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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Aug 07. 2018

짧았지만, 인상적이었던 톨레도

다녀올게요 여행 : 포토에세이


시작하는 날의 계절


 2월 중후반의 날씨의 스페인은 춥지만, 우리나라보다는 그나마 포근한 날씨였다. 그냥 적당한 외투를 걸치고 다녀도 부담스럽지 않게 말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4월을 느끼는 듯하다. 대지에 초록들이 피어나고 꽃망울들이 하나둘 잎을 펼치는 시기…. 오늘의 여행지는 톨레도이다. 스페인 여행을 오는 사람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기도 다녀오기도 하는 그런 장소 과거 스페인의 수도였던 곳, 당일치기 여행코스이다 보니 아침 일찍 출발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지하철에는 많은 사람이 있지 않았다. 잠시 열차가 오기 전 벽에 기대 쉬고 있는데 맞은편 플랫폼에 한 커플이 눈에 들어온다. 다정하게 얘기하는 둘의 모습과 익숙한 듯 열차를 기다리는 반려견들이다. 제법 크기가 있었는데 입에는 안전을 위한 입마개를 하고 있었다. 어쩌면 당연한 모습이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다. 순간 나는 생각했다 주인 스스로는 안전하다고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무서움의 대상이 될 수 있기에 공유하는 공간에서는 서로를 배려하는 인식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고….


어느덧 그들은 열차를 타고 자리를 떠났고 나도 목적지를 향해가는 열차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톨레도에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에 도착했고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나를 싣은 버스는 출발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스산함과 함께 따뜻함이 공존했다. 아직 보통의 나뭇가지들은 앙상했지만, 봄을 제일 처음 맞이하는 벚꽃은 이내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다. 버스 밖으로는 흠잡을 곳이 없는 풍경이 지나가고 있다. 자연은 딱 적당한 시기에 보고 싶어 하는 걸 이루어준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말이다. 그래서 꼭 그 시기가 다가오면 괜스레 마음이 들뜨는 것 같다.


어느샌가 버스는 톨레도에 도착했다. 버스에 내려서 본 첫 모습은 오랜 시골 마을 느낌이었다. 도시적인 느낌보다는 과거의 시간에서 아직 머물러 있던 느낌이었다. 그만큼 건물들이 오래되었으리라 이곳은 이젠 관광객들이 예전의 풍요로웠던 수도의 모습을 채우고 있었다.



박관이 살아있다


 톨레도를 걷다 보면 흡사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가 생각이 날 정도다. 현대식이라는 느낌의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고 골목 골목마다 저마다의 특색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도시는 1986년 세계문화유산 유네스코에 선정되었을 정도로 도시 전체가 역사, 예술적으로 그 가치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처음엔 성 주변으로 얼마 되지 않을 거라는 내 생각은 그저 착각이었다. 이 도시는 현지인보다 관광객이 많이 가는 곳과 현지인들이 많이 사는 도시가 분리되어 있던 것이다. 개인적으론 관광으로 많이 오는 코스는 사람들이 많아 북적거리기 마련이어서 되도록 현지인들이 사는 장소를 천천히 여행하는 걸 즐기는데 말이다. 하지만 아쉬움은 뒤로 하고 남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골목 골목을 돌아본다.

소설 돈키호테의 배경이기도 한 이 도시는 예로부터 철제 가공기술이 뛰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무기와 방패 같은 도구들이 발달했는데 이는 지금까지도 이어진다고 전해진다. 여행 내내 고전적인 무기상점들을 실컷 봤던 거 같다. 어린 시절 골목에서 친구들과 장난감 칼과 방패를 들고 놀았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나의 입꼬리도 살짝 올라갔다.


이 도시를 여행하는 방법은 여러 방법이 있을 터인데 그중에서도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관광은 톨레도 도시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열차 모양의 이동수단이다. 나도 한번 타볼까 했지만, 순간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나보다 먼저 타게 되었는데 단체 관람객이라 그런지 이내 자리가 차버렸다. 다음 열차를 기다릴까 했지만 이내 포기하고 유명한 다리가 있다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밑으로 내려가니 도시를 감싸고 흐르는 강이 보이고 그 앞에는 멋들어진 다리가 보인다. 그곳도 사람들로 북적거렸으며 나도 그들과 함께 구경하고 있었다. 천천히 걸으며 지금까지의 여행과 앞으로 남은 여행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곱씹어 보는 시간이 되었다. 다리를 따라 도시 외곽 쪽으로 올라가 보니 관광지에 가려있던 실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도시의 모습이 보였다. 앞에서 봤을 때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도시는 그 규모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했던 느낌이다. 조그만 레고블록으로 아기자기하게 쌓아 올린 듯한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한동안 바람을 맞으며 옛날의 화려한 수도였던 톨레도를 생각해 본다. 곧 돌아가는 버스로 가야 할 시간인데…. 현지인이 살아가는 도시를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점이 너무나 아쉬웠다. 하루로는 도저히 이 도시의 매력을 헤아리기엔 너무나 아쉬웠다. 하지만 다음 일정을 위해서는 마드리드로 돌아가야 하니 서둘러 발길을 돌려 내가 내렸던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너무 오랫만에 글을 연재 했습니다.

어러가지 일이 있어 중간에 멈췄었는데요.

이제는 매주 하나씩 올려 "다녀올게요 여행" 시리즈를 마무리 하겠습니다.

늘 부족하지만 재미있게 봐주시는 구독자분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항상 저에게 희망을 주시는 구독자분들에게 행복한 여행이 되는 삶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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