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심술
고양이와 나는 함께 공간을 공유한다.
때때로 무료해지면 서로를 귀찮게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한다.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는 건 특별한 경험이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 그 때의 날씨, 그 때의 소리, 그 때의 온도, 그 때의 감정을 공유하는 것. 이런 공유들이 모여 추억을 켠켠이 쌓는다. 가끔씩 비슷한 날씨에, 소리에, 온도에 우리는 예전에 쌓아둔 같은 시간을 꺼내볼 수 있다.
공간을 공유하되 서로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자연스럽게 서로의 곁에 머무르는 것. 간단하지만 막상 한공간에 있다보면 항상 부딪히는 문제이고, 억지로 노력해서 되기 힘든 부분이다. 이런 점에서 고양이는 내게 정말 완벽한 반려동물이다.
우리집 고양이는 내가 있는 장소에 항상 같이 있는다. 집안일을 하기 위해 움직이면 졸졸 발 밑을 따라다니고, 거실이나 방에 있으면 따라 들어와서 옆에 자리를 잡는다. 때로 내가 하는 일이 궁금하거나 신기하면 코를 들이밀기도 하고, 옆에 슬그머니 기대어 식빵을 굽기도 하고, 내가 잘 보이고 따뜻한 곳에 자리를 잡고 졸기도 한다.
이렇게 곁에 잘 내어주는 고양이가 가끔씩은 도통 까닭을 가늠할 수 없는 심술을 부린다.
고양이는 내가 거실에 있으면 가끔씩 심기가 불편해보인다.
쇼파에 앉아 책을 보거나 티비를 보고 있으면 안절부절 주위를 맴돈다. 마치 이 자리가 너무 불편하다는 듯이 쇼파 끝, 팔걸이 위에 엎드렸다가 반대편 팔걸이에 올라가 엎드려보고, 다시 건너편으로 옮겨가서 또 엎드리는 일을 계속 반복한다. 잠깐 쇼파에서 움직이면 딱 내가 앉았던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아선 움직이질 않는다. 일어나자마자 내 자리를 뺏는 고양이가 어처구니도 없고 웃기기도 하고 황당해서 쳐다보다가 자리를 옮긴다.
쇼파 자리를 양보하고 바닥에 담요를 펴고 앉아있으면 이번엔 쇼파에서 내려와 방방방 주위를 맴돈다. 잠깐 일어나면 역시나 잽싸게 내가 있던 자리, 펴둔 담요 한가운데 위에서 아주 편안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다.
다시 쇼파에 앉으면 또 쇼파로 쫓아와서 맴맴맴, 다시 바닥에 앉으면 바닥으로 내려와서 맴맴맴.
하루종일 자리 싸움을 하다가 침대로 가서 누워버리면 슬그머니 따라 들어와 침대 귀퉁이에 자리를 잡는다.
평소 거실에서 주로 생활을 하니 자기 공간, 쇼파는 나의 자리라는 생각이 있어서일까.
거실에선 내가 어디에 있건 마음에 안드는걸까.
고양이 집에 내가 얹혀 살고 있다는 농담을 종종 했었는데 이거 정말 집주인의 텃세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도통 그 속을 알 수 없는 심술.
자리 빼앗고 신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