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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연 Oct 01. 2018

감기,햇땅콩,통밀빵과 함께한 마크로비오틱 비건집밥

9월 마지막주의 마크로비오틱 비건집밥

 매년 추석즈음이면 돌아오는 우리집 연중행사. 독감예방주사 맞기.

 올해에도 이 행사가 돌아왔지만 나는 쓸데없이 약에 의존하며 살기 보다는 평소의 생활습관으로 극복해 나가고 싶어 하는 편. 하지만 여전히 고기없이 사는 나의 식생활이 조금은 걱정되는지 엄마의 성화에 못이겨 올해도 독감예방주사를 맞았다. 문제는 여기에서 시작됐다.


 독감예방주사와 동시에 나에게는 한가지 더 연중행사가 찾아온다. 예방주사를 맞은 날 밤, 고열과 오한으로 잠을 못이루는 것. 3년 연속으로 고된 행사를 치루고 나서야, 이 고열과 오한이 예방주사와 관련된게 아닐까하는 짐작이 섰다. 내년부터는 이 두가지 연중행사는 치루지 말아야 겠다. 


 아침 해가 밝고 나서도 도통 고열이 낫지 않는다. 마크로비오틱에서는 해열에 무탕을 권한다. 무를 갈아 소금을 조금 넣고 뜨거운 물을 붓기만 하면 된다. 마시고나면 조금 뒤 몸에서 땀이 나며 열이 조금 식는다. 배도 많이들 권하지만 배는 음성에 가깝기 때문에, 음성감기에 걸린 사람이나 감기로 몸이 축축 늘어지는 사람에게는 특히나 배보다는 무가 낫다. 

 감기와 같은 가벼운 질환이 생겼을때는 빨리 해결할 방법을 인터넷에서 찾아보기 쉽상. 하지만 감기의 원인에 따라 해결책도 다르기에 인터넷에서 찾아서 나온 방법을 그대로 믿고 따른다고 반드시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마크로비오틱의 관점에서는 음성감기와 양성감기로 나눌수도 있기에 이에 따라 다른 식사법이 필요하다.


 감기 몸살이 어찌나 지독한지 어깨가 무겁고 손발끝이 저리다. 평소 생활체육인에 가깝게 요가를 하는 나에게는 있을수 없는 일. 몸이 무거워 요가를 할수는 없고 이럴때는 오피스레이디 시절 사두었던 아로마 오일 몇가지를 꺼내 마사지를 해보기도 한다. 하루종일 일만 하고 식습관도 엉망이던 시절에는, 나의 좁은 자취방에 온갖 마사지 도구에 거대한 안마쿠션까지 갖고 들여 놓고 살았다. 불과 2년전 이야기 인데, 마크로비오틱을 공부하며 그동안 나는 많이 건강해졌다. 

 매년 이렇게 하루 고되게 앓고 나면 다음날 부터 신기하게 입맛도 체력도 돌아온다. 김치를 살짝 씻어 잘게 썰어 현미죽에 올려 먹으니 한층 더 입맛이 돌아온다. 

 체력이 완전회복되어 김치도 담글수 있을정도. 시장에서 장을 봐와 담그는 나의 마크로비오틱 김치. 젓갈, 설탕, 밀가루풀 없이 김치를 담그고 산지도 세달쯤이 되었다. 마크로비오틱 생활을 하며 남아 돌게되는 재료들로 만든 맛간장이 액젓을 대신하고, 설탕은 계절과일이 대신한다. 내 체질에 맞지 않는 밀가루풀도 빼고, 이 계절에 맞는 재료로 풀을 쑤니 비건 김치여도 맛이 없을수가 없다. 사찰김치도 그렇게 맛있다던데. 절에 가기 전에 절밥부터 탐을 내고 있다,

 장을 보러간 김에 성수동에 들러 식사를 하고 통밀빵을 사왔다. 빵은 공기로 배를 채우는 느낌이 들어 즐겨 먹지 않지만 통밀빵이라면 묵직하기 때문에 비교적 좋아한다. 보난자 베이커리의 100%통밀빵은 시큼하지도 않고 묵직해 두쪽으로도 배가부르다. 타임으로 향을 낸 캐럿라페와 발사믹식초에 졸인 우엉으로 만든 살사를 얹은 통밀빵 브루스케타. 요즘 우엉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특유의 향과 달콤함이 무척 매력적인데 우엉조림 이외에 이렇다할 반찬을 본적이 없어 개인적으로는 저평가 받고 있는 채소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단호박포타주를 곁들이고 단호박 껍질로도 반찬을 하나 더 만드니 뱃속이 든든하다.

 워낙에 묵직하다 보니 세명이서 빵 한개를 두끼니에 나눠 먹을 정도. 요즘 애정하는 우엉으로는 우엉두유크림포타주를 만들고, 삶아 놓은 렌즈콩은 율무현미밥과 각종 야채와 버무려 라이스샐러드로 재탄생한다. 율무는 식감이 매력적이라 샐러드로 먹기에도 제격인 곡식. 


 햇땅콩을 만날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가끔 음식점의 기본 반찬으로 끈덕끈덕 무겁게 덜쩍지근한 땅콩조림이 나올때가 있는데 도저히 너무 달아서 밥이랑 먹을 수가 없다. 고구마, 다시마와 함께 은근하게 졸여주면 땅속에서 품어온 땅콩의 향도 즐기면서 설탕 없이 가볍게 먹어줄수 있다. 

 요즘 어린이들은 땅콩이 땅에서 자란줄 모른다고 한다. 도토리의 친구인줄 안다나. 견과류는 음성에 가까운 음식. 그 중에서도 땅속에서 자라는 땅콩은 견과류 중에서도 양성에 가깝다. 극음성의 간식들이 넘쳐나는 요즘, 땅콩은 좋은 불포화 지방으로 포만감을 주면서도 몸이 너무 음성으로 치우치지 않게끔 도와주는 좋은 간식. 다이어터들의 간식으로도 좋을것 같다.

 다이어트 하던 시절,단백질 채우겠다고 두유, 요거트, 더운 지역에서 나는 견과류 등, 음성인 것들만 챙겨먹고 밥대신 고구마를 먹던 시절이 있었다. 몸은 날씬한데, 이상하게 자꾸 붓고, 여름에도 가디건을 들고 다녀야 했다. 이런 것들이 좋지 않은 음식이라는 것이 아니라, 당시 나의 식습관이 균형잡히지 않았다는 것.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마크로비오틱을 공부해보면 좋겠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균형도 중요하지만, 닭가슴살에 고구마만 먹고 살면 음양의 균형은 와르르 무너져, 면역력을 잃기 쉽상이다. 살빠지고 근육량도 늘었는데 이상하게 자꾸 감기 걸리고, 생리불순 오는 여자분들. 분명 적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담근 깍두기와 양배추 김치가 아주 잘 익었다. 매콤한 음식을 즐겨 만들지 않다보니 엄마아빠가 슬슬 칼칼한 것을 그리워하고 계시던 참. 이렇게 온 가족이 좋아하는 반찬을 마련해두니 마음이 든든하다.


도쿄에서 마크로비오틱을 배우는 스토리는 이곳에

마크로비오틱 푸드 레시피와 조각글은 블로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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