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기 시작
벌써 아침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졌다. 축구장으로 향하는 양손이 무거워졌다.
달리기는 헬스장에서 달리는 것보다 야외에서 뛰는 게 훨씬 운치 있다. 봄에는 벚꽃런을 하며 새벽에 호로 흩날리는 벚꽃 사이를 뛴다. 여름은 바닥분수런인데, 바닥분수 사이로 쏙 지나가면 스릴과 시원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가을은 단풍런이다. 노랗고 빨간 단풍잎 사이로 뛰며 가을의 끝자락을 즐긴다. 가을 달리기에서는 바닥에 떨어진 은행을 피하는 거 잊지 말자.
달리기는 한겨울 자체 시즌 종료라도 있지. 축구교실은 그렇지 않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더우나, 추우나 매주 토요일 오전, 한강 축구장에서 축구를 한다. 하긴, 이렇게 어린 시절이 아니고선 언제 비 오는 날 신난 강아지처럼 친구랑 축구를 할까. 함박눈이 펑펑 오는 날, 초록색 필드 위를 심장이 터질 때까지 공을 쫓아갈 수 있는 건 어린아이만의 특권이다.
올해 첫 영하권인만큼 집에서부터 단단히 준비한다. 비니모자에 장갑과 워머는 필수다. 혹시 몰라 얇은 내복 두 개를 입히고 저지에 조끼를 입혔다. 추운 날엔 20분 정도 일찍 가서 달리기로 몸을 풀어주면서 혹시 모를 부상에 대비해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수업 시작하니 덥다고 난리다. 땀을 저렇게 흘리고 모자 벗는 순간 감기 걸리는 거니깐 모자를 벗겠다는 아들보고 모자는 꼭 써야 한다고 당부한다.
문제는 축구교실을 지켜보고 있는 나다. 부츠와 롱패딩에 모자에 스카프까지 둘렀는데도 한강의 칼바람이 무섭다. 별이 동영상을 찍어야 하는데 손가락이 끊어질 것 같아 양손은 주머니에 꼭 넣어놓는다. 지금은 영하 1도지만, 한겨울 영하 10도에는 어떻게 가야 하나. 역시 올해는 휴대용 난로를 구매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벌써 쉬는 시간이다.
찬바람 때문에 벌써부터 물 달라는 아이 목에서 쉰소리가 나온다. 차가운 칼바람을 정면으로 맞은 볼과 귀는 빨갛게 얼어있다. 따듯한 물이라도 마시자니, 옹달샘에 물만 먹고 가는 토끼 마냥 물 한모금 마시고 뛰어간다.
김연아와 손흥민을 볼 때마다, 그들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부모가 더 대단해 보이는 건 나도 부모가 되어서일까. 취미인 축구교실인데도, 경기장 펜스 너머에서 자식을 지켜보는 부모님 모두 함부르크 시절 손흥민 선수를 지켜보는 손웅정이다. 벌써 이 추운 한강 축구장에서 맞는 두 번째 혹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