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을 잡고
여름과 겨울 중에 어느 계절이 좋냐고 물으면 단연코 여름이다. 해마다 더워지는 여름은 나를 포함한 우리 집 아이들에게 커피색 스타킹의 다리를 선사한다. 벗겨놓으면 수영복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몸이, "이번 여름도 알차게 보냈구나"를 알려준다.
8살 무렵 바다 할머니 집에 들어가 살게 되었다. 말 그대로 바다 앞에 있는 한옥 같은 집. 그런 집에서 살았으니 여름철에는 아침부터 바다로 뛰어가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니 나에게 여름은 당연히 바다 아래서 놀아야 하는 시간이다.
바다에서 뛰어놀던 까만 콩은 커서 서울에 자리를 잡았고 아이를 낳았다. 그렇게 매 여름마다 아이들에게 까만 콩까지는 아니더라도 커피색 스타킹을 신은 다리 색깔정도는 만들어주는 엄마가 됐다. 매 해 여름은 바다로 향한다.
아이들의 까만 몸을 보며, 올여름도 잘 놀았구나라는 괜한 뿌듯함이 올라온다. 여름은 덥고 습해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계절이지만, 그만큼 추억을 깊게 새기는 계절이다. 처서가 지나가며 벌써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개학을 앞둔 엄마는 이제 피부과에 여름의 흔적을 지울 차례다.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