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람들 (People of Town)-4

4. 바이킹 마당발, 빨강머리 앤지

by 헤이씨드


가게에는 나보다 조금 먼저 일하기 시작한 앤지가 있다.

바이킹 토박이로, 나와 또래라 금세 친해졌다.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마당발이지만, 의외로 집에서 남편과 고양이와 시간을 보내는 걸 더 좋아한다.

또 손재주가 좋아 립밤이나 매니큐어를 직접 만들며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다.

앤지는 사람들을 집에 초대하는 걸 좋아했다.

나도 여러 번 그녀의 집에 가서 그녀의 친구들을 만났다. 앤지는 늘 어색하지 않게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고, 대화 속에 자연스럽게 나를 끌어 넣어 주었다.

새로운 한국 사람이 마을에 오면 꼭 나를 함께 초대해 그녀의 친구들과 어울리게 해 주기도 했다.

덕분에 나는 동네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엔지는 3년후 결혼을 하게되었다. 브라이덜 샤워에도 참석하고 결혼식에도 참석하개되얶다.

처음 참석해본 캐나다식 결혼식은 나에게는 낯설고 조금은 어색했다. 예식이 끝난 후 이어진 피로연에서 밥을 먹고 춤을 추는 문화는 한국에서는 흔히 경험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인 동료들과 나는 서로 눈치를 보며 “우리도 같이 춤을 추고 싶은데… 뭔가 나가긴 어색하다”는 표정으로 테이블에만 앉아 있었다. 마음은 끼고 싶으면서도 용기가 나지 않아, 그렇다고 집에 가고 싶지도 않아서 그저 머뭇머뭇 숟가락만 돌리고 있었다.

그러다 어디선가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사람들은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팔을 크로스로 어깨에 얹고 옆으로 스텝을 밟으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신나 보이던지, 결국 우리도 눈을 마주치고는 ‘에라 모르겠다’ 하며 무대 앞으로 나갔다. 처음엔 몸이 뻣뻣했지만, 점점 리듬에 몸을 맡기면서 어색함은 사라지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마지막에는 우리 한국인 동료들까지 다 같이 어깨동무를 하고 춤을 추며 한껏 즐겼다.

그렇게 신나게 웃고 춤추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우리가 결국 나갔네, 잘했다!” 하며 서로 농담을 주고받았다. 어색함을 깨고 한 발 내디딘 순간, 우리는 또 다른 방식으로 캐나다를 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 앤지는 예전처럼 밝지 않다. 좋아하던 캐셔 일을 힘들어하고, 아이를 준비하면서도 잘 되지 않아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다. 예전의 활기찬 웃음 대신 우울한 기색이 종종 보였다. 그런 앤지를 보며 나도 마음이 짠했다.


그럼에도 나는 믿는다. 앤지는 본래 웃음을 나누고,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사람이니까. 잠시 멈춰 선 시간일 뿐, 언젠가는 다시 예전처럼 환하게 웃을 날이 올 것이다. 빨간머리 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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