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화. 런(run), 도망이 아닌 선택

『소레나 루밸라: 정서복원소』

by heyna

감정폭발 / 무심한 말] / 예민함 / 감정도망 / 자기방어 / 감정회복



조용히 무너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겐 감정이 도망칠 수 있는 순간이 필요하다.
누가 먼저 상처 줬는지 따지기보다,
더 망가지기 전에 자기 자신부터 부여잡기 위한 감정의 선택.



“아, 너 그거도 이해하려고 받아들이는 거야?”
“넌 왜 그렇게 생각이 많아?”
“그 정도는 그냥 남게. 다 그렇게 살아.”


무심한 말들이 툭툭 내 마음을 건드렸다.
그 말들을 처음 들은 것도 아닌데,
오늘은 유난히 크게 울렸다.



예전 같았으면 웃으며 넘겼을 것이다.
분위기를 깰까 봐, 내가 예민한 걸까 봐,
입을 닫고 내 감정을 꾹 눌렀겠지.
그러고는 혼자 뒤돌아서,
‘그 말이 왜 그렇게 아팠을까’를 또 해석하고 반성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늘,
상처보다 내 반응을 먼저 의심해왔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그 자리에 오래 앉아 있지 않기로 했다.
머릿속 생각보다 내 몸이 먼저 일어났다.
“나 먼저 갈게.”


변명도 없었고, 눈치도 주지 않았다.
나도 나를 감당할 수 없어서,
그 자리를 그냥 빠져나왔다.



걸어 나오며 생각했다.
이건 도망이 아니라 선택이라고.
감정을 더 짓누르지 않기 위한,
나를 위한 정서적 선택.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예전에도 누군가의 말이 나를 찔렀다.
그땐 그냥 넘겼다.
삼키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웃으며 앉아 있었다.


그게 ‘참는 미덕’이라고 믿었으니까.
그렇게 내 마음보다 타인의 말이 더 중요한 사람이 되어갔다.



근데 이제야 알겠다.
그건 도망이 아니라 방치였다는 걸.
지키지 못한 감정은 결국, 나를 지우고 있었다는 걸.



오늘의 나는 달랐다.
무너지기 직전에, 스스로를 지켜냈다.
오늘만큼은 내 감정의 편을 들어주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조금은 괜찮아졌다.



오늘은 마법 장치가 잠시 멈췄습니다. 감정이 과열되면, 마법도 숨을 고릅니다.
그러니 오늘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속삭여보세요.
소레나 루밸라.
감정을 억지로 멈추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 감정도 지나갈 거라고.
다음 회차, 다시 작동될 마법을 기다려주세요.



NOTE by H.na...

그날의 당신은, 참는 쪽이었나요?
아니면 지켜내는 쪽이었나요?


정서복원소 / 루미 / 감정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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