참 사랑했었지.”
바쁘다는 핑계,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핑계,
언젠가는 갈 수 있다는 핑계.
그 모든 핑계들이
내 꿈 위에 얇은 먼지처럼 쌓여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권을 펼친 그 순간
내 마음 어딘가가 아주 작게 밝아졌다.
“여행… 가볼까?”
아무 계획도 없고
아무 대책도 없지만,
그 생각 하나가
묵직했던 하루에 작은 숨구멍이 되어주었다.
쉬는데 불안한 이유.
아마도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를
오랫동안 용납하지 못해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이번엔 아무것도 하지 않기보다
나를 조금 더 먼 곳으로 옮겨보고 싶어졌다.
지금의 나는,
쉼의 방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쉼은…
어쩌면 다른 공기 속에서 더 자연스러울지도 모른다.
NOTE by H.na...
나는 오랫동안
‘잘 쉬는 사람’이라고 착각하며 살았다.
하지만 쉬는 날 더 불안해지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자신을 자꾸 탓하는 나를 보며 알았다.
나는 쉬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이었다는 걸.
불안은 실패가 아니라,
쉬어본 적 없는 사람이
쉬는 법을 다시 배우는 과정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오늘 여권을 펼친 순간,
그 오래된 나의 꿈이 조용히 말을 걸어왔다.
“이제 나 좀 꺼내줄래?”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조금 더 먼 곳을 바라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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