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독한 사추기 이야기
이번엔 5주 치 약을 지어드릴 테니,
그때 다시 뵈어요.
선생님, 5주라니요.
며칠 뒤가 아니라,
매주가 아니라,
이제는 3주 뒤에나 보자고 하셨을 때,
저는 살짝 전화를 드려
방문일을 며칠 당겼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예약 변경을 시도했을 땐,
단호하게 거절당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5주 뒤라니요.
이곳은 저에게 꼭 필요한 곳인걸요.
5주라니요.
흐물흐물 스러져가는 몸과 정신을
간신히 끌고 찾아왔던 이 안식처.
이제는 발도 딛지 말라는 뜻인가요?
이제 막 다리에 힘을 줄 수 있게 되었을 뿐,
간신히 설 수 있게 되었을 뿐인데요.
인사를 마치고
OO정신건강의학과를 걸어 나오는 길,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슬쩍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가슴을 조용히 쓸고 지나갑니다.
익숙한 이곳을 뒤로하고,
어딘가 다른 곳을 향해
출발하라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지독했던 나의 사추기에도
저 멀리 출구가 보이기 시작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