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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Mar 16. 2017

다녀올게요 여행

Prologue



드넓고 끝이 보이지 않는 도로를 달리다 보면 내가 마치 망망대해에 있는 느낌을 받는다.

목적지는 분명 알고 있지만 끝나지 않을 거란 생각에 들곤 한다. 내 여행은 늘 그런 거 같았다 분명 도달할 장소는 있지만, 끝이 저만큼 멀리 있어 항상 나를 설레게 만들어 주는…. 여행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의 기쁨도 좋지만 내가 생각한 여행의 묘미는 끝점에 도달할 때까지의 나의 무한한 상상과 설렘에 있다.

지금은 여행에 돌아와 다시 시계 안에 들어있는 톱니바퀴처럼 일상 속에 있지만 언제든 배낭에 짐을 싸고 어딘가에 있을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도착할 때까지의 기대감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 즐겁게 인사했으면 좋겠다.



의도하지 않게 33이란 나이에 33일간의 여행을 하게 되었다. 나에게는 비수기였던 딱 한 달 남짓한 시간에 친구를 따라 뒤도 안 돌아보고 짐을 꾸렸고 공항으로 향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여행 기간 제법 많은 일이 있었고 뒤돌아보면 추억이지만 당시에는 꽤 마음고생 한 일도 많았다. 하지만 그게 대수인가 매번 여행에서 돌아와 컴퓨터 안에 사진들을 보면 역시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유가 있어 매년 몇 번이고 나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일 년에 한두 번 나갔다 오기도 쉽지 않으니 이렇게 나갈 때마다 최대한 사진을 많이 찍으려 노력한다.


오래된 골목골목과 사람들 그리고 자연 안에서 뛰노는 동물들을 좋아하고 또 일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천천히 하나씩 둘러보는 여행을 한다. 동네 동네마다 색이 있고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나의 최대의 관심사이다. 그래서인지 유명한 곳보다는 거리 구석구석 발품 팔아 돌아다니기를 선호한다.

개인적으로 겁도 많은지라 위험하다고 알려진 장소는 무조건 배제하고 다닌다. 오래오래 여행하고 사진 찍고 싶기에…. 남들 하루면 여행한다는 장소를 3일은 봐야지 온전히 볼 수 있을 정도로 느리고 느리다. 그리고 한번 다녀온 곳은 다음에 떠날 때 제외해두는 습관이 있는데 이왕 나간다면 다녀온 장소보다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에서 새로운 경험과 체험을 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길은 시간에 쫓겨서 잠깐 들렀다 온 곳이 적지 않아 다음에 다시 꼭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행 중에 만난 한국인들에게 인사하는 일이 종종 있는데 대화를 하다 보면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과 영감을 주는 일이 많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났던 세계여행 중인 친구, 일을 그만두고 정리할 겸 여행 온 친구, 환갑여행으로 모로코 여행 갔다 도중 급하게 일정을 바꿔 스페인으로 왔었던 용감한 어머니들, 친구인 줄 알았지만 그들의 제스처로 자매라는 걸 알게 되었던 일…. 그밖에 생각지도 못한 즐거움과 고마움을 느끼게 해준 현지인들과 대자연에 만났던 야생동물, 딱딱한 도시에 따뜻한 햇볕 같던 개와 고양이까지 나는 모든 인연을 기억하고 추억한다.


33일간의 여행은 일정과 계획에 따라 움직였기에 개인적으로는 조금은 익숙하지 않았던 여행길이었다. 남아프리카를 들렀다 스페인으로 다시 포르투갈로 이어지는 여행길은 떠나기 전 일정표에는 무리 없어 보였지만 막상 그 안에 있었던 나는 생각보다 여유가 없었던 점에 매우 아쉬웠다. 다만 그로 인해 더 많은 장소를 갈 수 있었으며, 생각지도 않은 길동무를 만나 좋은 친구가 되기도 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여행이었나 생각이 든다.


앞으로 쓰여질 여행이야기들은 이들의 이야기이자 곧 나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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