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말린 오징어 못 잃어
단짠 중에 뭘 좋아하시나요? 저는 짠 음식을 더 좋아합니다. 오늘은 짠 음식과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 오징어. 그중에서도 덜 말린 오징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미국 유학파라고 이야기하지만, 고향은 강원도 강릉입니다. 대문만 열면 강릉 앞바다가 보이는 집에서 외증조할머니, 외할머니랑 우리 가족까지 이렇게 4대가 함께 살았습니다.
30년 전… 라떼 시절에는 지금과는 달리 과자가 귀했고, 자연에서 만들어 먹는 게 훨씬 저렴했는데요. 바닷가에 살았던 저희 집은 가을 무렵쯤, 하얀 백사장 위에 여기저기 대를 세우고 끈을 널어놔서 오징어를 말렸습니다.
여기저기 널린 오징어의 비린내와 바다의 짠내가 옅어질 때쯤 오징어를 거둬드립니다. 그렇게 적당히 말려 쫄깃하고, 적당히 덜 말라서 쫄깃하고 꾸덕한 식감이 생긴 오징어를 한 마리씩 차곡차곡 10마리씩 모아서 한 묶음으로 만듭니다. 이 일련의 과정은 외할머니의 소소한 용돈벌이였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갈매기처럼 오징어를 탐내는 제가 있었습니다. 구멍이 났거나, 몸과 다리가 분리가 돼 판매를 못할 수준인 b급 오징어는 제 간식이었습니다. 속살은 하얗고 야들야들한 오징어를 마당에 있는 석유 난롯불에 구워서 먹는 건 별미 중에 별미였습니다. 이 추억이 차곡히 제 DNA 어딘가에 쌓였나 봅니다. 마흔을 앞둔 나이에도 단음식 보단 짠 음식을 찾는 걸 보니.
이 덜 말린 오징어에 대한 사랑은 기나긴 유학을 끝내고 한국에 와서도 지속 중입니다. 하지만, 과거 추억 속 어린 시절에 먹었던 반건조오징어는 아직 못 찾았습니다. 너무 질기거나, 너무 비려서 계속 실패 중입니다. 그 맛이 추억 보정이라도 된 건지, 그때 먹었던 반건조 오징어와 같은 맛을 찾을 수 없네요. 그렇다고 제 오징어 사랑은 식지 않았어요.
요즘은 기업에서 다양한 오징어 맛을 출시했습니다. 덕분에 버터구이 오징어, 허니버터오징어, 땅콩오징어, 매운 오징어, 석쇠구이 오징어등 다양한 오징어를 물고, 씹고, 맛보고 있습니다.
제 치아와 잇몸이 튼튼하기만을 바랍니다. 요양병원에서도 오징어를 뜯을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