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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Aug 23. 2016

판타지 애니메이션 속에서
숨 쉬는 마을

추억 속 영화가 생각나는 섬나라, 대만 이야기 #2


같은 여행이지만 다르게


여행 두 번째 날이 후다닥 하고 지나갔다. 역시 여행을 하다 보면 하루의 시간은 즐거운 꿈을 꾼 것처럼 빠르게 지나가 버린다. 남은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아직 다 경험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섭섭함이 밀려온다. 

셋째 날이 밝았다 대만에서 유명한 장소들을 투어 패키지로 다녀오기로 했다. 

나는 패키지 여행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짧은 여행길에서 이동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여비도 아낄 겸 인터넷에서 그나마 나에게 맞는 코스를 선택했다. 예류→스펀허우통지우펀  순으로 이동하는 코스였는데 예류만 빼면 대부분 만족스러웠다. 예류를 뺀 이유는 내가 생각한 느낌과 거의 흡사했기에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위에 코스는 버스투어도 있고 택시 투어로도 할 수 있다. 나는 버스투어를 신청했다. 둘의 차이점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지금 내가 언급한 여행코스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만 여행중 거의 필수적으로 다니는 코스이면서 많이 홍보된 장소기도 하다. 영화나 애니메이션과 같은 매체에서 많이 방영되어졌는데 나도 비슷한 이야기가 될 거 같아 지루하지 않을까?란 걱정 아닌 걱정을 했지만 나대로 느낀 점을 사진과 함께 풀어가기로 했다.




천등(풍등)의 동네 스펀


코스의 첫 번째는 예류였는데 거의 눈으로만 구경하다시피 해서 사진이 많이 없어 따로 올리진 않았다. 그리고 다음으로 이동한 장소는 천등으로 유명한 스펀이다. 이 동네는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서 남녀 주인공이 각자의 소원을 천등에 써서 하늘에 날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의 배경인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스펀은 천등 날리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그중 외국 관광객도 있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보였다. 그리고 한글 간판을 한 상점들도 있으니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많이 다녀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스펀은 천등 외에도 여러 가지 먹거리들이 있었다. 특히 닭날개 볶음밥은 꼭 드셔 보시길!! 이 동네의 재미난 점은 천등을 날리는 장소가 기찻길 한가운데로 이곳은 지금도 기차가 30분마다 한 번씩 지나간다. 그러기에 천등을 날리려 사람들이 내려와 있다가도 기차 예비종이 울리면 양 옆으로 우르르 사람들이 빠진다. 그리고 기차가 지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사람들이 기찻길로 내려와 천등을 날린다. 따로 안전요원으로 보인 사람들은 없고 각 천등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나와 사람들을 통제해준다. 기차의 속도가 빠르지 않아 충분히 사람들이 피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스펀의 매력은 비단 천등만이 아닌 거 같았다. 천등에 소원을 다 쓰고 먹물이 마를 때까지 동네를 둘러보기로 했는데 산속에 아기자기한 레고처럼 집들이 보였다. 깨끗하고 화려한 색상은 아니지만 숲 사이에 튀지 않고 정돈된 모습이었다. 그리고 동네 자체가 너무 이뻤다. 일정 때문에 빠르게 이동해야 했던 나로서는 정말로 아쉬웠다. 스펀은 단시간에 볼게 아니라 하루 이틀을 두고 천천히 돌아보면 정말 좋을듯했다. 

구석구석 숨겨진 보물을 찾듯이.. 스펀에서 발길을 돌릴 때는 정말이지 아쉬웠다. 천등 때문에 동네의 아름다움을 많이 느끼지 못한 거 같아 발길이 떨어지질 않았다.




