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셋째주 마크로비오틱 밥상
작년에는 영하 10도 이하로 기온이 내려가는 일이 적지 않았는데 올해는 초봄같은 날이 이어진다.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는 일에 감사하면서도 올해 여름이 무섭도록 덥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12월에 첫 선을 보인 미니멀리스트 베이킹 수업은 12월에 이어 1월에도 꾸준히 인기이다. 감미료와 기름을 압도적으로 줄여 ‘미니멀리스트 베이킹’ 이라 부르는 수업. 현미가루로 만드는 마들렌 두종류와 통밀가루와 오트밀로 만드는 비스킷을 배워가신다. 감미료와 기름이 적은 탓에 실습을 하면서도 과연 이 반죽으로 어떤 과자가 나올지 불안해하시기도 하지만, 완성된 마들렌과 비스킷을 맛보시고는 다들 놀라워 하신다. 레시피를 몇번이고 수정하는 과정이 고되기도 하지만 수업에서 완성된 디저트를 맛보고 즐거워 하시는 모습을 보면 이 커리큘럼을 만들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수업이 끝난 후 먹는 점심식사. 우엉은 큼직하게 썰어 마늘과 함께 졸이고 연근은 세발나물과 함께 유자소금에 볶았다. 된장국은 평소보다 조금 가볍게 끓여 본다. 작년에 비해 따뜻한 날이 계속 되니 같은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조금은 음성인 조리를 하게 되는 나를 발견한다. 의식하지 않고도 스스로의 컨디션을 판단해, 그에 맞는 조리를 하고 있는 것을 보니 뼛속까지 마크로비오틱이 배어 들었다. 마크로비오틱 기초 수업을 진행하며, 짧은 시간안에 마크로비오틱을 머리로 이해하려고 하시거나 칼로 자르듯 본인의 식생활의 규칙을 정하고 싶어하는 분들도 종종 만난다. 하지만 사람마다 체질과 컨디션이 다르고, 이러한 컨디션은 하루에도 수없이 변하기에 규칙을 정해보아야 무용지물이다. 마크로비오틱은 누구보다도 스스로의 몸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자신의 몸에 필요한 재료와 조리를 선택할 수 있는 판단력을 키우는 과정이다.
12월부터 시작한 겨울의 마크로비오틱 4회과정도 어느덧 마지막 시간을 맞았다. 마지막 시간의 테마는 ‘겨울의 섭생’. 겨울철을 편안하게 보내는데 도움이 되는 섭생법에 대해 익히고, 대표 메뉴 몇가지를 실습해 보는 시간이다.
<겨울의 마크로비오틱 4회차 수업의 메뉴>
현미기장밥
마크로비오틱 떡국
배추곶감무침
두부 스키야키
야채튀김
채식떡국은 검색해보면 무수히 나온다. 하지만, 마크로비오틱은 똑같이 식물성 재료만을 사용하더라도 채식 떡국과는 다르다. 더 궁합이 좋은 재료가 있으며, 체질에 따라 채수도 다르게 사용한다. 때문에, 오X기 스프보다도 쉽게 만들 수 있지만, 입과 몸에 편안해 국물 한방울 남기지 않고 먹을 수있다.
건강식의 인상이 강한 마크로비오틱 수업이지만 튀김도 알려드린다. 마크로비오틱에는 ‘절대 안되는 것’ 또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 없는 만큼 튀김도 부정하지 않는다. 단, 튀김을 먹더라도 지혜롭게 먹는 방법과 그렇지 못한 방법이 있으며 마크로비오틱에서는 전자를 택한다. 쉽게 배가 부르고 기름진 것도 좋아하지 않는 나이지만, 마크로비오틱답게 튀김을 즐긴 날에는 언제 튀김을 먹었냐는 듯 속이 편하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수업이 끝나고 청소까지 마치니 작업실이 텅 비었다. 설연휴를 앞두고 한동안 수업이 없고, 나도 휴가를 가기에 작업실 냉장고도 비워야 한다. 수업후 남은 재료들로 차리는 저녁식사. 세발나물과 연근이 남고 애매하게 굴러다니던 사과가 있어 샐러드를 만들어 본다. 미리 만들어둔 마크로비오틱 조미료들 덕에 순식간에 완성했다.
수업후 텅빈 작업실에서 혼자 저녁식사를 할 때면, 낮에 있던 수업이 다시 떠오른다. 마지막 수업을 마무리하며 많은 분들이 생활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하고 가주셨다. 밀키트나 가공식품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 가족과 함께 만두를 빚었다는 반가운 이야기. 한살림조합원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를 듣기 전, 재료손질을 할때부터 이미 알수 있었다. 첫수업때의 어색했던 칼질도 이제는 제법 익숙해져, 재료 손질 시간도 부쩍 줄었다. 시연을 하는 나를 바라볼 때에도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이게 불앞으로 와 향을 맡고, 불의 세기를 체크 하시기도 한다. 주방에서 직접 요리를 해보았으니 수업에 와도 무엇을 자신이 경험하고 가야 실천할 수 있을지를 아는 것이다. 이처럼 4회라는 짧은 시간동안 수업에 참여하신 분들은 나도 놀랄 정도의 변화를 보여주셨다. 그리고 그 변화는 내가 만들어 드린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었다. 주말이 아니면 시간이 나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이 시간을 내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주말이면 압력밥솥에 밥을 하고, 국을 끓여 둔다. 그리고는 2주뒤면 다시 수업에서 만나 각자의 실패담, 성공담을 공유하며 서로를 격려하기까지 한다. 이렇게 열린 마음으로 수업을 듣고 바로 실천에 옮겼기에 자신의 삶을 바꿀수 있는 것이었다.
나와 우리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첫 발걸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주방에서 자분자분 제철채소를 썰고, 약불에 밥을 짓는 것만으로도 마크로비오틱,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시도는 시작된다. 나의 새공간에서 진행하는 첫 수업에 오신 분들은 몸소 이 사실을 증명해주었다. 모든 분들이 매일 현미밥을 짓고 국을 끓이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그저 지금보다 조금 더 채소, 주방과 친해지고 솔직한 자신의 몸의 소리에 귀기울일 줄 알게 되시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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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비오틱이란? 차근차근 알아가는 마크로비오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