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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내내 Dec 28. 2023

Chat gpt 가 내 일자리를 위협한다

영어강사인 나는 Chat gpt (이하 챗선생)를 정말 많이 쓰고 있는데, 가장 많이 쓸 때는 신문 기사 가지고 수다 떨 때와 워크북 만들 때이다. 특히, 외롭게 개인별 워크북을 만드는 과정에 내 옆을 든든히 지켜주는 조수이다. 이 똘똘한 녀석이 최근 음성인식이 가능해졌다. 첫째 별이와 영어로 대화하는 챗선생을 보면서, 영어강사라는 직업의 위협을 느꼈다.



우리집 아이들의 영어는 "영상노출"과 "원서 읽어주기" 위주로 엄마표로 진행하고 있다. 아웃풋도 적당히 나와서, 스피킹이나 라이팅 걱정도 별로 없었다. 혼자 피규어를 가지고 영어로 말하면서 놀고, 혼자 역할 놀이를 할 때도 영어로 놀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영어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첫째의 말하기를 고민과 엄마의 (쉬고 싶은) 욕심의 콜라보로 방콕에 놀러 갔고, 일부러 로컬애들과 국제학교 애들이 많이 갈 법한 놀이터, 박물관, 공원등에서 외국인 친구를 만나서 놀게 했다. 그랬더니, 그 나라 친구들이랑 한두 시간씩 떠들면서 영어로 놀더라. 하지만 이제 굳이 방콕까지 안 가도 될듯하다. 챗선생이 그 대화의 갈증을 풀어줄 수 있으니깐.


영어 교육의 방법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변화했다. cd플레이어가 나왔을 때는 다들 팝송을 cd로 노래를 구워서 듣기 시작했고, 미드를 다운로드하는 게 가능해졌을 때는 미드를 자막 없이 듣기 공부법이 유행했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는 튼튼영어 강사님이 아침마다 전화영어를 했고,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과외 선생님이 우리 집으로 왔다. 정말 재미가 없었고, 남는 것도 없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넷플릭스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영어 영상을 보고, 미국 애들이 읽는 원서를 낄낄거리며 읽으면서 읽는다. 영어는 그들의 쉬는시간이다. 지금까지 기술의 발전은 듣기 등의 '인풋'에만 집중됐다면, chat gtp는 말하기와 쓰기에 특화된 '아웃풋'을 향상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제는 미국이나 호주에 가지도 않고, 원어민이랑 아무 때나, 원하는 주제로, '무료'로 영어회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온 것이다. 쓰기는 말 할것도 없고.


다음은 별이 (만 4세)가 chat gpt랑 한 첫 대화이다. 아이가 대화하기 전에 챗선생에게 밑밥 작업을 했다.

(My son is a 4-year-old Korean boy who is learning English. Please, chat with him as if you were an American speaking formal English.)


별: Do you like the rainbow?

챗선생: No. I don't have any preference. Do you like rainbow?

별: Yes. Yes!

챗선생: What's your favorite color?

별: I like purple. What is your favorite color?


이것뿐만이 아니라,

Do you have mom? (엄마 있어?)

Do you like sausage? (소시지 좋아해?)

Can you eat electocity? (전기를 먹는 거야?)

Do you like painting?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해?)

How can you move? (어떻게 움직여?)

Can you walk? (그럼 걸어 다녀?)

How can you see? (어떻게 보는 거야?)

평소 신문에서 접하던 AI (인공지능)에 대한 궁금증을 끊임없이 물어봤다.


영어가 짧은 33개월 둘째는 옆에서 Can you sausage? 만 무한반복


아들과 챗선생의 얼마나 편안하고 부드럽게 대화하는지 경험하면서, 이젠 기술이라는 도구를 활용하는 방법, 즉 개인별 기술격차로 교육 격차 얼마나 커질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유아교육을 전공한 교육자로서 가장 큰 문제점이 보인다. 챗선생의 실수를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챗선생은 대화를 하다 보면 틀린 정보를 많이 주기도 하고, 이야기를 지어낼 때도 있다. 그래서 더욱 디지털리터러시를 가르쳐야겠다고 다짐했다.



유네스코에서 정의하는 디지털 리터러시는 다음과 같다.

Digital literacy is the ability to access, manage, understand, integrate, communicate, evaluate and create information safely and appropriately through digital technologies for employment, decent jobs and entrepreneurship. It includes competences that are variously referred to as computer literacy, ICT literacy, information literacy and media literacy.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적절하고 안전하게 정보에 접근하고, 관리하며, 이해하고, 통합하며, 소통하고, 평가하며, 창조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는 고용, 적당한 직업, 그리고 기업가 정신을 위해 중요하며, 컴퓨터 리터러시, ICT 리터러시, 정보 리터러시, 그리고 미디어 리터러시 등으로 다양하게 지칭되는 역량들을 포함합니다. (챗선생이 번역해 줌)


챗선생을 만나기 전에 우리 아이들이 필수로 키워야할 능력은 "이해"와 "평가"부분이다. 챗선생이 주는 내용이 진실인지 아닌지, 이해하고 평가하는 비판적 사고를 먼저 키워줘야 한다.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상상과 추론을 할 수 있게 한다.


매일 아침, 첫째와 신문을 읽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신문을 매체로 세계, 경제, 사회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하며, 기사에 대한 자기만의 관점과 논리를 만든다.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려면 생각을 물어보고, 듣고, 다시 생각하는 과정을 겪어야 하는데, 챗선생은 너무 쉽다. 아이도 모르게 '생각'하지 않고 챗선생의 의견만 답습할 수 있다. 너무 어린아이를 Chat GPT에 노출시킬 때,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이런 부분이다. (그런 의미로 현재 Chat GPT는 만 13세 이상만 사용 가능)



Chat GPT를 부모의 적절한 감시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수반한다면, 영어교육 측면에서는 이만한 도구가 없다.


라이팅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내 직업이 이제 곧 사라질 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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