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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순 Feb 02. 2024

내적댄스를 외적댄스로

뻔뻔한 춤사위

초등학교 때부터 나의 취미는 댄스였다. 수줍은 많은 내가 장기자랑 무대에는 오르지 못하고, 그냥 좁은 내 방 한 뼘 거울 앞에서 춤을 추곤 했다. 원더걸스, 소녀시대의 멤버가 된 듯 누가 시키지도 않은 안무를 밤새 외워서 춤을 췄다. 댄스는 오랫동안 나의 운동 겸 스트레스 해소제였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춤을 추기는커녕 될 수 있는 한 앉아있고 최대한 누워있고 싶다. 늘 앉아서 생활한 탓에 이제 생존 운동이라도 하지 않으면 무릎이 아프고 허리가 아파오는 때가 되었다. 그래도 나름 자부심이 있었다. 지금은 춤을 추지는 않지만, 오래도록 춤을 춰왔고, 박자 감각도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예전 실력이 나올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옛날에 자주 듣던 댄스 음악을 재생했는데, 점차 흥이 올랐다. 오랜만에 춤 한번 춰야 되나? 아직 안무를 기억하고 있는 몸을 믿으며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엉덩이는 왜 이렇게 무겁고, 몸은 또 한 템포씩 늦게 반응하는지. 어깨에서는 아까부터 두둑 소리가 났다.

그래, 그동안 몸을 너무 안 써왔던 거야. 관리에 소홀했던 것을 인정하며 한쪽 무릎을 꿇는 안무 동작은 뺐다. 그다음은 어깨가 아파 팔 돌리는 동작을 뺐고, 점프하는 동작도 빼고 나니 남은 건 그저 흐느적 대고 있는 뻣뻣한 30대만이 남아있었다.  

내 안의 흥은 그대로인데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10대의 팔팔했던 기억을 30대가 되어서 따라가려니 당연히 무리였다. 한때는 노래를 부르며 동시에 안무도 척척 소화했는데. 생각해 보니 그때보다 10년이 흘렀고, 몸무게도 10kg는 더 나갔다. 


tv에는 이제 나보다 15살은 족히 차이 나보이는 아이돌 가수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어느새 누가 누구인지 구별해 내지 못하는 내가 진짜 나이를 먹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피식 웃음이 난다. 나도 늙었나 보다 하면 엄마 앞에서 등짝을 맞겠지만, 지금의 내가 싫지만은 않다.

혼자 내적댄스를 추던 수줍던 아이는 이제 누구 앞에서든 외적 댄스를 출 정도로 뻔뻔해졌지만, 세월이 흐른 만큼 몸도 변해있었다. 그래도 이 타고난 흥은 어쩌지 못한다. 지나간 시간 우울해하지 말고 요즘 취미인 파워워킹을 하러 박차고 나가야겠다. 

오늘도 파워워킹 전에 신나는 댄스 음악을 골라본다. 박자에 맞춰 발을 빠르게 구르고 시선이 집중될 만큼 신나게 몸을 흔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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