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다이어트
해내내 선생님, 살 빠졌어요?
아뇨. 전혀요? 나는 여전히 탄수화물 위주의 단짠조화로 식단을 유지하고 있고, 운동은 들숨에 돈, 날숨에 돈이라고 외치는 게 전부인 일상을 살고 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체중계에 올라갔다. 결과는? 1키로가 빠졌다. 뭘 했길래 1키로가 빠졌지?
(20대는 공감 못 하겠지만) 30대 후반부터의 1키로 빼기는 20대의 5키로 빼기랑 비슷하다. 특히 애낳고 찐 살은 식단과 운동을 병행하며 작정하고 빼도, 20대의 단순히 며칠 굶어서 살 빼기보다 어렵다. 나잇살이라는 거 영영 모를 것 같았는데, 중력을 정통으로 맞고 있는 내 뱃살이 서글프다. 그런데, 1 키로가 빠졌다니.
곰곰이 생각해 보니, 브런치. 이 녀석이 정답이다. 현재 나는 신입 작가답게 글쓰기 뽕에 취해있다.
앉으나 서나 글감 생각 중이다. 음식이 나오자마자 사진 찍을 틈도 없이 입에 욱여넣기 바빴던 삶은 어디 가고, 브런치에 올릴 멋진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유튜버 쇼츠에서 누군가가 알려준 대로 인물사진에서 윤곽조명으로 설정하고 사진을 55장 정도 찍었다. 먹으면서도 더 건질만한 게 없나 두리번거리느라 음식은 뒷전이다.
다른 사람은 글을 어떻게 썼나 보느라 오른손이 스크롤을 쉴 새 없이 올리고 내리느라 바쁘다. 덕분에 간식 먹을 손이 하나로 줄었다. 왼손으로 입안 가득 과자를 채워 먹을라니 영 시원치 않다. 결국 과자에 손이 안 간다.
새벽 5시, 모두가 잠자는 시간. 내 배 위에서 엎드려 자고 있는 둘째를 쓰윽 옆으로 밀어놓고 도둑 걸음으로 거실로 나와 조용히 랩탑을 킨다. 이 새벽이 나만의 작업시간이다. 입이 심심한데, 혹여나 간식 뜯는 바스락 소리에 애들이 깰까 봐 두렵다. 그저 정수기에서 물이나 받아 벌컥벌컥 마신다. 물을 많이 마셔서인가, 거울 속에 비친 피부가 괜히 더 좋아 보인다.
브런치에 글쓰기는 나에게 많은 경험을 하게 해 줬다. 쌩판 얼굴 하나 모르고 이름 한 자 모르는 남인데, 글로 연결된 인연들이 대표적이다. 5:40분에 글을 올렸는데, 5:41분에 좋아요를 눌러주는 독자를 보고 괜히 두근거린다. 혹여나 내 글을 기다리셨나?라는 설레발을 치면서.
탕수육 글을 보고 푸드 칼럼니스트라고 생각했다는 사람을 생각하니 퇴고할 때 한번 더 묘사하는 문장을 쥐어 짜내게 된다. 내가 쓴 글이 누군가가 시간을 내어 좋아요를 누르게 하고 덧글을 쓰게 만들다니! 그저 신기하다.
이 글쓰기 뽕이 오래오래 지속되면 좋겠다. 애들을 낳기 전 몸무게로 돌아가 때까지 이제 10키로 정도 남았다. 이 10키로가 빠질 때까지 브런치 연재는 지속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