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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리무 Aug 26. 2020

매일2줄쓰기 :: 전치

요즘 방어기제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

내가 주로, 강하게 쓰는 방어기제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오늘 출근길에 큰 소리가 났다.

10시까지 출근이라 그리 빡빡하지 않은

지하철 2호선에서 한 할머니가 소리를 빽빽 질렀다.


어떤 청년이 테이크아웃한 음료를 들고 탔고

열차 안에서 마스크를 내리고 음료를 마셨나보다.

그 모습을 본 할머니는

하지 말라면 안 해야지!!

마스크 내리고 음료 마시면 어떡해!!

하면서 고함을 지르고

들고 있던 우산으로 지하철 문을 내리쳤다.


요즘 같은 시국에

그 청년은 분명 잘못을 했다.

그러나 할머니가 저렇게 까지 할 일인가 싶었다.

열차 안에서 불필요한 말을 삼가라는데,

할머니는 당신이 내릴 때까지

화가 나서 열분을 토했다.

할머니가 바른 말 하셨지만

할머니를 말리고 싶었다.

그만 좀 하시라고.


할머니가 내리시고

지하철 열차 안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그리고 "전치"가 생각났다.


방역수칙을 제대로 안 지키고,

바이러스 확산에 일조하는 모습의 사람들이

뉴스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그 사람들을 보면, 정말 화가 나고 분노가 치민다.


카페에서 차 한잔 맘 편히 못 마시고

오랜만에 잡은 약속도 파토나고

휴가도 못 가게 돼서 억울한,

평범한 일상이 침해당하는 요즘.


할머니는 그런 뉴스에 나오는 사람들에 대한 화를,

일상을 침해 당한 분노를,

그 음료를 마신 청년에서 쏟아 부은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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