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심술2

by 호밀
두번째 심술


우리집 고양이는 혼자 있을 땐 화장실에 잘 가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응가를 하면 바로바로 치워주고 응꼬도 닦아주고 해서 그럴까.

꼭 내가 있어야 화장실을 가고, 화장실을 다녀와서도 시끄럽게 잔소리를 해대며 화장실을 치우게 만든다.

처음엔 나를 의지하는 것 같아서 귀엽고 좋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냥 나를 정말 집사로 생각하고 부려먹는 기분이 종종 든다.


화장실은 바로 치워주면 냄새도 안나고 똥스키의 위험도 줄어서 나도 좋은데, 이 녀석, 꼭 내가 밥을 먹을 때 응아를 한다.

평일의 경우에야 대부분 퇴근하고 저녁을 준비해서 먹는 시간이 일정해서 그렇다칠 수 있겠는데 주말에도 밥을 먹으면 응아를 한다.

우..우연히 패턴이 맞나봅다 생각을 하고 말았는데 엄마네 데려가도 똑같았다. 우리가 밥을 먹기 시작하니 잠시 후 자기도 응가를 하고 왔다.


이쯤되면 고의.

우리끼리만 먹으니 약이 오르는걸까, 음식 냄새가 배변활동을 촉진시키는걸까.

아니면 집사가 밥 먹는 시간은 응아하는 시간이라고 프로그래밍이라도 되어 있는걸까.


대체, 왜, 내가 밥 먹을 때 너는 응아를 할까.

밥을 먹을 때 응아를 하지 않는건 우리의 예절이니 네가 알리가 없고, 어쨌든 응아를 잘하는건 건강한 거니까 칭찬을 해줘야할 것 같고.

식탁에서 밥을 먹을 때마다 화장실에 들어가는 고양이를 보면 마음이 참 심란하다.


이제 나는 고양이가 화장실에 들어가는 모습이 보이면 순식간에 식사를 끝내버린다.

너가 화장실을 꼭 그 때 가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쾌적한 식사 환경을 위해 밥을 후딱 먹도록 할께 (주르륵)

그래.. 그래, 이게 집사의 숙명이겠지.

집사 밥 먹냥
벌써 응가할 시간이 왔나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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