고양이와의 동거 허우통


스펀에서 발길을 옮겨 고양이 마을이라는 허우통에 도착했다. 이 동네는 광산이 폐광하면서 사람들이 점차 떠나고 그 자리를 고양이들이 하나둘씩 메워 지금의 허우통이 되었는데, 가이드해주시는 분께서 알려주기를 허우통의 한자어는 "원숭이 마을"의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정확히 알진 않지만 지금은 고양이들이 점령한 고양이 마을이 되어 폐광 이후 마을의 든든한 관광수입원이 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반려동물을 좋아하고 어렸을 적부터 반려견과 반려묘 등을 키운 적이 있다. 그러기에 더욱 와보고 싶었던 마을이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경우가 있어 불결하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학대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가끔 소식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허우통의 사례로 좀 더 인식의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곳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들은 마을 곳곳에 고루 분포하고 있다. 매일 많은 사람들이 관광 오는 탓에 사람을 봐도 무심하게 지나가는 경우도 빈번히 볼 수 있다. 고양이들을 자세히 보면 귀의 한쪽이 조금씩 잘려 있는 모습을한 고양이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마을에서 중성화 수술을 진행했다고 한다. 무분별하게 번식하는 점을 막고 고양이의 개체수를 보전하고 유지하는 차원에서 마을에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보면서 같이 살아간다는 건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어느곳이던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기 마련이다. 이렇게 고양이들을 살기 좋은 동네라고 소문이 나고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몰래 병들고 늙은 고양이들을 데려다 놓고 떠나는 이들도 있고 사람이 떠난 집터 안에 있던 냉장고에서 힘 없이 엎드려 있던 고양이와 뼈대만 남은 건물에서 피부병에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고 긁어대는 녀석들까지.. 온전히 마음을 열지 못한 친구들도 이곳에서는 같이 살아가고 있다. 




센과 치히로가 행방불명된 지우펀


일본에 유명한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된 지우펀은 대만에 오면 꼭 한번 오고자 했던 곳이다. 그리고 제일 기대도 많이 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센과 치히로에 나온 홍등의 강렬한 이미지는 내 머릿속에 깊게 박혀있었다. 마지막 코스로 이곳에 오니 해가 벌써 지고 밤이 내려앉으려 한다. 지우펀의 홍등은 하나둘씩 불을 밝히고 있었고 골목골목은 사람들로 붐볐다. 산기슭을 따라 마을이 형성되어있다. 마치 달동네처럼 골목골목이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고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 나의 얼굴을 홍등에 반사되어 붉게 물들었다. 골목에는 기념품과 음식점 등이 즐비했으며 관광객들이 서로 어깨가 닿을 만큼 가까웠다.


상상속 마을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지만 실제로 본 지우펀도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었다. 다른 장소보다 일본 관광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아마도 애니메이션의 영향이 크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센(치히로)이 일했던 온천의 배경이 되는 건물이 너무나 보고 싶었기에 그 장소를 찾으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그곳을 찾은 사람들은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을 했으리라.. 장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람들이 그 주변을 점령하다 못해 꽉꽉 매여있었다. 그들 사이에 나도 있었으리라 사람들 물결 속에서 간신히 빠져나와 온전히 느끼고 싶었던 감정을 느껴보리라 했지만 실패했고 그래서 다른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그곳에서 자유로움을 얻은 느낌이었다. 바닷가까지 한 번에 내려다보이는 모습이 나를 안정시켜주었고 잠시 동안 평온을 느꼈다. 


마음을 정화해준 바람을 맞으며 오늘 하루를 정리해본다. 

짧았던 일정속에서도 소소하게 빛나던 동네마다의 분위기를 마음가득 기억하며 홍등의 불빛을 뒤로하고 나는 버스에 올라탄다.


지우펀을 떠나기전.. [LG G5 촬영]



뜨거운 날의 대만

마지막 날이 밝아 왔다. 이제 집에 갈 짐을 배낭에 차곡차곡 정리한다. 짧았던 3박 4일의 여행은 이렇게 정리된다. 영화 속에 나왔던 풋풋하고 꾸미지 않아서 더욱 소중한 모습으로 간직된 대만은 나에게 좋은 추억을 안겨주었다. 마을 마을마다 동화 속 이야기가 존재할 것만 같았던 동네는 짧게 경험하기에는 부족한 게 너무나 많았다. 스펀과 허우통 그리고 지우펀까지 한두 시간으로 여행하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시간들이기에 다음에 다시 오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 역시 여행은 정해진 시간처럼 움직이기보다는 장소를 하나씩 느껴가며 천천히 둘러보는 것이 좋을듯하다.


뜨거웠던 태양은 내 몸을 지치게 만들었지만 내 마음은 따뜻한 공기로 채워 주었다. 

천천히 하나씩 느끼러 다시 오라고 손짓하는 듯 대만은 나를 채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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