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도로 상황
평소에도 차멀미가 심한 편이다. 속도를 줄였다 높였다 운전하는 차에서는 멀미하기 십상. 가끔은 내가 운전하는 차에도 멀미가 난다.
내가 운전대를 잡을 때도 멀미가 난다는 건.. 어느 방향으로 어떤 속도로 갈지 가늠을 하면서도 결국 일정한 속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직접 운전을 하면서 느끼는 건 속도를 내가 정할 수 없는 상황이 많다는 것. 굉장히 쉬워 보였는데 말이다. 도로 상황은 신호가 없거나 차가 없거나 혹은 보행자가 튀어나오지 않는 이상 평화롭다. 다시 말해 내가 사는 서울의 교통 상황은 평온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최근 나의 상황은 마치 서울의 교통혼잡과 마찬가지. 앞뒤옆으로 꽉 막혀 답답한 출퇴근 시간 도로는 물론, 아니 이 시간에 여기가 막힌다고? 와 같은 예상치 못한 혼선. 마지막으로 와 이제 집 앞이다! 하며 눈 감고도 가던 집 앞 골목길 앞에 웬 공사를 한다고 다 막아놔? 쉬운 길도 빙 둘러가게 만드는 상황. 이러한 상황들의 연속이었다.
지금 내 옆에 내가 얼마나 아끼는 사람이 타고 있는지, 차 안에서는 가장 좋아하는 잔나비 노래가 흘러나오는지, 창문 밖에는 아름다운 노을이 펼쳐져 있는지 따위는 돌아볼 여유도 없을 만큼. 막막하고 무기력한 하루의 연속이었다.
어찌 됐든 중요한 건 그동안 나는 운전대를 놓지 않았다는 것인데 (물론 중간에 브레이크 세게 밟고 파킹하며 영원히 이 차를 버리겠다 선언한 적은 많았다.) 이게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아직은 모르겠다. 중간중간 여기저기 세게 부딪혀 범퍼며, 라이트며 모두 수리가 필요한 상황까지 갔지만 어찌어찌 이 시대 마지막 정은 남아있는 정비소에 수리를 받아 여기까진 왔다.
지나 보니 긴 시간 같지만 막상 그때는 일주일이 하루와 같이 순식간에 지나간 듯하다. 이렇게 시속 200킬로 아우토반을 미친 듯 달리다, 현재 약 어린이보호구역쯤 달리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 나는 멀미를 느끼는 중이다. 더욱 멀미가 나는 상황은 내가 운전대를 잡고 있지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은 방향을 바꾸는 것, 그리고 차를 버리고 떠나버리는 것 이 두 가지뿐이라는 것이다.
도로 상황은, 신호등은, 보행자의 계획적인 무단횡단 등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더라. 내게 멀미약은 ‘오늘은 제발 무선 이어폰을 끼고 시선을 핸드폰으로 떨군 보행자를 만나지 않게 해 주세요’ 혹은 ‘오늘은 제발 끼어들 수 있게 해 주시는 자비로운 운전자를 만나게 해 주세요’ 라든지의 기도보다는. 조금은 욕을 먹더라도 난 시내 속도 시속 50킬로를 지키며 가겠다. 혹은 절대 눈앞의 노란불에 객기를 부리며 액셀을 밟진 않겠다. 는 다짐 정도이다.
서울 시내 도로 위에선 조금 이기적인 결심일진 모르겠지만. 당분간 나는 내가 멀미하지 않도록 운전대를 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