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e May 13. 2023

3 아레카야자는 맞고 보스턴고사리는 아니다 #1

오늘도 자라는 중입니다


 늘 플랜테리어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식물만큼 집을 이국적이고 아름답게 꾸밀 수 있는 아이템이 또 있을까. 개다래와 함께 겨울을 나며 얻은 자신감은 약간의 욕심을 불러왔다. 몬스테라가 예쁘게 배치되어 있는 집을 상상해 본다. 식물 종류에 그다지 해박하지 못한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예쁜 식물‘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몬스테라는 개, 고양이에게 독성이 있는 식물 중 하나다.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고 강아지가 언제 방문할지 모르는 우리 집에선 동물에게 해로운지 여부는 식물을 들일 때 가장 중요하게 따져야 하는 부분이었다.


 검색사이트에 검색을 해도 누군가 올려둔 글을 찾을 수 있지만, 식물들의 잎의 생김새와 이름, 종은 매우 착각하기 쉽고 헷갈린다. 그래서 내 즐겨찾기에 가장 먼저 등록한 것은 Aspca.org (The American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이다.

 학명, 혹은 영어 이름을 확인한 후 검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 정도는 네발친구들을 위해 감수할 수 있지! 내가 선택한 것들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털 친구들을 위해서 건강에 관한 한 오래되고,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충분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정보를 참고했다.

 

 온갖 플랜테리어 사진들을 구경한 끝에 우리 집에 중간 정도 사이즈의 아레카야자와 보스턴 고사리가 도착했다. 두 가지 모두 강아지, 고양이에게 안전한 식물들이었고, 나름 생명력이 강하다고 알려진 식물들이었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내가 놓친 부분이 몇 가지 있었는데 첫째, 식물은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며 그 기후와 환경에 맞는 곳에서만 살아가는 생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내가 기를 식물에게 환경이란 내가 사는 집의 환경이었다. 집이 위치한 지역의 기후, 햇빛이 드는 정도, 창문의 유무 등. 그리고 두 번째, 식물이 자라는 사이즈는 특히나 그 환경을 반영한 결과물이라는 것. (물론 완벽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어떤 식물이든지 잘 자라겠지만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식물생활에 이 선택지는 없다)

 

 생초보인 내가 이 두 가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뜸 중품의 무성한 식물들을 들이는 것은 굉장히 무책임한 짓이었다.

 나는 강렬한 햇빛이 내리쬐는,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에 살고 있다. 그러니까,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내가 커다랗게 자란 보스턴 고사리를 고른 순간부터 죽는 것은 예견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고사리는 습한 곳을 좋아하는 대표적인 식물이고 이곳의 해는 너무 쨍하고 공기는 건조했다. 풍성한 이파리들을 아름답게  늘어뜨리던 보스턴 고사리는 우리 집에 오던 날부터 그 사이즈만큼이나 빠르게 갈색으로 시들어 갔다. 나는 물 주기를 종종 잊었다가 한 번에 왕창 몰아주곤 했는데, 그 정도로는 죽어가는 고사리를 살려낼 수 없었다. 그리고 그때 내가 놓친 세 번째 부분을 깨달았다.

 그건 바로 적당히 게으르고 귀찮음과 쉽게 타협하는 나다.



이 글을 읽은 분들이라면 알 테지만, 혹시 모르니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전문적인 정보 전달 목적이 아닌 초보 식집사의 기록이며, 동물에게 안전한 어떤 식물이라도 섭취 시에는 구토등의 예상치 못한 반응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2 개다래는 겨울을 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