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돌아오는 길, 흔들리지 않는 작은 중심

『 소레나 루밸라: 정서복원소』

by heyna

귀국 / 감정의 착지 / 회복 / 중심 / 소레나루밸라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
나는 익숙하지 않은 천장의 모양을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
낯선 도시의 소음, 이국적인 향, 모르는 사람들의 얼굴.
처음엔 두려움이 섞인 해방이었지만
며칠이 지나자 그 모든 것이
조금은 편안한 리듬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커피 한 잔을 들고 골목을 천천히 걷던 순간,
나는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여기서라면 조금 더 가벼워질 수 있겠다.’
하지만 동시에
‘이 여유를 다시 일상으로 가져갈 수 있을까?’
그 불확실함이 조용히 가슴 위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돌아가는 비행기에 오르고서야
그 감정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알았다.


나는 새로워진 내가, 다시 일상 속에서 흔들릴까 두려웠던 것이다.


비행기가 활주로에 닿는 순간,
가벼운 떨림이 스쳤다.
떠날 때처럼 무겁지 않고,
여행지에서처럼 들뜨지도 않은—
그 사이 어디쯤의 잔잔한 감정.


입국장의 공기가 스칠 때,
문득 깨달았다.


아, 나는 달라져서 돌아오고 있다.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 창밖에서
늘 보던 풍경이 다른 결로 느껴졌다.
사는 방식이 변한 건 아니지만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부드럽게 재정렬된 듯했다.


그때였다.
잠에 들었다 눈을 깜빡이니
익숙한 공간이 다시 눈앞에 펼쳐졌다.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할 수 없는 온도.
정서복원소였다.


문이 아주 살짝 열리며
루미가 고개를 들었다.

“돌아왔군요.”


그 말은
피로가 아닌 안도를 끌어올렸다.


나는 여행 가방 손잡이를 내려놓고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아직 잘 모르겠어요.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루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은 방향보다 중심이 더 중요하죠.
당신은 떠나 있는 동안
그 중심이 어디였는지…
이미 스스로 찾아냈어요.”


말이 가슴 안쪽까지 천천히 스며들었다.
여행보다, 돌아오는 순간이
오히려 나를 더 굳건하게 만든다는 걸
처음으로 느꼈다.


그때
루미가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안에는 오래된 원반 모양의 물건이 있었다.
어둠 속에서 은은히 떨리는 빛,
미세한 문양들,
그리고 중앙에 흐릿하게 새겨진 글자.


Sore-na Lu-bella


숨이 멎었다.

“이건…”
나는 말끝을 잇지 못했고
루미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당신이 처음 회복을 바라며 만들어낸 주문이에요.
이제는 정서복원소에 오지 않아도
스스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하니까요.”


루미는 그 원반을 살며시 내 손에 쥐여주었다.

“길을 잃을 것 같다 느껴지면
이 주문을 조용히 읊어보세요.
당신의 중심은 늘 그 말을 알아듣거든요.”


눈을 감았다 뜨는 순간—
공기가 바뀌었다.


나는 침대 위에서 깨어 있었다.


정서복원소는 꿈이었을까?
여행의 여운이 만들어낸 환상일까?


하지만.

손바닥 위에서,
작은 원반이 은은히 빛나고 있었다.



NOTE by H.na…

여행이 나를 완전히 바꿔놓지는 않았지만
돌아오는 나는 분명히 달라져 있었다.


이제는 안다.
‘소레나 루밸라’는 단지 주문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돌아오는 첫 번째 문장이라는 것을.


정서복원소 / 귀환 / 감정기록 / 중심찾기 / 소레나루밸라 / 작가H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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