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하게 지나치지 않기
책상에 앉을 때면 무언가를 마시는 게 습관이 됐다. 의자에 앉는다는 건 집중을 하겠다는 뜻이며 마시는 행위는 일종의 보상 같은 거다. 보통은 커피지만, 이미 마신 뒤라면 차 종류를 고른다. 홍차나 얼그레이, 허브티 같은 여러 종류의 티백을 맛보는 것도 나의 소소한 재미인데 아마도 엄마를 닮은 것 같다. 엄마는 보통 민들레차나 우엉차 같은 것을 사 오곤 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던 어느 날. 뭘 마실까 방황하던 나의 눈에 무말랭이가 들어왔다. 할머니가 직접 말려서 보내주신 거였다. 엄마가 무말랭이를 보여주며 꾸준히 마시라고 했던 게 떠올랐다. 길쭉하고 바짝 마른 무말랭이. 엄마가 챙겨 먹으라고 할 때는 거들떠도 안 봤는데, 얼마 전 감기를 심하게 앓고 나니 건강한 건 뭐든 먹고 보자 자고 느꼈다. 뜨거운 물에 무말랭이 서너 개를 집어넣었다. 무말랭이들이 둥둥 떠올랐다.
책상에 앉아 처음 맛본 무말랭이차. 음, 맛이 참 미묘했다. 딱히 끌리진 않았지만, 못 먹을 정도는 아니라 한입 두 입 후후 불며 평소대로 마시기 시작했다. 밋밋하지만, 질리지 않는 맛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마실 때마다 따라 올라오는 물에 불은 무말랭이들이 웃겼다. 이건 내가 알던 무가 아니었다. 심심하면서 구수한 맛을 보니 분명 건강에 좋을 거라는 느낌이 왔다. 아, 이게 무말랭이차의 매력인가 보다.
그 뒤로 남은 무말랭이들은 나의 차지가 됐다. 생각날 때마다 엄마와 함께 마시곤 했는데, 엄마는 드디어 네가 무말랭이차의 맛에 빠졌구나 하며 웃으셨다.
우스꽝스러운 무말랭이란 이름과 겉모습에 끝까지 마시지 않았다면 이 맛을 알 수 있었을까? 앞으로는 섣부른 판단에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 건 줄여보자고 반성해 본다. 더불어 엄마의 말도 더 귀담아듣기로!
자극적이고 씁쓸한 하루에 지쳤다면 무말랭이차를 한잔 마셔보자. 건강을 부르는 이 오묘한 맛에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을 것이다.
(*무말랭이차는 기관지에 좋고 소화개선 및 다이어트에 좋다. 오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