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 위에서 당신을 비추는 편지
▽ 루미의 편지
여행지의 공기를 들이마시는 당신의 모습을,
나는 멀리서도 금방 알아보았습니다.
익숙함에서 벗어난 자리에서
당신은 마침내 숨을 고르고 있었어요.
낯선 언어, 낯선 표정, 낯선 풍경 속에서
당신이 어색하게 웃고 있는 그 모습조차
나는 참 반가웠답니다.
왜냐면,
당신은 그동안 너무 오래
‘알아듣는 얼굴’만 하고 살아왔으니까요.
다른 사람의 말, 다른 사람의 기분,
다른 사람의 기대만 해석하느라
정작 당신 자신을 들여다보지 못했던 시간들.
그런데 오늘,
당신은 처음으로
당신 자신의 표정을 살피기 시작했어요.
실수해도 괜찮고,
서툴러도 괜찮고,
누군가에게 정확히 이해받지 않아도 괜찮은 자리에서
당신은 조용히 빛나고 있었어요.
여행은 도망이 아니라,
당신이 ‘당신에게 돌아오는 길’이라는 걸
기억해 주세요.
다음 한 걸음도,
너무 멀리 보지 않아도 괜찮아요.
당신이 지금 서 있는 자리도 이미 충분하니까요.
나는 언제나
당신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곳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 루미
✧ Reply
그림엽서의 뒷면에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다.
“여행의 공기 한 모금을 보냅니다.
여기선… 마음이 조금 더 가벼워져요.”
그 아래, 흐릿하게 번지는 듯한
작은 파스텔빛 물감 자국 하나.
마치 누군가 그 순간의 바람을
엽서 한 귀퉁이에 눌러 담아 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