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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연 Oct 06. 2018

10월 첫째주의 마크로비오틱 비건 밥상

우리나라에서 식물성 지방 섭취하기,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만남

 경동시장에서 새로 들깨가루를 사왔다. 이 아이를 어떻게 써볼지 고민하다가 차려본 무 표고버섯 들깨떡국.  깨는 우리나라에서 마크로비오틱을 실천하고자 할때 소중한 지방 공급원. 

  최근 일부 현미유에서 벤조피렌이 발견되면서 주변에서 어떤 식용유를 사용하는게 좋을지 질문을 받는 일이 있다. 우리나라는 기름이 무척 귀했다. 그나마 서민도 가끔 쓸 수 있는 식물성 기름은 참기름, 들기름 정도였다. 선조들이 먹었던 음식을 생각해봐도 기름이 많이 필요한 음식은 전, 잡채 정도. 물론 이런 음식은 일상식도 아니었고 잔칫날에나 올리는 음식이었다. 아직까지도 참기름과 들기름 이외에는 거의 다 수입산 기름이다. 간혹가다 국산 호두기름이나 유채유를 보지만 무척 비싸다. 이런 우리나라의 기름 생산 사정을 생각해봐도 기름이 많이 필요한 튀김 등의 음식은 우리나라의 마크로비오틱에는 썩 맞지 않는 음식. 하지만 지방 또한 3대영양소이니 기름도 필요한 양을 섭취해줘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액체기름의 생산은 발달하지 않았지만 자연에서 가공을 거치지 않은 양질의 식물성지방을 얻을 수 있다. 깨와 땅콩이 그러하다. 심지어 이런 식물성 지방들은 무거운 동물성 지방으로 만든 크림과는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산뜻하고 허브가 필요없는 향까지 갖고 있다. 나는 들깨가루를 마법의 가루라고 부를 정도.

 유난히 밥을 지겨워하는 엄마 때문에, 우리 집에는 늘 빵이 있다. 부모님 식생활에 웬만하면 잔소리를 안하려고 하지만 빠X바X트에서 빵을 사오는 것 만큼은 딸로서 막고 싶은 마음. 성분표를 보기만 해도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왜 그 빵은 사온지 일주일이 넘어도 멀쩡한건지. 그 진실을 아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을 것 같아 굳이 알고 싶지도 않다. 이런 마음에, 비건빵은 아니지만 부모님을 위해 한살림 통밀식빵을 사뒀다. 여기에 간단하게 만든 브로콜리 포타주까지. 통밀식빵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하얗지만 일단 빠X바X트 졸업한것에 만족하기로. 한살림 상품기획 담당자님 통밀 함유량이 높은 빵도 만들어 주세요.

 유난히 나물을 좋아하는 나. 일본에 살던 시절, 가끔 한국에 돌아올때면 다들 먹고 싶어하는 치킨, 짜장면 보다도 고사리와 고구마순 나물을 찾곤 했다. 그렇게 몇가지 나물과 김치로 차려본 집밥. 불필요한 반찬으로 설거지거리를 늘리고 배를 빵빵하게 채울 필요가 없어 좋아하는 스타일의 밥상. 이것만으로도 내 눈에는 반찬이 많아 보인다.

 오랜만의 합정 나들이. 애정해 마다않는 미니멀키친에서 엄마랑 점심. 역시 미니멀키친은 현미밥 제철 플레이트다. 아보카도 보울도 물론 맛있지만 아무래도 여름철 음식이라는 인상이 있어서. 아보카도 보울은 아보카도보다도 곁들여진 두부스크램블이 더 맛있다. 미니멀키친 사장님 겨울철 메뉴를 한개 더 늘려주시길.


 그리고 블로그에서도 공지했던 소셜살롱 문토 마크로비오틱 모임 ‘나와 만나는 주방’의 첫 시간. 마크로비오틱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인지도가 높지 않은 장르이지만 이런 마크로비오틱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니 폭풍 공감대가 형성된다. 함께 대화하며 제철 재료들을 사용해 이번달에는 마크로비오틱 일본 가정식 식탁을 꾸려봤다.

 메뉴는 현미치라시스시, 제철 미소시루, 두부스키야키 마지막으로 일본음식은 아니지만 애플시나몬 현미머핀까지. 내가 미리 준비해둔 킨피라도 곁들였다. 문토는 앞으로 모임 진행하면서 할얘기가 무척 많아 질듯 하니 오늘은 여기까지. 같은 것에 흥미를 느끼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건 참 감사한 일. 개인적으로 힐링하고 싶은 분들이 많이 오실 줄 알았는데 참가자분들 모두, 마크로비오틱에 관심을 갖고 와주셔서 더더욱 감사했던 시간. 이 날 모임 중, 한가지 아쉬웠던 건 문토의 주방은 여러 모임이 돌아가며 빌려쓰는 공간인 만큼, 편의를 위해 일회용품 사용이 많았던 점. 개인적으로 키친타월을 너무 많이 쓴게 마음에 걸렸다. 다음부터 우리 모임만이라도 수건을 여러장 챙겨가야겠다.

매일 주방에 서지만 아직 요리하는 내모습을 바라보는게 신기하다.

치라시스시를 만들고 남은 재료는 버리지 않고 살뜰하게 챙겨와 잡채로 변신. 마크로비오틱 생활을 하면, 음식물 쓰레기도 줄고, 날이 갈수록 생활의 팁이 늘어난다.

 나물 사랑이 지극한 나의 밥상. 옆에 진한 된장국까지 놓았더니 나물이 비벼달라고 안달하는 비주얼. 고추장 없이 된장 국물에 쓱쓱 비비는 것이 추워지는 이 계절의 나의 비빔밥.


이렇게 알뜰하게 냉장고를 비워내니 10월의 첫 주말. 또 다시 도쿄로 공부하러 갈때. 많은 분들과 나눌 수 있도록, 마크로비오틱의 본고장에서 이번달에도 잘 배워 오겠습니다.



도쿄에서 마크로비오틱을 배우는 스토리는 이곳에

마크로비오틱 푸드 레시피와 조각글은 블로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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